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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늘 타고 다니는 승용차의 외장은 왜 굴곡이 지어졌을까? 국제여행을 할 때 타는 여객비행기는 왜 시가 같은 모양새를 지녔을까? 어떻게 하면 보다 빨리 움직이는 기계를 만들어  (2017-01-03)
형태는 비전을 따른다 - 유선형 디자인에 담긴 과학과 신화

 


 

우리가 늘 타고 다니는 승용차의 외장은 왜 굴곡이 지어졌을까? 국제여행을 할 때 타는 여객비행기는 왜 시가 같은 모양새를 지녔을까? 어떻게 하면 보다 빨리 움직이는 기계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지난 약 1백 년 동안 인간은 오묘한 자연에서 단서를 얻어 스트림라인 디자인과 에어로다이내미즘이 응용된 교통 디자인을 발전시켰다. 유선형 디자인의 기술적인 연구와 실험은 독일에서 시작되었으나, 전진, 속도, 효율, 진보 등 낙관적인 미래에 대한 심볼로서 상업적 성공으로 표출된 본거지는 20세기 중엽 미국에서였다.

 

체펠린 경식 비행선. 독일의 페르디난트 체펠린(Ferdinand Graf von Zeppelin) 백작이 고안했다. 제1차 세계대전 중 폭격기로 활용되었던 긴 핫도그빵 모양을 한 체펠린(Zeppelin)은 원형적인 유선형 비행선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로 유럽과 미대륙 간 상업용 여객기로 인기를 끌다가 1937년 힌덴부르크 폭발 참사 이후로 운항 중지됐다. 체펠린의 유선형 몸체는 공중항해 속도와 연료 효율 면에서 최적은 아니지만 장거리 비행 대비 승객을 최다 탑승시킬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Image courtesy ⓒ Archiv der Luftschiffbau Zeppelin GmbH.

체펠린 경식 비행선. 독일의 페르디난트 체펠린(Ferdinand Graf von Zeppelin) 백작이 고안했다. 제1차 세계대전 중 폭격기로 활용되었던 긴 핫도그빵 모양을 한 체펠린(Zeppelin)은 원형적인 유선형 비행선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로 유럽과 미대륙 간 상업용 여객기로 인기를 끌다가 1937년 힌덴부르크 폭발 참사 이후로 운항 중지됐다. 체펠린의 유선형 몸체는 공중항해 속도와 연료 효율 면에서 최적은 아니지만 장거리 비행 대비 승객을 최다 탑승시킬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Image courtesy ⓒ Archiv der Luftschiffbau Zeppelin GmbH.

 

 

격동의 시기에 탄생한 스트림라인 모던

19세기 말엽을 거쳐 20세기에 접어들 무렵, 기계는 직선적이고 육중하며 진취적인 인상을 주며 근대적 물질 문명의 심볼로서 대중의 주목을 끌었다. 당시 독일의 바우하우스 건축 및 디자인 운동은 직선 위주에 일체의 장식이나 군더더기를 없앤 새로운 미학으로 근대인들에게 봉사할 대중적이고 인도적인 디자인을 소개하는 데 한창이었다. 또한 이탈리아에서는 1910년 무렵부터 기계라는 근대적 과학기술의 이기에서 참신함, 젊음, 힘, 속도감을 포착하고 그것이 자아내는 역동적 아름다움을 찬양한 미래주의(Futurismo) 운동이 발기하며 다가올 신시대의 기계문명을 두 팔 벌려 힘차게 포용했다. 이탈리아 미래주의는 영국으로 건너가 보티시즘(Vorticism, 또는 소용돌이파) 운동으로 이어졌다.

 

아무리 최적의 과학과 공학 원리라도 예뻐 보이지 않으면 디자인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법. 파울 야라이가 도달한 최적의 유선형 자동차는 앞은 뭉툭하게 둥글리고 뒤는 뾰족하게 뺀 눈물 모양(teardrop shape)이었는데 모양새가 기이하단 이유로 교통수단 생산업체들은 실제 상용화를 꺼렸다. 하지만 BMW, Fiat, Hansa, OPEL, Steyr, Mercedes-Benz 등 명망 있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유선형 기술이 응용된 단기생산 자동차 시리즈 모델을 프로토타입화하거나 소량 생산했다. (왼쪽) 푸조 402는 1935년에 출시됐다. (오른쪽) 1938년형 반더러(Wanderer) W25 스페셜 모델. Photo: Stefan Walter. Image courtesy ⓒ Zeppelin Museum Friedrichshafen.

