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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무소 ‘더 시스템 랩’은 기존 건축사무소들과 달리 ‘건축은 예술이 아니다’라는 시선으로 스토어를 ‘기획’하고 있다. (2017-03-06) 
통념에 얽매이지 않고 브랜드의 본질을 살릴 수 있는 스토어 만들어야

 

 

리테일 매장이나 이벤트성 스토어들이 범람하는 최근, 돋보이는 매력을 지닌 스토어 하나를 탄생시키기 위해 각 브랜드의 마케터를 비롯해 설계사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은 수많은 고민과 논의를 거친다. 그중 건축사무소 ‘더 시스템 랩’은 기존 건축사무소들과 달리 ‘건축은 예술이 아니다’라는 시선으로 스토어를 ‘기획’하고 있다. 브랜드 별 상황과 조건에 맞게 최적화된 솔루션을 찾아낸다는 의미가 담긴 ‘The system lab’이라는 사명에서 건축에 대한 그들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새로운 디자인과 소재를 찾아 브랜드에 최적화된 작업을 진행하며 수많은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더 시스템 랩의 김찬중 건축가를 만났다.



더 시스템 랩의 건축에 대한 가치관이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발주처·투자자가 건물을 지을 때 기본 목표는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닌 수익을 증대시키는 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저희는 브랜드에 대한 기획을 먼저 진행합니다. 보통 건축사들이 기획을 하는 경우는 드물고 건축가의 스타일대로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하지만 저희는 프로젝트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먼저 생각한 후 도움이 될 만한 우리만의 가치를 얹습니다.

보통 리테일 매장을 만든다고 하면 ‘통유리 건물이 좋다’, ‘입구가 넓어야 한다’는 통념이 있는데, 저희는 그것이 모든 매장에 적용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쇼케이스를 제한적으로 비추는 것이 집객에 유리할 수도 있죠. 상황과 조건을 고려한 건물 브랜딩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더 시스템 랩에서 작업해온 상업 공간들을 예로 들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지금은 다른 용도의 건물이 되었지만 폴스미스 플래그십 스토어의 경우 폴 스미스 대표는 플래그십 스토어의 대표 컬러로 핑크나 블루를 원했어요. 하지만 저는 폴스미스를 분석했을 때 이 브랜드의 본질은 ‘모호함’에 있다고 봤습니다. 폴스미스의 정장이 단정한 외향을 지녔어도 안감에는 외설적인 문구나 그림을 새기는 위트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그 옷을 입은 사람이 정장으로 활용할 수도, 캐주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거거든요.

사용자의 해석으로 역할을 정할 수 있는 폴스미스의 옷처럼 사람들이 폴스미스 스토어를 봤을 때 자신의 시선으로 해석할 수 있는 외관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애매모호한 형태를 띤 화이트 컬러의 건물을 지으니 사람들이 마시멜로, 이빨, 복숭아 건물이라면서 호기심어린 해석을 하더라고요. 만약 튀는 색감의 핑크나 블루 계열 건물을 만들었다면 이 건물은 핑크 건물, 블루 건물이라고만 불렸을 거예요. 저희가 분석한 폴스미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로 더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MCM 스토어는 신사 가로수길에 위치해있는데, 가로수길은 도로 폭이 좁아 건물이 도보와 바싹 붙어있어요. 그래서 가까이서 마주하게 되는 건물의 소재에 특별함을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강화 플라스틱의 일종인 반투명 폴리카보네이트는 건물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던 소재인데, 이 소재로 건물 전체를 래핑해서 사람들에게 촉각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도록 연출했습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소재를 보면 두드리고 만지게 되거든요. 새로운 소재의 건물을 만지고 두드려보며 틈 사이로 작게 만들어 놓은 창을 통해 쇼룸을 보게 되고, 손님들이 들어갈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행인들의 촉각적 호기심을 이끄는 가로수길의 MCM 스토어. 넓은 쇼윈도 대신 틈새의 작은 창만으로도 많은 고객들을 모을 수 있는 공간 디자인이다.

행인들의 촉각적 호기심을 이끄는 가로수길의 MCM 스토어. 넓은 쇼윈도 대신 틈새의 작은 창만으로도 많은 고객들을 모을 수 있는 공간 디자인이다.

MCM 스토어에 사용된 반투명 폴리카보네이트

MCM 스토어에 사용된 반투명 폴리카보네이트


스트리트 몰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호반건설의 브랜드 아브뉴프랑은 판교나 광교 같은 신도시에 위치했는데 30대 기혼 여성을 주 타깃으로 한 쇼핑몰이에요. 같은 신도시고, 같은 연령층을 타깃으로 했어도 생활 패턴이 다르다는 점을 분석하고, 설계 구도에 차이를 뒀습니다.

판교의 타깃 층들은 주로 엄마들이 자가용을 가지고 와서 자녀 교육 정보 교류를 위해 모이는 편이라 주차를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광교의 타깃 층들은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아 바닥 면을 유모차가 잘 다닐 수 있는 소재와 구조로 설계했지요. 심미적인 것에 치중하는 것보다는 마치 상품 기획을 하듯 방향성을 정하고, 그 방향성에 의한 디자인을 구축해간 케이스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익 구조를 내면서도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풀어내는 상업 공간을 구상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에 많은 연구가 필요하기는 합니다.

최근 플래그십 스토어, 팝업스토어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런 스토어들을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이런 스토어들은 최근 아주 찰나적인 공간,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양극화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전혀 상반되는 개념이 공존하고 있죠. 하지만 지속 가능한 공간도 여러 문제점들을 파악하면서 계속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공간들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강한 임팩트는 없어도 언제 와도 편한, 오래도록 같은 모습으로 남아있는 공간들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또한, 이제 소위 ‘덕후(매니아)’를 위한 시대가 오고 있다고 하잖아요? MASS의 개념보다는 개인이 중요해지는 시점이 올 것이기 때문에 트렌드에 대한 분화도 더 잘게 일어날 것입니다. 그래서 소수의 지속가능한 타깃들을 위한 스토어들이 다양하게 나올 것이라고 봅니다. 요새 떠오르고 있는 ‘빅데이터’ 개념도 사실은 대중보다는 개인을 위한 분석이거든요. 이런 흐름에 따라 상업 공간 내에 퍼스널 큐레이팅, 퍼스널 컨시어지같은 서비스들도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사진_ 임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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