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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보급형 자동차 생산에 주력했다면, 영국은 럭셔리 자동차의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 그중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 자동차 브랜드가 바로 재규어(Jaguar)다. (2016-02-05) 
흐르는 듯한 선을 유지하는 재규어만의 디자인

 


 

‘영국’하면 고정관념처럼 따라 붙는 말은 산업혁명이다. 산업혁명 이후 디자인산업이 왕성하기도 했지만, 또하나 급성장한 산업이 있는데, 바로 자동차산업이다. 영국은 독일과 더불어 자동차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독일이 보급형 자동차 생산에 주력했다면, 영국은 럭셔리 자동차의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 그중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 자동차 브랜드가 바로 재규어(Jaguar)다.

 

에디터 | 김영학(yhkim@jungle.co.kr)

 

 

최근 재규어(Jaguar)가 뉴(New) XJ를 출시와 함께 재규어 수석디자이너인 이안 칼럼(Ian Callum)이 한국을 방문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폴크스바겐 발터 드 실바(Walter de Silva) 총괄 디자이너, 기아자동차 피터 슈라이어 (Peter Schreyer) 최고 디자인 책임자(2006년 8월 영입)와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이안 칼럼. 

 

소년 시절부터 재규어 디자인에 매료된 그는 1999년 재규어에 합류한 후 새로운 디자인 언어로 역사상 가장 빛나는 재규어 라인업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이자 재규어 수석디자이너인 이안 칼럼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이자 재규어 수석디자이너인 이안 칼럼 (출처: 재규어)

 

이안 칼럼을 매료시켰던 재규어만의 디자인은 과연 무엇일까?

 

재규어의 디자인은 날렵한 선을 통한 공기역학을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상징물과 로고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점프하는 은빛 재규어의 모습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재규어가 지향하는 디자인 철학인 공기역학과 효율성을 대변하기도 한다. 

 

  

올해로 81년차에 접어든 재규어의 역사는 19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의 모터사이클 광이었던 두 엔지니어 윌리엄 라이온스(William Lyons)와 윌리엄 웜슬리(William Walmsley)는 스왈로우 사이드카(Swallow Sidecars; SS)라는 작은 제작소를 설립한다. 

 

이들이 제작한 모터사이클 사이드카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알루미늄 차체와 디자인을 채택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코번트리 교통 박물관에 전시 중인 모터사이클 Norton Model 18에 장착되어 있는 스왈로우 사이드카의 사이트카

코번트리 교통 박물관에 전시 중인 모터사이클 Norton Model 18에 장착되어 있는 스왈로우 사이드카의 사이트카 (출처: 위키피디아, CC BY 2.0)

 

당시 윌리엄 라이온스는 소형차 ‘오스틴 세븐(Austin 7)’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직접 제작한차체를 얹는 방식으로 ‘Austin’이라는 자동차를 출시, 싼값에 판매한 것이 성공을 거두면서 자동차 제작으로의 방향을 전환하게 됐다. 이때 만든 대표적인 자동차가 바로 SS1였고, 저렴한 가격과 고급차와 견주어도 될 정도의 디자인으로 매우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SS1가 대성공 이후 라이온스는 자동차 산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를 원했고 유능한 엔지니어들을 대거 영입해 자동차만을 제작하는 회사로 방향을 선회했다. 특히 실린더 헤드 디자인 전문가인 웨슬레이크와 엔지니어인 히네스를 발탁했다. 

 

결국 1935년 이후 스왈로우 사이드카는 SS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세단과 스포츠카를 선보이기 시작한다. 히네스는 새로운 섀시를 개발했고, 웨슬레이크는 엔진출력을 고효율로 높이는 기술을 성공시켰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디자인이었다.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의 등장은 새로운 자동차 브랜드의 필요성으로 연결된다. 이렇게 등장한 ‘SS 재규어’는 민첩한 동물인 ‘재규어’의 이름을 적용한 첫 작품이 됐다. 그리고 이듬해 100mph를 돌파한 ‘SS100’을 출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SS100

SS100 (출처: 재규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스왈로우 사이드카는 회사명을 재규어로 바꿨고, 본격적인 재규어의 시대를 알렸다. 1948년 스포츠카인 ‘XK120’은 런던 모터쇼에서 최고의 히트작이 됐고, 이후 XK140, XK150의 출시로 이어졌다.

