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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이 자주 일어나는 곳, 인도. 그곳에선 빛을 대신하는 암흑 같은 어둠이 갑작스럽지만 자연스럽다. 한국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상적인 그곳에 작지만 큰 변화가 인다.  (2016-02-18) 
까만 세상 밝히는 따뜻한 빛, 루미르


정전이 자주 일어나는 곳, 인도. 그곳에선 빛을 대신하는 암흑 같은 어둠이 갑작스럽지만 자연스럽다. 한국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상적인 그곳에 작지만 큰 변화가 인다.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 | 루미르(www.lumir.co.kr)

 

인도 여행 중 정전을 여러 번 경험한 한 청년은 갑자기 찾아온 어둠에도 자연스러운 그들의 모습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 한국과는 너무 다른 그곳의 상황. 여행에서 돌아온 그는 솔루션을 찾기 시작했다. 

 

낮에 충전을 하고 밤에 불을 켜는 태양광램프는 좋은 솔루션이긴 하지만 배터리의 수명이 매우 짧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을 지속가능하게 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양초램프를 생각해냈다. 그것이 세상을 밝히는 빛, 루미르의 시초다. 

 

루미르 C는 LED 확산판을 통해 주위를 은은하게 밝힌다.

루미르 C는 LED 확산판을 통해 주위를 은은하게 밝힌다.


루미르의 박제환 대표는 외부의 전원이나 배터리 없이 양초 하나만을 가지고 빛을 내는 LED 램프를 개발했다. 열을 전기로 바꾸는 물리학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한 루미르 촛불 램프는 열을 전기로 바꾸는 과정을 안정화시킨 것이다. 불을 붙인 양초 위에 제품을 올리기만 하면 촛불의 열에너지만으로 LED가 켜지는 제품이다. 

 

“처음부터 바로 사업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정전 문제를 경험하고 나서 솔루션을 찾아봤는데 그것을 교내 창업 프로그램 수업에서 선보였고 수상을 하게 됐어요. 실제 박람회에서 바이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서 그 상금으로 박람회를 나가게 됐고, 여러 대회에서 상금을 타면서 자연스럽게 시드머니를 마련할 수 있었죠. 당시의 경험들은 중요한 자료가 됐고 그것을 바탕으로 점차 사업화하게 됐습니다.” 

 

아이디어에 대한 반응이 궁금해 창업대회에 나간 그에게 수많은 바이어들은 미처 그가 준비하지 못한 ‘구매의향서’를 직접 작성해 건넸다. 2014년 1월 인도 여행에서 비롯된 그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1학기 교내 창업 프로그램 수상을 시작으로 같은 해 12월 회사 설립으로까지 이어졌다.  

 

 

루미르 C의 디자인


루미르가 처음부터 지금의 형태를 갖추었던 것은 아니다. 현재의 디자인으로 사람들에게 모습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8개월 남짓. 그 이전엔 수정 작업의 연속이었다. 

 

“처음에 램프의 하단부는 다리의 구조로, 전체 기기를 지지하는 형태였어요. 초가 보이지 않으면 사람들은 당연히 배터리로 작동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초를 보이게 하고 싶었거든요. 초로 LED 램프를 켰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선 무거운 쇳덩이를 공중에 띄워야 했는데 그 부분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는 초의 모습을 더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해 램프의 하단부를 투명 구조로 교체했고 산소가 통할 수 있도록 스페이스를 확보했다. 

 

초로 램프가 켜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하단을 투명구조로 설계했고 스페이스를 확보해 산소가 통하게 디자인했다.

초로 램프가 켜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하단을 투명 구조로 설계했고 스페이스를 확보해 산소가 통하게 디자인했다.


가장 고민을 많이 한 부분은 열을 전기로 바꾸는 것, 온도차였다. “열을 전기로 바꾸는 모듈이 처음엔 가로로 들어가 있었는데 너무 뜨거워지는 문제가 생겼어요. 에너지 생성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간접적으로 달구는 방식으로 전환시켜 세로로 세웠죠.” 