아무리 최적의 과학과 공학 원리라도 예뻐 보이지 않으면 디자인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법. 파울 야라이가 도달한 최적의 유선형 자동차는 앞은 뭉툭하게 둥글리고 뒤는 뾰족하게 뺀 눈물 모양(teardrop shape)이었는데 모양새가 기이하단 이유로 교통수단 생산업체들은 실제 상용화를 꺼렸다. 하지만 BMW, Fiat, Hansa, OPEL, Steyr, Mercedes-Benz 등 명망 있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유선형 기술이 응용된 단기생산 자동차 시리즈 모델을 프로토타입화하거나 소량 생산했다. (왼쪽) 푸조 402는 1935년에 출시됐다. (오른쪽) 1938년형 반더러(Wanderer) W25 스페셜 모델. Photo: Stefan Walter. Image courtesy ⓒ Zeppelin Museum Friedrichshafen.

 

 

‘스트림라인 모던(Streamline Moderne)’ 또는 근대 유선형주의 디자인은 본래 유럽 양차 세계대전 사이기와 제2차 세계대전기 무렵인 1920년대~1940년대에 유행한 아르데코(Art Deco) 양식에서 가지 쳐 나온 미학적 조류의 하나였다. 인류 역사상 가장 잔혹하고 대량살상력을 기록했던 제1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후, 1920년대에 접어들자 디자이너들은 현실이 된 기계 시대(machine age)에 걸맞는 근대적 정신(modern spirit)을 해석해 표현할 수 있는 미학을 찾아 고심했다.

 

그리고 그 조형적 언어에 대한 단서를 기계 미학에 담긴 기하학적 요소에서 발견하려 애썼는데, 그 결과 탄생한 양식이 바로 스트림라인 모던, 또 다른 표현으로 근대 유선형 양식(Streamline Style)이다. 스트림라인 모던은 유럽과 미국에서 경제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격동과 환란의 시기 동안 미술과 건축을 포함한 실내장식용 가구, 의상, 패키징, 포스터, 서체에 이르는 방대한 디자인 분야에 골고루 영향을 끼치면서 대중의 일생생활에 침투했다. 이들은 미래에 다가올 기계와 기술의 시대는 이제 현재의 일부가 되었음을 서서히 각인시켰다.

 

건축, 가구, 일상용품, 비행기-배-기차-자동차를 아우르는 교통 디자인 일체를 포함하여 유선형(streamline) 디자인의 외형은 가로선상 평행선, 둥글게 굴린 모서리, 은근하게 가미한 사선 요소와 큰 금속 시트 한 장으로 찍어낸 듯한 일체형 몸체가 특징적이다. 전체적으로 단순하고 매끈해 보이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과학적 혁신과 스피디한 인상을 주지만 실제 기능상으로 더 속도가 빠르거나 에너지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뉴욕 중앙철도(New York Central Railroad) 사가 1936년 개통해 시카고~디트로이트를 운행한 시카고 머큐리 기차의 엔진 머리 부분. 시카고 머큐리 기차는 헨리 드레이퍼스(Henry Dreyfuss)가 디자인했다.

건축, 가구, 일상용품, 비행기-배-기차-자동차를 아우르는 교통 디자인 일체를 포함하여 유선형(streamline) 디자인의 외형은 가로선상 평행선, 둥글게 굴린 모서리, 은근하게 가미한 사선 요소와 큰 금속 시트 한 장으로 찍어낸 듯한 일체형 몸체가 특징적이다. 전체적으로 단순하고 매끈해 보이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과학적 혁신과 스피디한 인상을 주지만 실제 기능상으로 더 속도가 빠르거나 에너지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뉴욕 중앙철도(New York Central Railroad) 사가 1936년 개통해 시카고~디트로이트를 운행한 시카고 머큐리 기차의 엔진 머리 부분. 시카고 머큐리 기차는 헨리 드레이퍼스(Henry Dreyfuss)가 디자인했다.

