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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디자이너 오혜진 (2014-06-03)
오혜진의 ‘Walk in The Document’ 전시를 보고 있자면, 한 권의 책을 읽는 기분이 든다. 그래픽 디자인의 각각 다른 언어로 구성된 작품들은 세 개의 섹션으로 나뉘었지만, 전시 타이틀 아래 기획하고 배치된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이는 개별적으로도 하나의 작품이 되지만, 전시장 전체의 구성과 맥락 자체가 하나의 작업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관람객들은 하나, 하나의 내용에 집중하다가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전시와 만나게 된다. 
그래픽 언어를 전시장에 옮기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경험한다는 말과 같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 책을 이해하는 볼륨은 각각 다르다. 내용만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책의 디자인이나 서체, 전체적인 느낌을 떠올리기도 한다. 내용만 기억하는 사람들 중에도 전체 스토리나 주인공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것 같은 내용에 대해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것이 책을 읽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경험을 만들어간다.

오혜진의 ‘Walk in The Document’ 전시를 보고 있자면, 한 권의 책을 읽는 기분이 든다. 그래픽 디자인의 각각 다른 언어로 구성된 작품들은 세 개의 섹션으로 나뉘었지만, 전시 타이틀 아래 기획하고 배치된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이는 개별적으로도 하나의 작품이 되지만, 전시장 전체의 구성과 맥락 자체가 하나의 작업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관람객들은 하나, 하나의 내용에 집중하다가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전시와 만나게 된다. 전시장 입구에 놓인 팸플릿은 관람객을 위한 지도이자, 한 권의 책을 만들어가는 설명서 역할을 하지만 의미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산책하다 발견하게 되는 의외의 풍경처럼 오브제들과 자연스럽게 만나고 또 어우러지기를 권유한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프리랜서 디자이너 오혜진은 ‘Walk in The Document’ 展의 시작이자 2011년부터 진행해온 개인 작업인 ‘도큐멘트’ 시리즈를 비롯해, 이미 다양한 작업과 전시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2014 구슬모아 당구장 선정 작가전이자, 그녀의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그래픽 디자인의 언어가 텍스트 위가 아닌 다양한 공간과 매체를 통해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오로지 마우스를 이용해 그린 드로잉 62점을 모아 놓은 ‘마우스 포인터리안’, 재가공된 사진 이미지들을 벽면에 레이어를 쌓는 방식으로 구현한 ‘정크 픽셀’, 포토샵의 벡터 이미지 위에 있는 3차원적인 오브제를 자석으로 재현한 ‘벡터 랜드스케이프’ 등 그래픽 디자인을 이루는 익숙한 요소들을 오혜진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또한 ‘도큐멘트’ 시리즈의 일곱 번째 작품이자, 그동안의 작업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자리였다.


Jungle : 첫 번째 개인전을 마친 소감이 궁금하다.

개인전이라고 하지만, 이번 전시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만들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뮤지션 그레이와 함께한 공연, 마크팀의 영상 작업, 스튜디오 코우너스가 출판한 마우스 ‘포인터리안’, 소목장 세미가 제작했던 전시장 내의 테이블이나 깃대 등의 요소가 더 빠졌더라면 이번 전시가 만들어질 수 없었다. 이분들을 만나 작업에 대한 피드백도 듣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즐거웠다.

Jungle : 이번 전시는 그간 진행해온 ‘도큐멘트’의 일곱 번째 시리즈다. 이전에는 주로 텍스트나 출판물을 통해 선보인 작업을 전시장 안에 구현한 느낌이 어떤가?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작업을 직접 보여줄 수 있어 좋았다. ‘도큐멘트’ 시리즈는 처음 구상할 때부터, 형식을 따로 정해놓지 않았다. 그래서 작업을 지면이나 출판물에 한정 짓지 않고 공간에 설치하거나 오브제 등으로 풀어보려고 했는데, 이번 전시에서 그것을 시도할 수 있었다.

‘도큐멘트’ 첫 번째 시리즈는 이전에 했던 작업들을 모은 출판물이었다. 시작할 때부터 형식을 정해놓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행 방향도 자유롭다. 이번 작업이 전시였다면, 다음에는 또 다른 무엇이 될 수 있을 것이다.


Jungle : 그래픽 디자인의 언어로 다양한 매체와 만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을 시작한 계기가 있었나?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디자이너로서 다른 사람의 콘텐츠를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고 싶었다. 편집 디자인을 하다 보면, 기존에 있는 글이나 이미지들을 받아 배치하는 일에 신경을 많이 쓴다. 이것이 반복되다 보니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자고 생각했다.



Jungle : 프리랜서 디자이너로서 외부 작업과 개인 작업인 ‘도큐멘트’ 시리즈를 지속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인가?

개인 작업은 일이 없을 때 하면 된다(웃음) 졸업한 직후 회사를 일년 반 정도 다니다가 지금까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면, 일이 몰릴 때도 있지만 조금 느슨한 시간이 생기기도 한다. 이때 마냥 불안하게 생각하지 않고, 평소 하고 싶었던 개인 작업을 했던 것이 쌓였다. 이것들이 다음 작업을 하기 위해 숨을 고르는 시간이 되었다.

Jungle : 반면에 전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

스스로 부족한 점을 많이 발견했다. 예를 들어, ‘벡터 랜드스케이프’의 오브제를 자석으로 만든 것은 물성 자체의 입체감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막상 설치를 해보니 원했던 느낌이 나지 않았다. 또한 어디에든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자석의 특성을 그래픽 디자인과 연결시켜 보려 했는데, 다소 소극적으로 그려진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서 다른 분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 미술관 측에서도 지원을 많이 해주셔서 앞으로 이런 부분들을 보완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Jungle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올 가을에는 본격적으로 프로덕트 디자인을 선보이려고 한다. 스티커나 자석 등을 제작하되 이 속에 담겨 있는 스토리나 맥락을 읽어낼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이제까지는 프리랜서로 계속 활동해왔는데,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사업자 등록증을 낸 후에 스튜디오를 만들 예정이다. 스튜디오의 형태는 미정이지만, 다양한 협업의 가능성은 열어둘 것이다.

오혜진:http://www.hez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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