 

원기둥의 형태에서 부드러운 이미지를 나타내기 위해 라인을 만들었고 초가 타면서 발생되는 열을 굴뚝으로 빠져나오게 설계했다. 초를 끌 땐 제품의 상단에서 후-하고 입김을 불면되는데 이는 사용에 편리함을 주는 동시에 기기를 초처럼 끌 수 있다는 점에서 아날로그적 감성을 선사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학생 시절 화실을 다니며 디자인을 공부했을 만큼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박 대표는 정전으로 어두워진 곳을 빛으로 밝히고자 하는 의도를 디자인으로 표현하고 싶어 직접 디자인을 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제품에 의미가 담기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 디자인에 의미를 부여하고 아이디어를 구체화시켰어요. 빛을 비추니까 어두운 바다를 비추는 등대를 떠올렸고 등대의 이미지를 형상화시켰습니다. 첨성대 같다, 펭귄 같다 하시는 분도 계시지만요(웃음).”

 

디자인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잡힌 후에 기기의 장치와 부품들은 제품의 새로운 형태에 맞춰 다시 세팅됐고 몇 차례의 수정을 거쳐 현재의 루미르 C가 됐다. 

 


원기둥의 형태에서 부드러운 이미지를 나타내기 위해 라인을 만들었고 초가 타면서 발생되는 열을 굴뚝으로 빠져나오게 설계했다.

원기둥의 형태에서 부드러운 이미지를 나타내기 위해 라인을 만들었고 초가 타면서 발생되는 열을 굴뚝으로 빠져나오게 설계했다.



선진국에서 더 인기가 많은 루미르 C


루미르 C는 현재 킥스타터를 통해 전 세계인들을 만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정전 문제를 해소하고자 개발됐지만 선진국에서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초가 램프를 밝힌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기도 하지만 스토리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 이미 해외 180여 개의 매체에 소개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양초가 잘 쓰이지 않고 이 제품을 위해 굳이 양초까지 사서 쓸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들이 있지만 외국에서는 확연히 반응이 달라요. 특히 유럽에서 가장 반응이 좋아요. 음식점이나 카페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초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루미르 C는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선진국 판매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가격 때문에 뒤늦게 판매를 결심했는데 전기가 잘 들어오는 선진국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능은 아니라서 제품에 대한 반응을 기대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루미르 C는 현재 진행 중인 킥스타터에서 5일 만에 8천만 원에 이르는 수익을 낼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의 디자인샵들도 루미르에 입점 제안을 했으며 올 7월부터 일반에 제품 판매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루미르 C는 해외 180여 개의 매체에 소개가 될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루미르 C는 해외 180여 개의 매체에 소개가 될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루미르 C는 박 대표가 처음 계획했던 개발도상국 정전 문제 해소와는 다소 거리가 먼 것이었다. 개발도상국에 보급하기엔 제품의 가격이 큰 걸림돌이 되기 때문. 

 

“공대생이다 보니 기능 구현에 대해서만 고민했지 어떻게 팔지에 대해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작동이 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빈민가에서 사용하겠다는 취지와는 괴리감이 생겼어요. 아무리 좋아도 살 수 없는 가격이니까요. 솔직히 처음엔 제조원가의 서너 배로 제품 가격이 뛰는 것도 몰랐어요. 그런 것들을 뒤늦게 알게 되고 나서 ‘어떻게 하면 그들이 쓸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애초에 사업보다 ‘정전 문제 해결’에 더 관심이 많았던 그는 여러 대회의 수상과 상금을 발판으로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냈다. 

 

 

개발도상국을 위한 저가형 모델, 루미르 K


시행착오 끝에 루미르는 개발도상국을 위한 모델을 제작하고 있다. 루미르의 저가형 모델은 수익을 전혀 창출하지 않는 제품으로 NGO 및 비영리단체에만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10달러 이하의 가격대로 제공하게 될 저가형 제품은 현재 개발 완료 단계에 있다. 루미르가 킥스타터에 참여한 것도 펀딩 마련보다 자신들을 알리고 비영리단체를 찾기 위해서다. 