 

 

스트림라인 모던, 민주적 아르데코 시대를 열다

1925년에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The International Exhibition of Modern Decorative and Industrial Arts)에서 아르데코 미학은 그 웅장하고 위력적인 미학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유럽의 정치적, 문화적 헤게모니의 종결을 고한 행사였다. 그로부터 약 15년 후 1939년 뉴욕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에서 주최국 미국은 우리에게도 모더니즘이 있음을 공신 선언하고 향후 미국인들이 주도해 나갈 미래의 일상을 제시했다. 이 행사에서 ‘미국 모더니즘(American Modern)’ 디자인의 선구자 노먼 벨 게데스(Norman Bel Geddes)는 제네럴 모터스(General Motors) 관의 대표 디자이너로 참가하여 ‘나는 미래를 봤다(I Have Seen the Future)’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유선형과 유기적 선의 미학이 담긴 각종 산업디자인 용품을 선보였다.

 

‘… 유선형을 한 사물이란 액체나 공기 속을 빠져나갈 때 가장 적은 저항을 일으키게끔 표면이 고안된 것을 뜻한다’고 미국의 선구적 산업디자이너 노먼 게데스는 정리했다. 1939년 뉴욕 국제박람회 ‘나는 미래를 봤다’ 전에 출품한 모터 카 제9번(Motor Car No. 9 (without tail fin)), 1933년 경. Edith Lutyens and Norman Bel Geddes Foundation/Harry Ransom Center.

‘… 유선형을 한 사물이란 액체나 공기 속을 빠져나갈 때 가장 적은 저항을 일으키게끔 표면이 고안된 것을 뜻한다’고 미국의 선구적 산업디자이너 노먼 게데스는 정리했다. 1939년 뉴욕 국제박람회 ‘나는 미래를 봤다’ 전에 출품한 모터 카 제9번(Motor Car No. 9 (without tail fin)), 1933년 경. Edith Lutyens and Norman Bel Geddes Foundation/Harry Ransom Center.

 

 

스트림라이닝 디자인은 1930년대부터 1950년대 사이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상업적인 성공을 이룩했다. 갑부 고객을 겨냥했던 유럽 아르데코 양식은 값비싼 자재와 화려한 디자인으로 유명 장인의 손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대중화가 어려웠다. 허나 귤이 바다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던가? 부유층을 상대로 소량 생산되었던 아르데코 디자인은 미국으로 건너온 후 간소화, 대량생산화되어 ‘스트림라인 모던’ 양식이라는 한결 간결하고 역동적인 외양으로 쇄신하고 이른바 미국판 ‘역동적인 아르데코 양식(Art Deco on the Move)’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드디어 만인을 위한 대중적, 민주적 아르데코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아르데코 양식이 위로 치솟는 상향 지향적이고 각진 기하학적 스타일링을 추구했던 데 반해서, 유선형 스타일은 곡선과 유기적 형태를 즐겨 사용했다. 산업디자이너들은 기차나 자동차처럼 움직이는 제품뿐만 아니라 건물, 냉장고, 다리미 같이 움직이지 않는 제품에도 ‘역동성(Movement)’을 부여해야 한다고 여겼다. 유선형 스타일링을 했다 하여 실제 제품의 기능이 더 좋아진 것, 즉 형태가 기능을 꼭 따른 것은 아니었다. (왼쪽) 로버트 헬러(Robert Heller)가 디자인 한 에어플로(Airflow) 선풍기, A. C. Gilbert Company, 1937년 경, 34.29 x 26.67 x 22.86 cm, 에나멜과 크롬도금 강철, 알루미늄, 에나멜 주물강철. ⓒ Image courtesy: Dallas Museum of Art. (오른쪽) 1960년대에 생산된 독일 자센하우스(Zassenhaus) 빵 자르는 기계. Photo: Markus Tretter. Image courtesy ⓒ Zeppelin Museum Friedrichshafen.

