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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부터 존 버거(John Berger, 1926-2017)의 책을 꾸준히 출간해 온 열화당이 그의 오리지널 드로잉 60여 점을 중심으로 작은 전시를 마련했다.  (2017-03-21)
‘존 버거의 스케치북’

 


 

2004년부터 존 버거(John Berger, 1926-2017)의 책을 꾸준히 출간해 온 열화당이 그의 오리지널 드로잉 60여 점을 중심으로 작은 전시를 마련했다. 

 

존 버거_고대 이집트 아신트의 무덤에서 발견된 조상彫像에 영감을 받아서_벤투의스케치북146쪽

존 버거_고대 이집트 아신트의 무덤에서 발견된 조상彫像에 영감을 받아서_<벤투의 스케치북> 146쪽


 

지난 1월 2일 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추모의 의미를 함께 담게 되었지만, 그가 평생 동안 함께하고 탐구해 온 ‘드로잉’에 대한 생각들을 따라가 보는 것이 이번 전시 의 주제다. 전시에 맞춰 존 버거의 마지막 에세이집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Confabulations)>와 그의 평생의 동지였던 사진가 장 모르(Jean Mohr)가 오십 년 동안 찍은 존 버거의 초상사진집 <존 버거의 초상 (John by Jean)>이 함께 출간된다.

 

드로잉이란 행위에 대한 탐구 

존 버거는 1950년대 초, 화가이기를 포기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당시 핵전쟁의 위기에 대응하는 직접적인 방법으로 인쇄매체와 글이 더 빠르고 적합하다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결코 ‘드로잉’만은 멈추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예술가는 유화나 조각 작품을 완성할 때, 어떤 대상을 견고하게 재창조하고 그 안에 들어가려 하지만, 드로잉은 대상을 통과해 지나간다. 또한 드로잉은 간략하고 즉각적인, 무엇보다 아주 사적인 작업으로,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과 소통하기 위해서 한다. 드로잉 앞에서 우리는 그림 자체보다는 그것을 그린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화가의 눈이 지나간 자리와 경험을 따라가게 된다. 

 

존 버거_붓꽃_벤투의스케치북115쪽

존 버거_붓꽃_<벤투의 스케치북> 115쪽

 

존 버거_사랑의파슬리_벤투의스케치북 한국판 서문을 대신해 보내온 드로잉

존 버거_사랑의파슬리_벤투의스케치북 한국판 서문을 대신해 보내온 드로잉


 

드로잉, 또 하나의 언어

존 버거는 자신의 에세이와 소설 속에 직접 그린 드로잉을 자주 삽입하곤 했다. <A가 X에게>에서 아이다는 감옥에 갇힌 사비에르에게 자신의 손 그림을 편지에 그려 보내고, <벤투의 스케치북>에서는 스피노자의 눈을 빌려 그림을 그린다. 베벌리를 위해 쓴 <아내의 빈 방>과 그의 마지막 에세이집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에서 글과 그림은 동등한 ‘텍스트’로서 함께 흐른다. 그에게 드로잉은 지도를 읽는 행위였고, 서로 다른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소통할 수 있는 근원적인 언어였다. 드로잉은 우리의 빈약한 어휘의 한켠을 메워 주는 또 다른 언어다.

 

존 버거_시작은이랬다_벤투의스케치북26쪽

존 버거_시작은이랬다_<벤투의 스케치북> 26쪽

 

존 버거_클레마티스의 텍스트_우리가아는모든언어110쪽

존 버거_클레마티스의 텍스트_<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110쪽


 

존 버거의 오리지널 드로잉

이번 전시 ‘존 버거의 스케치북’은, 드로잉에 대한 그의 오랜 생각들을 그의 그림과 글을 통해 따라가 보는 자리로, 오리지널 드로잉 60여 점을 책 속 글귀들과 함께 펼쳐 보인다. <벤투의 스케치북>에 수록된 그림 38점,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중 <망각에 저항하는 법>에 실린 8점의 그림과 친필 원고, 그리고 그의 아내 베벌리에게 바쳤던 아름다운 드로잉 11점, 드로잉 노트 1권으로 구성된다. 십여 년 동안 열화당과 특별한 관계를 맺으며 보내온 드로잉과 선물들도 함께한다.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존 버거 지음, 열화당, 120쪽, 15,000원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존 버거 지음, 열화당, 120쪽, 15,000원

 

<존 버거의 초상>, 존 버거 지음, 열화당, 168쪽, 37,000원

<존 버거의 초상>, 존 버거 지음, 열화당, 168쪽, 37,000원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

사진제공_ 온그라운드 갤러리(www.on-grou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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