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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눈이 공공의 이익과 사회적 가치에 바라보고 있는 지금 시대는 디자이너에게 과연 어떤 디자인을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그리고 상위 10%를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던 이전의 디자인 개념은 더 이상 그 고민에 대한 해답이 되기 힘들다. 이제 시대가 원하는 가치의 척도는 더 나은 미래를 ‘함께’ 하기 위한 디자인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2012-04-16)
디자인의 새로운 역할 ②

앞선 1부에서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은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고 정리된바 있다. 이러한 개념은 자연스레 디자인의 역할이 시대가 추구하는 가치 속에 놓여 있다는 확장된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세계는 지금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에 ‘함께’라는 공통된 구호를 덧붙여 외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이 시대가 논하고자 하는 가치인 셈이고, 디자인적 사고를 통해 그 구호를 실천하는 것이 여기서 말하는 디자인의 역할인 것이다.

강연 | 정인애 :DOMC 대표
에디터 | 길영화(yhkil@jungle.co.kr)


세상의 눈이 공공의 이익과 사회적 가치에 바라보고 있는 지금 시대는 디자이너에게 과연 어떤 디자인을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그리고 이제 상위 10%를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던 이전의 디자인 개념으로는 더 이상 그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기 힘들어졌다. 시대가 원하는 가치의 척도가 더 나은 미래를 ‘함께’ 하기 위한 디자인으로 옮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10%가 아닌 소외된 90%, 그리고 지구온난화, 물 부족, 에너지, 빈곤, 기아 등 지금 세상이 앓고 있는 상처를 보듬는 일에 디자인적 사고가 쓰여져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여기서는 디자인적 사고가 일으키는 변화의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며, ‘함께’를 외치는 디자인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되뇌어 본다.



먼저 물 부족에 시달리는 수많은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 된 물통, Q-드럼(Q-Drum)’을 보자. 디자이너인 ‘PJ and JPS Hendrikse’는 아프리카 곳곳의 주민들이 식수를 구하기 위해 수십 킬로미터까지 움직여야 한다는 불편한 사실을 관찰했다. 먼 거리 이동으로 물을 효율적으로 나를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육체적 고통까지 따르고 있었던 것. 주민들에게는 물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힘들이지 않고 나를 수 있는 방법이 절실히 필요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 Q-드럼으로 바퀴 형태의 이 물통은 마치 여행가방을 끌 듯, 아이들도 손 쉽고 낭비없이 물을 나를 수 있도록 되어있다.

아이디오(IDEO) 디자인팀의 'aquaduct' 역시 이와 비슷한 사례다. 자전거 관련 기술을 이용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구글 주최의 디자인 경연대회 수상작이기도 한 이 자전거는 뒷부분에 총 20갤런의 물을 담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다. 물의 운반을 훨씬 용이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페달을 밟으면 자전거 내에 설치된 필터를 통해 저장된 물이 정수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어떻게 하면 쉽게 물을 운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깨끗한 물을 조달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다.



또 다른 예로는 ‘출산도우미키트’가 있다. 전세계적으로 해마다 2천만 명 이상의 여성이 병원이 아닌 ‘산파’의 도움으로 외부에서 출산한다. 그러나 의료시스템에서 벗어나 있는 이들의 출산환경은 비위생적이고 기본적인 의료도구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인덱스 어워드 수상작이기도 한 ‘출산도우미키트’는 바로 이러한 문제에 주목한 디자인적 사고의 결과물이다. 간단한 수술복과 의료도구, 위생시트로 구성된 키트를 통해 산모들은 안전한 출산환경을 제공받는다. 또한 출산을 돕는 산파들에게도 적절한 도움이 되어준다.

이외에도 위와 같은 사례들을 찾아 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수많은 사례들이 쏟아져 나올 정도다. 이는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디자인이 뛰어난 방법론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디자이너가 짊어 진 중대한 역할을 말해준다. 이전 산업사회의 디자인이 기업의 이윤추구나 마케팅을 위한 도구였다면, 21세기의 디자인은 지속가능 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밑거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를 위한 디자인적 사고와 그것이 가지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 앞서 살펴본 디자인의 역할이 국내에서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여기 사회적 가치를 위한 디자인에 작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한 비영리 단체가 있다. 정인애 대표가 이끌고 있는 디자인 나눔센터, :DOMC(design oneness mission center)다.