아르데코 양식이 위로 치솟는 상향 지향적이고 각진 기하학적 스타일링을 추구했던 데 반해서, 유선형 스타일은 곡선과 유기적 형태를 즐겨 사용했다. 산업디자이너들은 기차나 자동차처럼 움직이는 제품뿐만 아니라 건물, 냉장고, 다리미 같이 움직이지 않는 제품에도 ‘역동성(Movement)’을 부여해야 한다고 여겼다. 유선형 스타일링을 했다 하여 실제 제품의 기능이 더 좋아진 것, 즉 형태가 기능을 꼭 따른 것은 아니었다. (왼쪽) 로버트 헬러(Robert Heller)가 디자인 한 에어플로(Airflow) 선풍기, A. C. Gilbert Company, 1937년 경, 34.29 x 26.67 x 22.86 cm, 에나멜과 크롬도금 강철, 알루미늄, 에나멜 주물강철. ⓒ Image courtesy: Dallas Museum of Art. (오른쪽) 1960년대에 생산된 독일 자센하우스(Zassenhaus) 빵 자르는 기계. Photo: Markus Tretter. Image courtesy ⓒ Zeppelin Museum Friedrichshafen.

 

 

미국 산업디자인의 주축이 된 스트림라인 모던

스트림라인 모던 양식은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후 1950년대부터 세계 패권국이 된 미국의 근대적 경제 건설과 성장을 상징하는 미학 양식이다. 따라서 미국인들에게 유선형 미학이란 문화적 선도 요소이며 경제적 촉매제였다. 경제 붐을 맞으며 자신감과 낙관으로 물들기 시작했던 미국인들에게 ‘미국적 근대주의(American modernity)’의 미학을 보여줬으며, 빈곤과 피폐의 경제공황기를 잊고 물질적 풍요와 안락을 향유하고픈 욕구를 한껏 불지폈다. 덩달아서 산업디자인은 광고와 더불어 미국 자본주의 경제를 빛내줄 전문분야로 등극했고, 산업디자이너가 새로운 전문가로 각광받기 시작한 때도 바로 이즈음이었다.

 

미국에서 시작된 이른바 ‘산업디자인의 황금기’라 여겨지는 1940년대~1970년대 산업디자이너들은 미국인들의 일상생활을 편안하고 안락하게 해주는 일상 소비재 용품(라디오, 진공청소기, 냉장고 등)과 대중사회의 교통통신 대중화시켜줄 대중교통 수단(디젤 연료 기관차, 항공여객기, 개인용 승용차)를 디자인했다. 이들은 현대적 편의와 멋있는 삶의 원형을 제시한 라이프스타일 창시자들이자 제조업의 꽃이었다. 산업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구축한 미국 디자인계의 또 다른 선구자 월터 티그(Walter Dorwin Teague)는 라디오, 조명등, 기관차, 자동차, 고급 테이블웨어 등 아이콘격 유선형 디자인을 남겼는데, 특히 코닥 카메라와 코닝 유리제품의 디자이너로 명성을 얻었다.

 

움직이지 않을 (움직이지 않아도 될) 사물에도 기류의 흐름에 맞춰 유선형을 입혀야 한다. 포물선 모양의 곡선으로 시작하여 뒤고 길게 뽑힌 후미의 유선형 형태에 담긴 역동성은 우리 시대의 성격이다. <아키텍처럴 포럼(Architectural Forum)>의 월터 티그의 글 중에서(1940년). (왼쪽) ‘제피어(Zephyr)’ 탁상용 시계 모델 P40 스타일 304, 소재: 알루미늄과 크롬도금 된 강철, 15.88 × 27.31 × 6.35cm, 1935년 경 생산. Collection: Decorative Arts and Design. (오른쪽) 헨리 드레이퍼스가 디자인한 Model 302 전화기로, 미국 전역에 새로 깔린 AT&T 통화망용이다. 디자이너 헨리 드레이퍼스가 자회사 벨랩(Bell Lab) 사와 협력해 디자인한, 직선과 곡선의 우아한 결정체라고 평가 받는다. Image courtesy: Cooper-Hewitt Museum, New York.