  

XK120

XK120 (출처: 재규어)


XK120은 120mph(약 193km)라는 속도를 돌파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속도를 기록할 수 있었던 원인은 공기역학적인 디자인과 고성능 3.4리터 6기통 DOHC 엔진 덕이었다. 한편 재규어는 XK120을 베이스로 한 C-타입과 D-타입 등의 경주차를 출시했다. 

 

C-타입인 XK120-C는 알루미늄 차체 덕분에 차체 중량이 1000kg을 넘지 않았고, D 타입은 모노코크1) 차체를 채택해 제작됐다.

 

1) 모노코크(monocoque): 차체와 프레임이 하나로 되어 있는 차량 구조로, 양산효과가 높고 가격이 내려가며 경량화가 가능해 현대 자동차 제작에는 필수적인 제조 방법으로 꼽히고 있다.

 

  

말콤 세이어, 공기역학 디자인 시대 열다

D 타입의 유선형 차체는 과거에는 미처 고려하지 못한 횡풍에 대한 연구와 모노코크 섀시가 적용됐다. 이 유선형 차체를 디자인한 인물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영국 브리스톨항공사에서 근무한 말콤 세이어(Malcolm Sayer)였다. 

 

그는 차를 낮게, 그리고 프론트 노즈(Front Nose)와 테일(Tail)은 가능한 좁게 다지안해 유체역학적인 안정성을 얻었다. 말콤 세이어의 등장은 자동차에 공기저항을 적용한 전환점이었다고 볼 수 있다. 

  

C 타입, 1946

C 타입, 1946 (출처: 재규어)

 

D 타입, 1966

D 타입, 1966 (출처: 재규어)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 E 타입

재규어는 1961년 자동차 역사에서 길이길이 남길만한 자동차를 선보였다. 제네바 오토살롱에 선보인 E 타입은 페라리의 창업자인 엔초 페라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라고 평가했을 정도였다. 향후 13년간 7만여 대가 생산된 E 타입은 당대 최고의 스포츠카로 인기를 누렸다. 

 

선대 경주차로부터 물려 받은 성능, 승차감, 거기에 경쟁차와는 비교되지 않는 합리적인 가격은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겼다. 

 

디자이너 말콤 세이어의 스타일링 역량은 E 타입을 1974년 생산이 중단될 때까지 끊임없는 인기를 끄는 힘이 됐다. 물론 디자인뿐만은 아니다. 최초로 디스크 브레이크를 기본으로 장착했고, 모노코크 차체와 토션 바(tosion bar; 차체와 서스펜션에 연결된 스프링 역할을 하는 바)를 달았다. 그리고 경주용 타이어, 고속의 기어장치를 사용해 출력을 높여 최고 속도를 240km까지 끌어 올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로 꼽히는 E 타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로 꼽히는 E 타입 (출처: 재규어)


1968년에 생산된 XJ6 설룬(Saloon)은 30년이나 생산될 정도로 장수모델이었고, 현재 XJ 세단의 효시가 됐다. 

  

장수모델로 30년간 생산된 XJ6 설룬

장수모델로 30년간 생산된 XJ6 설룬 (출처: 재규어)


말콤 세이어에 이어 재규어의 디자인 철학을 이어받은 인물은 지오프 로슨(Geoff Lawson)이었다. 그는 1992년 슈퍼카인 XJ220, 1999년 탄생한 S-타입을 완성했다. 지오프 로슨은 E 타입 이후 맥이 끊겼던 재규어의 순수 스포츠카 계보를 잇기 위해 F-타입 디자인을 이끌던 도중인 1999년 사망하게 된다.