 

“우선 일차적으로 천 개 가량을 올 3분기에 내놓고 피드백을 받은 후 4분기에 대량생산을 할 계획이에요. 대부분 비영리 단체가 구매해서 개발도상국에 제공하는 형태로 진행될 것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직접 살 수 있을 만큼 가격을 낮추는 것이 목표고요.”

 

가격을 낮추기 위해 개발된 저가형 모델에서는 물이 사용된다. “에너지가 생성되는 원리는 정확히 말하면 열이 아니라 온도차예요. 달구어야 하지만 열은 반드시 빠져나가야 하죠. 루미르 C가 열을 빼내기 위해 금속을 사용했다면 저가형에서는 금속 대신 물을 이용합니다. LED는 열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단열재 등의 물체가 많이 들어가는데 저가형은 이를 피하기 위해 선을 이용해 걸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실용적으로 빛을 밝히는 쪽에 포커스를 둔 저가형 제품은 그래서 얇고 작고 가볍다. 

 

루미르 K는 기존 사용량 대비 최대 80%의 연료를 아끼고 불완전 연소되는 탄소량을 줄이며 기존 대비 최대 88%의 블랙카본 감소 효과를 준다. 

 

루미르 K는 개발도상국을 위한 저가형 모델로 NGO 및 비영리단체에만 판매된다.

루미르 K는 개발도상국을 위한 저가형 모델로 NGO 및 비영리단체에만 판매된다.


‘루미르’라는 이름은 빛을 의미하는 ‘루미’에, 세상, 평화와 같은 의미를 담은 ‘미르’를 붙인 것이다. “제 이름 ‘제환’도 언덕, 세상을 비춘다는 뜻이고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사업체도 전혀 관련 없는 분야지만 ‘세상을 밝힌다’는 뜻의 이름을 갖고 있어요. 일부러 맞추려고 한 것은 아닌데 ‘루미르’라는 이름을 짓고 나니 뜻이 하나로 연결되더군요.” 

 

루미르의 롤모델은 와비파커(Warby Parker)였다. 기존의 안경 가격에 비해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할 뿐 아니라 여러 개의 안경을 무료로 배송하고 그중 한 가지의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선보여 혁신적인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와비파커는 고객을 위한 혁신적인 판매뿐 아니라 성공적인 사회적 기업으로도 꼽히죠. 고객으로부터 반품되는, 새 제품이지만 판매하지 못하는 안경들을 기부하는데 가장 공감했습니다. 사회적 기업이라고 해서 사람들에게 우리의 제품을 알아달라고 호소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무리 개발도상국을 위해, 좋은 뜻으로 제품을 만들었다 해도 세상은 냉정하다. ‘소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것’이라는 뒷말이 돌 것도 예측했다. 무엇보다 사회적 기업의 제품임을 강조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그래서 루미르의 스토리를 밝히기보다 제품 홍보에 승부를 걸었다. 내세우지 않았지만 제품에 담긴 그들의 스토리는 주목받았고 그들의 진실성은 시간이 갈수록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세상을 밝히는 회사’라는 사명처럼 “따뜻한 기술에 가치를 더해 세상을 좀 더 환하게 밝혀보겠다”는 박 대표는 루미르의 의미처럼 세상을 밝히기 위한 조명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루미르의 박제환 대표

루미르의 박제환 대표


빛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와 해석을 바탕으로 하는 사람을 위한 LED 조명 루미르는 적정기술에 대한 이해가 가능한 아티스트와 함께 컬래버레이션도 진행해볼 계획이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자이너 제품들이 많이 나왔지만 단순한 디자이너의 경력사항에만 기록되고 끝나는 경향이 있어 아쉬웠어요. 의미 있는 일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실행할지에 대한 명확한 수익구조가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자금이 있어야 저가형 제품을 개발할 수 있고 수익을 챙기지 않더라도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콘셉트로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선진국에도 없는 기술 조명 쪽으로 사업을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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