움직이지 않을 (움직이지 않아도 될) 사물에도 기류의 흐름에 맞춰 유선형을 입혀야 한다. 포물선 모양의 곡선으로 시작하여 뒤고 길게 뽑힌 후미의 유선형 형태에 담긴 역동성은 우리 시대의 성격이다. <아키텍처럴 포럼(Architectural Forum)>의 월터 티그의 글 중에서(1940년). (왼쪽) ‘제피어(Zephyr)’ 탁상용 시계 모델 P40 스타일 304, 소재: 알루미늄과 크롬도금 된 강철, 15.88 × 27.31 × 6.35cm, 1935년 경 생산. Collection: Decorative Arts and Design. (오른쪽) 헨리 드레이퍼스가 디자인한 Model 302 전화기로, 미국 전역에 새로 깔린 AT&T 통화망용이다. 디자이너 헨리 드레이퍼스가 자회사 벨랩(Bell Lab) 사와 협력해 디자인한, 직선과 곡선의 우아한 결정체라고 평가 받는다. Image courtesy: Cooper-Hewitt Museum, New York.

 

 

오늘날 비즈니스 마케팅 분야에서도 업적을 재평가받고 있는 또 다른 미국 산업디자이너는 바로 레이먼드 로위(Raymond Loewy)다. 본래 프랑스에서 태어난 그는 제1차 세계대전을 피해 새 인생을 찾기 위해 1919년 뉴욕으로 건너왔다. 그는 뉴욕의 고급 백화점 쇼윈도 장식과 가전용 전자제품 스타일링을 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출발했다. 미국의 폭발적인 경제 부흥기라는 호기를 등에 업고, 특히 1960~70년대에 그래픽, 브랜딩, 제품, 가전, 교통, 인테리어 등 분야를 망라하며 유명한 기업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주 받았다. 특히 그는 유선형 미학을 (기능과는 무관하게) 순수하게 스타일링적 요소로만 활용하며, 새롭게 도약하는 미국 경제의 역동성, 스피드, 날렵함에서 풍기는 낙관적 미래상 창조로 연결했던 마케팅의 귀재였다. 소비자들은 새로우면서도 어딘지 낯익은 듯 친숙하게 느껴진 그의 디자인을 거침없이 수용했고, 그의 디자인 컨설팅을 도입한 클라이언트 기업들은 매출 성공을 거듭해 나갔다.

 

부드러운 곡선이 특징인 현대식 유선형 디자인

실제로 에어로다이나믹공학과 디자인을 결합하여, 말 그대로 형태와 기능을 결합시킨 과학적 유선형 디자인 혁신은 독일 디자이너 루이지 꼴라니(Luigi Colani)에 의해서 1970년대에 와서야 현실화됐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고 했던 독일 바우하우스 디자인 철학에 입각한 그는 일찍이 1940년대와 1950년대에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공기역학(aerodynamics)를 공부한 후 60여 년 동안 공기역할과 형체에 대한 연구를 거듭했다. 그 결과 연료를 절반으로 절약하여 환경친화적이고 소비자의 연료소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디자인 영감을 자연에서 찾는다. 마찬가지로 일본의 신칸센 초고속 열차를 디자인한 엔니지어는 물총새의 움직임을 관찰하던 중 현재 신칸센 특유의 에어로다이나믹한 전면부 노즈와 후면부 꼬리 디자인을 착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왼쪽) 자신의 디자인을 ‘바이오 디자인(bio-design)이라 부르는 루이지 꼴라니는 자연을 스승으로 삼은 ‘바이오다이내믹(biodynamic)’ 디자인으로 모양만이 아닌 기능적으로도 유선형 디자인을 실현한 디자이너다. Image courtesy: Vitra Design Museum. (오른쪽) 1980년대 멤피스 밀라노 디자인 철학과 유선형 미학을 결합한 볼리디즈모 디자인 운동의 대표 주자 마시모 요사 기니의 작품 <제르베(gervais)> 아이스크림 가판수레, 1989년 작. Image courtesy: Iosa Ghini Associati ⓒ 2011.

(왼쪽) 자신의 디자인을 ‘바이오 디자인(bio-design)이라 부르는 루이지 꼴라니는 자연을 스승으로 삼은 ‘바이오다이내믹(biodynamic)’ 디자인으로 모양만이 아닌 기능적으로도 유선형 디자인을 실현한 디자이너다. Image courtesy: Vitra Design Museum. (오른쪽) 1980년대 멤피스 밀라노 디자인 철학과 유선형 미학을 결합한 볼리디즈모 디자인 운동의 대표 주자 마시모 요사 기니의 작품 <제르베(gervais)> 아이스크림 가판수레, 1989년 작. Image courtesy: Iosa Ghini Associati ⓒ 2011.