 

재규어는 새로운 후임에게 F타입 디자인을 맡기게 되는데, 이때 등장한 후임자가 바로 이안 칼럼이었다. 

 

지오프 로슨이 완성한 슈퍼카 XJ220

지오프 로슨이 완성한 슈퍼카 XJ220 (출처: 재규어)


  

선의 미학을 선보인 최신작 New XJ

이안 칼럼은 F-타입 컨버터블과 쿠페 디자인을 총괄 지휘했고, 이후 ‘뛰어난 프로포션’, ‘다이내믹하면서도 엣지 있는 느낌’을 모든 재규어 차량에 투영하고 있다.

 

이안 칼럼의 최신작은 올해 출시한 뉴(New) XJ다. XJ 시리즈는 1968년 출시한 XJ 설룬 이후 현재까지 재규어의 플래그십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1월 등장한 뉴 XJ를 디자인한 이안 칼럼은 “날렵해진 숄더 라인과 웨이스트 라인으로 재규어 만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했다”고 설명한다. 

 

2016년에 출시한 뉴(New) XJ

2016년에 출시한 뉴(New) XJ (출처: 재규어)

 

재규어의 디자인에 대해 이안 칼럼은 “재규어 디자인의 힘은 전통(Heritage)의 가치를 살리며 재해석하는 것에서 나온다”며 “전통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닌, 전통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 가치를 재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재규어 뉴 XJ는 100% 알루미늄 모노코크 차체가 적용되어 있다. 알루미늄 모노코크의 적용으로, 뉴 XJ는 경량화와 강성을 높일 수 있었다. 

 

말이 쉬워 알루미늄이지, 알루미늄은 타 금속과의 용접 및 결합 시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차체를 알루미늄만으로 구성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술력이 보장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실제 알루미늄 모코코크 차체 개발을 위해 자동차 회사들은 매년 천문학적인 액수의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XJ의 알루미늄 모노코크

XJ의 알루미늄 모노코크 (출처: 재규어)

 

뉴 XJ의 디자인에 있어 가장 주목할 것은 바로 ‘선(Line)’이다. 전면부의 그릴은 기존 XJ보다 크기를 키웠고, 상하단의 일체감을 위해 두툼하게 외각을 라인으로 감쌌다. 또한 재규어의 엠블럼이 부착된 전면 그릴은 재규어의 일괄적인 모습을 위해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안 칼럼은 “재규어의 전면 그릴은 럭셔리 브랜드에 있어 일관적인 요소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재규어만의 일관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뉴 XJ의 전면 그릴

재규어만의 일관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뉴 XJ의 전면 그릴 (출처: 재규어)


  

Jaguar의 ‘J’가 스며든 디자인

과거 재규어가 추구했던 4등식 헤드램프를 버리고 전면부 디자인을 패밀리룩으로 바꾼 이유도 전통의 재해석과 같은 맥락이다. 최근 재규어 XJ에서는 동그란 헤드라이트의 포인트는 유지하되 새로운 방식으로 헤드램프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뉴 XJ의 헤드램프는 ‘더블 J’ 콘셉트를 적용했다. ‘더블 J’ 주간 주행등은 멀리서도 한눈에 XJ임을 알아 볼 수 있도록 하는 상징적인 요소에 해당한다. 

  

‘더블 J’ 콘셉트로 디자인된 뉴 XJ의 헤드램프

‘더블 J’ 콘셉트로 디자인된 뉴 XJ의 헤드램프 (출처: 재규어)

 

뉴 XJ의 측면은 거의 수직으로 꺾인 전면부에서 시작되는 라인이 후면부까지 매끄럽게 이어지 는형태를 하고 있다. 프론트 노즈에서 A 필러를 거쳐 지붕 그리고 C 필러와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라인은 재규어가 얼마나 선과 비율을 중요시하는 지를 보여준다. 

