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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양한 색으로 둘러 싸여 있다. 빛을 통해 다양한 사물들은 제 색을 드러내고 이러한 색에 영감을 받아 우리는 삶 속에서 또 다른 색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2016-10-18)
삶을 투영하는 색

 


 

우리는 다양한 색으로 둘러 싸여 있다. 빛을 통해 다양한 사물들은 제 색을 드러내고 이러한 색에 영감을 받아 우리는 삶 속에서 또 다른 색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박병훈 작가는 색을 통해 삶을 이야기한다. 붉고 푸른 원색적이고 강렬한 색들을 배치하고 그 안에 투영되는 빛을 전한다. 

 

박병훈 작가의 작품

박병훈 작가의 작품(사진제공: 박병훈)


 

프랑스 파리에 머물면서 활발한 작업을 하고 있는 그는 색을 통한 삶의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 스위스, 독일, 미국 등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그가 이번에는 한국을 찾았다. 독일 칼스루에에 위치한 갤러리 아트박(gallery artpark)의 전속작가로 ‘키아프(KIAF 2016)’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한국에 있는 날은 많지 않다. 파리에 자리 잡은지도 25년이 됐고 오랜 시간만큼 그곳에서 많은 활동을 펼쳐왔다. 전속작가로 소속돼 있는 화랑만 해도 프랑스, 스위스, 미국, 독일 등 7곳이나 된다. 

 

한창 전시가 진행 중이던 키아프 행사장에서 박병훈 작가를 만났다. 여러 작품들 중에서도 차분하면서도 강하게 시선을 끌었던 그의 작품처럼 그는 조용하지만 명쾌하게 자신의 작품세계를 설명했다. 

 

박병훈 작가의 작품 〈Transference〉

‘키아프2016’에 전시된〈Transference〉


 

중첩성과 빛이 완성하는 회화 


회화 같아 보이지만 회화 같아 보이지 않는 것은 그의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이러한 독특한 표현은 그만의 노하우로 완성된다. 

 

그는 작업에 세 개의 아크릴판을 사용한다. ‘3’이라는 숫자는 그의 작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누구나 유년시절의 경험이 중요하죠. 저 또한 그렇습니다. 종교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그것이 제 삶에, 제 작업에 많은 영향을 미쳤어요. ‘3’이라는 숫자는 ‘삼위’를 의미하는 것이죠.” 

 

세 개의 아크릴 판에 그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담긴 회화적인 감성을 더한다. 아크릴은 캔버스와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질적인 재료지만 자유로운 회화적 표현은 재료가 지닌 물성의 한계를 넘어선다. 붓으로 칠하거나 물감을 흘린듯한 회화 기법과 마블링 등의 다양한 회화적 표현을 입은 각각의 아크릴 판은 서로 중첩되어 하나가 된다. 

 

회화적인 표현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크릴 판을 선택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세 개의 판이 만나 이루어내는 하나의 색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빛을 통해 완성되는 색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기도 해요. 바라볼 땐 한 가지 색으로 보이지만 한 번에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하나의 색을 내기 위한 작업은 수고스럽게 반복되는 과정을 거쳐야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판은 같은 방식으로 제작된 다른 두 개의 판과 조합된다. 

 

박병훈 작가의 작품에서는 색, 중첩성, 빛이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사진제공: 박병훈)

박병훈 작가의 작품에서는 색, 중첩성, 빛이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사진제공: 박병훈)

 

색을 대하는 내공


여기에 빛이 더해지면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많은 작가들이 밤에 작업하기를 즐기지만 전 낮에만 작업을 해요. 정확한 빛을 보기 위해서죠. 제 작업에서 빛은 중요해요. 빛을 통해 또 다른 느낌을 전달할 수가 있거든요.” 

 

작가는 아크릴로 직접 틀을 제작하기도 한다. “아크릴 자체도 액체로 되어 있거든요. 그것으로 틀을 만드는 거예요.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죠. 아크릴이라는 재료 자체가 인공적인 재료이기 때문에 회화성을 최대한으로 강조하기위해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어요.” 이러한 과정에서 발견되는 그만의 노하우는 아크릴을 처음 다루기 시작했던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쌓아온 그만의 내공이다. 

 

액체의 농도와 접합 방식에 따라 달리 표현되는 그의 작품들은 어느 것 하나 인위적이거나 예상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 우연적 효과에 의해, 성실한 노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행위 속에서 만나게 되는 단 하나의 작품. 이 모든 과정에는 삶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와 삶을 살아가는 작가의 방식이 담겨있다. 

 

아름다운 빛을 전하는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와의 공통점, 강렬한 색, 자유로운 표현 등의 요소들 때문인지 그의 작품은 유럽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색채와 빛이 만나는 색 이상의 의미를 뿜어내는 그의 작품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키아프 전시장에서의 박병훈 작가

키아프 전시장에서의 박병훈 작가


 

키아프 전시는 끝났지만 박병훈 작가는 여전히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9월과 10월 초 있었던 뉴욕 페어, 최근에 진행된 스톡홀름 전시에 이어 런던, 암스테르담, 함부르크와 싱가포르, 12월에 있을 마이애미 전시까지 빽빽이 스케줄이 짜여있기 때문이다. 

 

모든 전시에 다 참여하지 않더라도 일정상 많은 시간을 해외에서 보내야 하지만 그는 늘 순간에 충실하며 본능적으로 색을 선택하고 자신을 표현한다. 그의 작품에 눈길이, 그리고 마음이 머무는 것은 그가 순수하게 담아낸 색이 작가 자신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삶과 그 속의 무수한 감정들까지 품어내기 때문이 아닐까.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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