 

 

1980년대에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와 함께 밀라노의 스튜디오 멤피스에서 활동하다가 1985년 볼리디즈모(Bolidismo) 운동을 주도한 이탈리아의 디자이너 마시모 요사 기니(Massimo Iosa Ghini)는 디자인을 기능주의로부터 해방시키고 미술과 가까운 조형세계를 추구했다. 과거 아르데코와 미국 유선형 디자인에서 본 듯한 흐르는 곡선과 직선을 결합하여 마치 부드러운 기계(soft machine)을 연상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20세기 중엽 미국의 유선형 디자인은 육중하고 위력적인 스트림라인 미학이었다. 하지만 80년대 볼리디즈모 디자인 운동을 통해 리바이벌된 현대식 유선형은 이와는 정반대다. 섬세해 보이는 곡선과 원색 위주의 강렬한 색상의 조합으로 한결 여성스러워진 한편, 고성능(high performance)과 정밀함(precision), 편안함(comfort)까지도 은근하게 암시하는 듯하다.

 

오늘날 현대 디자인의 아이콘이 된 호주의 산업디자이너 마크 뉴슨(Marc Newson)이 디자인한 <록히드 라운지(Lockheed Lounge)>는 작품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유선형 비행기 기체의 에어로다이나미즘을 감각적인 곡선과 디테일로 재해석했다. 1988년 작, Aluminium과 GRP 소재. Courtesy: Marc Newson Design.

오늘날 현대 디자인의 아이콘이 된 호주의 산업디자이너 마크 뉴슨(Marc Newson)이 디자인한 <록히드 라운지(Lockheed Lounge)>는 작품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유선형 비행기 기체의 에어로다이나미즘을 감각적인 곡선과 디테일로 재해석했다. 1988년 작, Aluminium과 GRP 소재. Courtesy: Marc Newson Design.

 

 

유선형 미학이 가진 낙관성과 시각적 매력

1980년대 이후부터 경영학에서는 비대해진 조직을 축소시키거나 경영과 직제를 합리화해 능률을 높이는 것을 가리켜 ‘스트림라이닝(streamlining)’이라 칭한다. 초기의 유선형 디자인도 지난 20세기 동안 보다 과학화된 스트림라이닝 과정을 거쳤다. 20세기 초 유선형 자동차 디자인의 선구자 파울 야라이(Paul Jaray)는 수 차례의 실험 끝에 최적의 유선형 자동차란 앞은 뭉툭하게 둥글리고 뒤는 뾰족하게 뺀 눈물 방울 모양(teardrop shape)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보기에 기이하고 후미 부분이 유난히 길다는 미관상의 이유로 자동차 생산업체들은 생산을 꺼리기도 했지만 결국 크라이슬러 에어플로우, 푸조 402, 후방엔진형 타트라(Tatra)는 모두 앞다투어 야라이의 유선형 원칙을 디자인에 도입했다. 이후 독일의 공기역학자 부니발트 캄(Wunibald Kamm)이 뾰족한 후미 즉, 캄백(Kammback) 또는 캄테일(Kammtail)이라는 기술적 해결책을 내놓아, 쉐보레 콜벳 스포츠카와 최근 토요타 프리우스에도 응용되어 자동차 디자인은 세련화를 거듭하고 있다.

 

유선형 디자인이 탄생한 지 근 100년이 되어간다. 단순 간결의 미니멀리즘이 한동안 현대 디자인을 주도해왔지만, 여전히 가슴 한구석엔 유선형 굴곡과 포물선 속에 담긴 낙관성과 시각적 매력을 잊지 않고 있다. 20세기 디자인 역사 속의 유선형 미학의 전개와 진보상을 진귀한 소장품과 사진자료를 통해서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디자인 전시회 ‘Strom Lilien Form(유선형)’이 체펠린의 원 발명지 독일 프리드리히스하펜 시의 체펠린 박물관(Zeppelin Museum Friedrichshafen)에서 내년 4월 17일까지 열린다.

 

 

_ 박진아 (미술사가 · 디자인컬럼니스트, jina@jinapa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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