 

보통 세단형 자동차는 C 필러에서 트렁크로 이어지는 라인이 분명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XJ는 마치 굴곡 없이 이어진다. 특히 테일램프(차량 뒷부분 램프)와 타원형의 테일 파이프(배기관)은 기존의 XJ 시리즈보다 다이내믹해졌다. 

  

뉴 XJ의 수려한 측면 라인은 선과 비율의 극치를 보여준다.

뉴 XJ의 수려한 측면 라인은 선과 비율의 극치를 보여준다. (출처: 재규어)

  

헤드램프와 마찬가지로 테일램프는 J자형으로 디자인됐다.

헤드램프와 마찬가지로 테일램프는 J자형으로 디자인됐다. (출처: 재규어)

 

참고로 최근 자동차 디자인에는 알파벳을 이용한 디자인이 트렌드로 자리하고 있다. BMW 모델에는 M자형 라디에이터 그릴, 렉서스 ES에는 L, 람보르기니 아스테리온모델에는 Y자형의 리어램프, 쌍용자동차 티볼리에는 J모양을 형상화한 LED 리어램프가 적용됐다. 그리고 최근 출시한 K7의 헤드램프와 후면 제동등에는 Z 모양, 현대차 아이오닉의 헤드램프 내부 LED 포지셔닝 라이트 디자인에는 C 형상이 적용되어 있다.

 


클래식과 첨단의 조화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에서의 특징은 소재와 인체공학적 기술을 통한 최상의 승차감 구현에 있다. 요트에서 영감을 받은 인테리어는 트윈 니들 스티칭 방식의 시트 소재로 고급스러움과 내구성을 확보했다. 넓은 레그룸과 헤드룸을 통해 쾌적하고 편안한 주행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트윈 니들 스티칭 방식의 시트소재로 디자인된 내부 인테리어

트윈 니들 스티칭 방식의 시트소재로 디자인된 내부 인테리어 (출처: 재규어)

 

내부 디자인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바로 재규어 랜드로버가 자체 개발한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인컨트롤 터치 프로다. 

 

인텔 쿼드코어 프로세서, 60GB SSD 등 최신 하드웨어와 세심하게 설계된 소프트웨어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높은 해상도를 바탕으로 선명한 화면을 구현하는 8인치 터치 스크린이 직관적이고 간편한 멀티미디어 경험을 제공한다.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는 폴딩 기능이 추가된 10.2 인치 스크린을 적용해 안전성과 공간 활용성을 높이고, iPad 대비 큰 화면(16%)으로 보다 밝은(54%) 디스플레이를 제공한다.

 

더군다나 디지털 계기반은 내이게이션이 미러링되기 때문에 운전자가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주행 정보의 확인이 가능하다.

 

자체 개발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인컨트롤 터치 프로와 내비게이션으로 변신하는 디지털 계기반

자체 개발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인컨트롤 터치 프로와 내비게이션으로 변신하는 디지털 계기반 (출처: 재규어)

 

이안 칼럼은 “자동차 디자인은 흐르는 듯한 선을 유지해야 하고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한다”며 “뉴 XJ는 이러한 철학을 고스란히 담은 세단”이라고 말했다. 즉 외형적인 부분과 같이 균형을 어떻게 잡는 지가 핵심이며 결국 비율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의미가 될 것이다. 

 

이안 칼럼은 자동차 디자인이란 단순히 종이 위에 그려지는 게 아닌 안전성, 각 제품의 속성과 수치, 투자 비용, 가격 등을 모두 고려해 나오는 결과물이라고 설명한다. 

 

“디자인을 하면서 자동차 법규와 연비, 엔지니어링 기술 등 고려하고 판단해야 할 외부적인 요소들이 많다. 자동차 디자인은 이러한 외부적인 요소들을 어떻게 더욱 잘 활용할 수 있을까를 맞춰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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