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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앞둔 디자인 학부생은 다 똑같은 질문을 마음에 품고 졸업작품을 준비한다. ‘졸업하면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걸까?’ (2017-11-08)
디자인과를 졸업하면 다 디자이너가 되나요?

 

 

졸업을 앞둔 디자인 학부생은 다 똑같은 질문을 마음에 품고 졸업작품을 준비한다. 

 

‘졸업하면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걸까?’


책 〈보내보네〉

책 〈보내보네〉


우선 제목에 대한 답을 하자면, “아니요”다. 국문과 졸업하면 다 작가 되는 게 아니고, 공학과 졸업하면 다 실리콘밸리로 떠나는 게 아니듯이.

물론 디자인과는 조금 다른 상황이기는 하다. 대부분의 디자인 학부생은 빠르면 중학교 때부터, 늦으면 고등학교 때부터 미대 입시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거의 3~6년을 매일 그림을 그리며 하나의 목표만 바라보고 아름다운 10대 시절을 보내니, 막상 다른 길은 생각하기 어렵다.

그렇게 해서 겨우 입학한 디자인 학과. 1, 2학년은 누구나 그러듯이 어영부영 보내고, 겨우 익숙해지면 어느새 4학년. 졸업 작품을 준비해야 한다. 그제야 주변이 보이고 자신이 디자인에 맞는지를 깊게 고민한다. 아니, 그럼 지난 4년은 어떤 시간이었단 말인가. 졸업작품 준비에도 정신없는데 미래에 대한 고민과 그를 넘어선 자신의 근원에 대한 고민까지 하게 된다.

〈보내보네〉의 또 다른 매력은 각 인터뷰이를 ‘새’로 표현한 점이다.

〈보내보네〉의 또 다른 매력은 각 인터뷰이를 ‘새’로 표현한 점이다.


여기, 비슷한 고민을 한 3명의 디자인 학부생이 있다.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과 동기생 서진솔, 윤해드니, 조수진(앞으로 보내보네 팀이라 하겠다.)은 3학년을 보내고 졸업 후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문득, “다들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단다. 그렇지, 우리만 힘들었겠나. 우리보다 먼저 이 과정을 겪은 수많은 디자인 전공생-졸업생들이 있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가 궁금했던 이 3명의 학생은 보통의 그들과 보통의 우리를 위한 책 〈보내보네〉를 기획했다.

〈보내보네〉는 ‘보통의 내가, 보통의 네게’라는 뜻으로, 말 그대로 디자인과를 졸업한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막상 필드로 나오게 되면 학생 때 익히 들었던 디자이너와 스튜디오는 정말 성공한 케이스로 극히 드물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하나의 진실을 깨닫게 되는데, ‘모든 디자이너가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래도 세상에는 수많은 디자이너가 있다. 보내보네 팀은 유명세는 없지만, 묵묵히 디자인을 업으로 삼아 가는 사람들, 혹은 디자인과를 졸업했지만 디자인과는 약간 멀어진 사람들을 3개월 동안 인터뷰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정리하여 책으로 펴냈다.

15명의 디자인과 졸업생 인터뷰로 이루어진 책 〈보내보네〉

15명의 디자인과 졸업생 인터뷰로 이루어진 책 〈보내보네〉


책은 디자인과를 졸업한 15명의 사람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학부 수업이 진짜 사회에서 도움은 되는지, 디자인과를 나오면 디자이너는 쉽게 되는지, 우리가 생각하는 과정(졸업-취직-승진)이 과연 맞는 것인지 등등 보내보네 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질문과 15명의 개성이 담겨 있는 답은 책을 흥미롭게 만든다. 너무 궁금했지만 아무도 안 해주는 이야기를 들어서 답답했던 한구석이 조금 뻥- 뚫리는 기분이다.

보내보네 팀과 똑같은 궁금증을 가진 사람이 많았나 보다. 책 〈보내보네〉는 텀블벅 후원을 받아 출판했다. 168%의 달성률을 찍고 지난 9월 후원자들에게 책이 배송되었다.


텀블벅 선물로 준비된 노트와 펜. ‘새’라는 캐릭터를 살린 디자인이다.

텀블벅 선물로 준비된 노트와 펜. ‘새’라는 캐릭터를 살린 디자인이다.


책을 받고 읽으면서 공감되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이 프로젝트를 뚝심 있게 밀고 온 3명의 예비 디자이너가 궁금해졌다. 다음은 보내보네 팀과 나눈 서면 인터뷰다. 텀블벅 후원은 마무리되어 비록 책을 읽을 수는 없지만, 궁금한 마음을 인터뷰를 통해 달래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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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보내보네 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서진솔 & 윤해드니 & 조수진입니다. 현재는 보내보네를 마무리하고, 각자 예비 사회인으로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보내보네 프로젝트를 시작한 결정적인 계기가 궁금합니다.
단순한 궁금증과 대책 없는 추진력이 시발점이었습니다. 역설적으로 너무 일반적이라 쉽게 들을 수 없는 다수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고, 저희에겐 시간이 많았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보내보네의 뒷면 비하인드툰을 참고하시면 알 수 있어요! (웃음)

엄청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와 인터뷰하셨는데, 선택 기준이 있었나요?
〈보내보네〉는 보통인 우리가 보통인 당신에게 보내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디자인 전공자 중에서도 평범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평범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걸 알기에, 저희 내부에서도 어떤 사람을 평범하다고 해야 하느냐에 대해 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렇지만 세 명 모두 우리 주변에 한, 둘쯤은 있으나 막상 쉽게 접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했어요. 독특한 행보를 보이거나, 이미 유명해서 매스컴에 노출된 사람은 아쉽지만 제외했습니다. 디자인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도 알법한 유명 대기업에 다니는 디자이너도 저희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고요.

