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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코리아(조준태)는 리얼돌(이라 쓰고 대체로 섹스돌이라 읽는다)을 이용해 사진을 찍는다. 그가 다소 야릇한 소재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놀랍게도 인간의 외로움이다. (2017-03-09) 
세상에 이런 사진?!_ 리얼돌 편

 

 

우리나라에서 성(性)을, 그것도 사진을 통해 표현한다는 것은 비난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직접적인 성의 묘사를 터부시 하는 문화 때문이다. 준코리아(조준태)의 작업이 딱 그렇다. 그는 리얼돌(이라 쓰고 대체로 섹스돌이라 읽는다)을 이용해 사진을 찍는다. 그가 다소 야릇한 소재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놀랍게도 성이 아닌 ‘인간의 외로움’이다.


152303, 〈Still Lives: Eva〉

152303, 〈Still Lives: Eva〉

153527, 〈Still Lives: Eva〉

153527, 〈Still Lives: Eva〉




164830, 〈Still Lives: Eva〉

164830, 〈Still Lives: Eva〉


불편한 만남
섹스돌이란 무엇인가. 인간(특히 남성)의 욕망을 대리만족시키기 위해 실제 여성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진 인형이다. 그만큼 제작 의도가 뚜렷하다. 처음 준코리아 사진과 마주하면 불편함을 느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막상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 선정적이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일단 ‘열린 마음’으로 사진을 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응시하다 보면 묘한 감정이 든다. 분명 인형은 계속해서 똑같은 표정을 짓 고 있지만, 어느 순간 보는 이의 마음이 싸해진다. 언젠가 이와 비슷한 일을 경험했던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처음의 불편했던 감정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섹스돌을 소재로 하는 사진인데, 성(性) 적으로 느껴지질 않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101586, 〈Still Lives: Neighbors〉

101586, 〈Still Lives: Neighbors〉


화양연화, 찰나의 순간
싸했던 감정은 가슴에 사무치는 외로움이 달래지는 그 순간의 감정인 것 같다. 타인이 보기에 준코리아는 사회성이 좋은 사람이다. 외로움과는 거리가 멀 것 같다. 하지만 풍요 속의 빈곤이다. 언제부턴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집으로 돌아와 현관 문턱을 넘어서는 일이 힘겹게 느껴졌다고 한다. 아침 일찍 눈을 떴을 때 혼자라는 사실도 그를 쓸쓸하게 만들었다. 순간의 행복을 영원한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인형이라면 그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 순간을 사진으로 박제한다면 행복이 영원할 것이라 믿었다.

처음부터 섹스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자신과 관계를 맺기 위해선 사람 크기의 인형이 필요했는데, 이에 부합되는 것이 섹스돌이었을 뿐이다. 이름도 영원을 의미하는 ‘Forever’와 인류 최초의 여성 ‘Eve’를 합성해 에바(Eva)라고 지었다. 그녀가 집으로 배달된 시점부터 작가는 모든 일상을 에바와 함께 공유했다. 밥을 먹고, 쇼핑을 하고, 함께 잠이 들었다. 이 모든 것이 그에겐 소소한 행복이었다. 놀랍게도 상처받은 가슴에 위로가 됐다. 



102464, 〈Still Lives: Neighbors〉

102464, 〈Still Lives: Neighbors〉


1만 달러의 비밀
에바를 그의 거주지인 뉴욕으로 데려오는 데 필요한 비용만 1만 달러(약 1,200만 원)였다.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평소 알고 지내는 컬렉터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거절당했다. 이후 여러 예술재단에 작업 계획서를 제출했고, 결국 펀딩을 받았다. 에바를 전달 받았지만 넘어야 할 관문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공공장소에서의 촬영이 문제였다. 에바(24kg 정도의 무게)를 옮기기 위해선 마트 카트를 이용해야 했는데, 카트에 사람이 탄 것으로 착각한 행인들이 그에게 몰려든 것이다. 작가는 그때 찍힌 사진이 몇 장인지 셀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아마 그 사진들은 지금도 SNS 여기저기에서 공유되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작업이 〈Still Lives: Eva〉다. 작업이 공개되자 준코리아는 미국에서 유명세를 탔다. 이와 함께 섹스돌이라는 소재와 여성의 상품화에 대해 활발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덕분에 한국에서도 전시를 개최할 수 있었다. 그 자리에는 과거 준코리아의 지원 요청을 거절했던 컬렉터도 참석했다. 그의 작품을 본 컬렉터는 “조작가, 당신이 진짜 이 미친 짓을 성공적으로 해냈군.”이라고 말하며 작품 세 점을 구입했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그 금액은 딱 1만 달러였다.



095537, 〈Still Lives: Neighbors〉

095537, 〈Still Lives: Neighbors〉


외로움이라는 공감대
그는 독특한 사진적 실험을 한다. 섹스돌(에바)이라는 소재 탓에 우리나라보다 개방적인 문화를 지닌 일본에서의 반응이 더 뜨겁다. 자국에서 만들어진 인형을 소재로 한다는 점 때문인 듯하다.

다만, 그의 작업이 한국 사진계에 녹아들기까지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예술은 때론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생각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충분히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풍토에선 거부감을 키울 공산이 크다. ‘인간의 외로움’을 말하고 있는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소재가 갖고 있는 스테레오타입을 다소 폐쇄적인 국내 성(性)문화, 그리고 페미니즘과 어떻게 절충시키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계속해서 은유적으로 선정적이지 않게 표현할 것인지, 아니면 이를 정공법으로 표현할 것인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준코리아의 더 많은 작업은 그의 홈페이지(www.junekorea.com)에서 만나볼 수 있다.


에디터_ 박이현

디자인_ 김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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