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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감각이 닿을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다. 이와 달리 새로운 감각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예술과 테크놀로지에서 시작된다. 과거 원시시대에 불이 문명의 시작이었다면, 안철현의 빛은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했던 공간을 체험하게 해주고 있다. (2012-10-05)
빛과 거울이 만들어낸 세계

사람의 감각이 닿을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다. 이와 달리 새로운 감각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예술과 테크놀로지에서 시작된다. 과거 원시시대에 불이 문명의 시작이었다면, 안철현의 빛은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했던 공간을 체험하게 해주고 있다.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하는 공간이 있음에도, 그곳이 있는지 확인하지 못한다. 나에게 빛은 공간을 보여주기 위한 매개체이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 | The Creators Project




볼티모어에서 작업하는 안철현은 Light Artist라고 불리지만 정작 그 자신은 공간의 표현에 몰두한다. 그의 공간에 대한 관심은 대학교 신입생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캔버스에 자신이 생각하는 공간의 이미지들을 그려나가기 시작하던 그는 곧 평면 위에 3차원의 공간을 그려내는 것에 한계를 느꼈다. 곧 그림으로 그렸던 실린더와 큐빅을 실제로 만들면서 상상은 곧 현실의 도전이 되었다. 틀을 만들고 그 안에 기구들을 놓고 거울을 배치했지만, 미처 담아낼 수 없었던 공간에 대한 고민은 그를 떠나지 않았다. 어두운 공간 안에 불을 켜면 그 공간의 깊이와 넓이를 인식할 수 있다. 이처럼 그에게도 빛은 공간을 인식하는 것이자, 나아가 공간 자체가 되는 것이었다. 그는 그가 만들어낸 공간을 빛과 함께 무한히 확장시켰다.


그의 작업은 다양한 종류의 거울, 형광등과 같이 일상적인 소재들이 주를 이룬다. 빛과 거울의 사용만으로 깊이와 다른 각도를 표현해내는 것을 보면 빛에 대한 그의 감각과 열정을 읽어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테크놀로지 역시 중요한 포인트이다. 스케일이 크다 보니, 무작정 만들어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는 3D MAX 프로그램으로 먼저 드로잉을 하고 시뮬레이션을 해 본 후에 작업에 몰입한다고 했다.


최근 그가 선 보인 ‘Mirror Drawing’시리즈는 섬세한 작업 방식이 눈에 띈다. 거울의 뒷면을 송곳과 같은 도구를 사용해 드로잉을 한 후 그곳에 빛을 비추면 선은 아름다운 색을 머금게 된다. 이 선들을 일정하게 반복됨으로써 하나의 무한한 공간을 이루게 된다.

그가 공간을 보여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비어 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엇인가로 가득 차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공기일 수도 있고, 그것 자체로 하나의 공간일 수도 있다. 이 공간을 통해 사람들이 각자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찾길 바란다.”


앞으로 그는 하나의 공간을 통해 마치 다른 세상에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빛이 만들어낸 세계는 허상 같아 보이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 그가 만들어낸 이 공간은 오로지 빛과 공기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그것이 현실이 아니라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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