그리고 최대한 다양한 필드에 계신 사람들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래픽과 영상, 편집 등 분야를 세부적으로 나누려고 노력했습니다.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필드에서 한 발짝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들도 인터뷰하고 싶었는데, 다행히 조건에 맞는 세 분을 섭외할 수 있었습니다. 노력한 만큼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소개한 것 같아 뿌듯해요.

책의 앞, 뒤 모두 보내보네팀의 정밀한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책의 앞, 뒤 모두 보내보네팀의 정밀한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가 있다면?
진솔 - 십자매님이 기억에 남아요.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이 항상 ‘XX님에게 디자인이란?’ 이었거든요. 그 질문에 명확하게 ‘돈 버는 수단!’이라고 말씀해주신 게 마음에 와닿았어요.

드니 - 모든 분과의 대화가 정말 새롭고 즐거웠어요. 유익한 정보도 많았고, 제 학창 시절을 돌이켜볼 수도 있었고요. 하지만 한 분을 꼽자면, 직박구리님이에요. 저 역시 일러스트를 주력으로 하고 있고, 프리랜서를 생각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인터뷰 내용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연히 온 기회도 준비가 되어 있어야지 잡을 수 있다는 사실도 되새길 수 있었고요.

수진 - 타투이스트 독수리님이요. 굉장히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는 분이셨어요. 게다가 비슷한 또래여서 그런지 공감대도 잘 형성되었고요. 정말 신나게 수다 떨듯이 인터뷰를 했어요. 그런데 집에 와서 인터뷰 녹음 파일을 들으니 저희가 얘기한 분량이 독수리님보다 많은 거예요! 조금 민망하더라고요. 저도 언젠가 타투를 하고 싶은데 꼭 독수리님한테 받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독수리님! 보고 계시나요? 조만간 또 찾아뵐게요!

본인들의 캐릭터와 인터뷰이의 캐릭터가 다 새예요. 이유가 뭔가요? 
초기부터 익명성을 위해 인터뷰이의 닉네임을 정하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첫 인터뷰이에게 혹시 원하는 닉네임이 있냐고 물었더니 실명과 비슷한 새 이름을 말하시더라고요. 그때, 책 전체에 통일성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모든 닉네임을 새 이름으로 하기로 했어요.

이후 만난 인터뷰이의 닉네임은 본인이 좋아하는 새를 고르게 했고요, 때로는 저희가 정해드리기도 했어요. 그런데 전부 본인 이미지에 어울리는 새로 선택해서 재미있었어요. 참고로 저희는 비둘기입니다. 가장 흔한 새이고, 편지를 전해주는 새이기도 하니 딱 맞는다고 생각했거든요.

보내보네 팀을 대표하는 캐릭터. 이렇게 귀여운 비둘기라니!

보내보네 팀을 대표하는 캐릭터. 이렇게 귀여운 비둘기라니!

 
프로젝트를 끝내고 궁금했던 점은 풀렸나요? 그리고 새롭게 얻은 점도 있을 것 같아요.
글쎄요… 저흰 뭐가 궁금했던 걸까요? 우선 최소 15분의 디자인과 졸업생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어요. 또,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란 이상한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만난 15분이 모두 어떻게든 자신의 길을 찾고 계셨거든요. 어떤 경로로, 어떻게 찾아올진 모르겠지만 우리 길도 어딘가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어떤 인터뷰이를 통해서는 학교생활을 다른 식으로 했다면 좀 더 보람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그래서 저희는 더 많은 학부생이 저희 책을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혹시 〈보내보네〉 2쇄 출판이나 시즌 2를 하실 계획이 있나요?
책을 한창 만들고 있을 때, 다른 전공의 친구들에게도 보여줬는데 많은 친구가 ‘재밌다. 우리 과 선배들도 뭐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어요. 그래서 다른 전공으로 시즌2를 해볼까 했었는데… 저희가 타 전공에 대해선 무지하다 보니 지금만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서더라고요. 그래서 시즌2는 보류입니다.

2쇄는 형편만 된다면 정말 하고 싶어요! 하지만 자비로 진행한 프로젝트라서 텀블벅 후원금이 꽤 모였는데도 간신히 적자를 면했었거든요. 출판 비용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더라고요. 그래도 좋은 기회만 생긴다면 더 보강해서 2쇄를 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에디터_ 허영은(yeheo@jungle.co.kr)
취재 협조_ 보내보네(twitter.com/LuckyBon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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