:DOMC가 설립된 계기는 다름 아닌 국내 디자인 시장의 문제점에서 비롯된다. 수요에 비해 넘쳐나게 배출되고 있는 디자인 인력의 과대 공급. 디자이너의 수는 계속 늘어나는데, 수용할 수 있는 기업은 한정되어 있고, 그러다 보니 소규모 디자인 창업시장이 지나치게 비대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크고 작은 스튜디오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선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심해진다는 뜻이고, 치열한 경쟁 구조 속에서는 결국 ‘함께’, ‘나눔’이라는 의미가 희석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사실 국내 디자이너들 각각의 아이디어와 컨셉은 너무도 훌륭하다. 이는 해외 유수 디자인 공모전에서 한국 디자이너의 수상 소식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문제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지금의 경쟁 속에 던져진 소규모 스튜디오로서는 그것을 실재화 할 수 있는 자본 유치가 힘들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디자이너를 다양한 정부기관이나 기업, 국제기구, 시민사회 등과 연결 시켜 줄 수 있는 네트워크였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하기 위해 시작된 곳이 바로 :DOMC로 이들의 파트너쉽은 ‘디자인 나눔’이라는 시대적 가치를 내건 활동으로 구체화 된다.


그들의 나눔 활동은 지금까지 총 17개 프로젝트, 151명의 참여 디자이너, 20곳의 수혜기관으로 요약된다. 그 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들여다보자면, 먼저 지난 2009년에 진행되었던 ‘서울시 폐휴대폰수거함 박스디자인’이 있다. 휴대폰의 교체시기가 빨라지고 있는 요즘 사람들에게 서랍 속 폐휴대폰의 재활용 가치를 알리고, 보다 간편하게 수거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다. 디자이너의 리서치와 아이디어가 공공 기관이 주도하는 캠페인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지를 잘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또한 :DOMC는 같은 해 10월에 열렸던 디자인 올림픽에서 학용품을 모아 아프리카로 보내는 ‘드림켓 주머니 디자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디자이너, 유명인사, 시민들이 직접 드림켓이라는 주머니를 디자인하고, 그 안에 학용품이나 신발을 넣어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캠페인으로 ‘나눔’의 의미를 경험을 통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했던 프로젝트다. 한 가지 사례를 더 꼽자면, 청소년 교육 봉사단체인 씨드스쿨의 의뢰로 시작된 ‘씨드스쿨 미래명함만들기’를 소개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중학교 ,3학년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방과후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1년 동안 진행된다.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멘토와 함께 꿈을 위한 비전을 함께 세우기도 하고, 시각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꿈을 직접 명함으로 디자인하기도 하면서 미래에 대한 밝은 희망을 미리 체험할 수 있다.



:DOMC가 추구하는 사회적 디자인 활동은 최근 서비스디자인워크숍, ‘design DIVE 2020’ 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세 차례 진행된 이 워크숍은2020년 미래 가상사회의 시나리오를 그려보는 자발적 다학제 연구모임으로 고령화, 환경, 자원, 의료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하게 될 문제들의 창의적인 해결 방안을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에 따라 탐구해오고 있다. ‘design DIVE 2020’은 지식경제부와 디자인진흥원이 함께 하고 있으며, 그들의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의 연구는 지속될 예정이다. 참고로 지난해 진행된 워크숍 결과물은 다음의 링크를 통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design DIVE 2020’ 결과 보고서 다운로드


두 번에 걸친 이야기에서 우리는 자본주의적, 혹은 소비지향적 디자인이 이제 공공 사회 문제 해결 디자인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방법론으로 서비스디자인이라는 총체적인 디자인적 사고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처럼 점점 확대되고 변화하고 있는 디자인의 역할과 범위 속에서 과연 디자이너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인가. 이에 정인애 대표는 무엇보다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흐름이나 혁신도 어쨌거나 그 시작은 작은 발견이나 소수의 움직임이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행동하는 디자인이야 말로 더 나은 세상을 함께하기 위한 힘의 원천이자 우리 디자이너들의 역할이라는 말이다. 이는 비단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



관련정보 참고링크
쓸만한 웹(서비스디자인 관련 정보 카페) http://usableweb.co.kr
디자인카운슬 http://www.designcouncil.org.uk
Dott Cornwall(2011년 진행된 Dott 캠페인) http://www.dottcornwall.com
IDEO http://www.ideo.com
:DOMChttp://www.playdomc.com




* 디자인으로 사는 세상(기획: 정소익 도시매개프로젝트 소장)은 구 서울역사 복합문화공간 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하는 ‘카운트다운’ 프로젝트의 강연 프로그램이다. 디자인, 건축의 영역은 어디까지인가, 디자인과 건축의 역할은 무엇인가. 또 이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단순히 ‘디자인 만들기’에 머무르지 않고 다학적인(interdisciplinary) 방법, 다각적인 대상과 연동하는 디자이너와 건축가들과 함께 이들이 어떻게 과거와 현재 사이의 사회, 디자인, 도시의 변화를 읽고 있는지 들어 본다. 또한 공유, 소통, 참여, 자발적 움직임 등과 같은 오늘날의 주제에 대해 이들이 디자인을 접목시키는 방식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강연은 지난 2011년 12월 6일 종료되었고, 매거진정글에서는 주요 강연에 대한 리뷰를 몇 차례 연재를 통해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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