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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 Lumpens  (2015-06-02)
제목 : 영상을 갖고 노는 노련한 놈팡이, 룸펜스
영상을 갖고 노는 노련한 놈팡이, 룸펜스

조용필 ‘Hello’, ‘설렘’, 윤미래 ‘Get it in’, MFBTY(윤미래, 타이거JK, Bizzy) ‘방뛰기방방’, 비의 ‘La song’, 방탄소년단 ‘상남자’, ‘I NEED U’, 스피카 ‘Tonight’ 뮤직비디오는 한 감독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배경과 사물의 움직임, 빛의 강약, 뮤지션과 사운드의 조화를 탁월하게 그려내는 최용석 룸펜스 디렉터. 그의 작품은 커머셜과 비주얼 아트 영역을 넘나든다(http://lumpens.com).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최용석 디렉터는 다양한 영상 퍼포먼스에서 다재다능한 ‘끼’를 발산 중이다. 영상이면 영상, 춤이면 춤, 다방면에 소질 있는 최용석 디렉터를 소개한다.

에디터 ㅣ 박수연 (sypark@jungle.co.kr)

거칠게 흔들린다. 심하게 비틀리며 자가 분해하는 컬러들. 지금은 낯설지만 디지털 기술이 태동하던 시절, 비디오테이프 영상은 지직거림과 영상의 왜곡을 수반했다. 분리되기 일쑤인 배경과 사람은 화면을 부자연스럽게 부유했다. 이런 특징을 담아낸 룸펜스 초기작은 시간을 거슬러 향수를 자극한다. E.E.의 ‘Curiosity Kills’와 ‘기억 속의 하이칼라’, 그리고 룸펜스를 세상에 알린 국회의사당에 맵핑한 ‘로보트 태권V’가 대표적이다. 이 작품들은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면서 룸펜스 스타일로 굳어졌다. 화면 밖으로 탈출했던 그의 작품은 어느 순간 화면 속으로 다시 잠입했고, 또 다른 형태로 진화했다. 현재는 빛과 사물의 변화에 민감한 움직임, 빠른 전개와 세밀한 묘사가 드러나는 강한 퍼포먼스가 룸펜스의 수식어다. 룸펜스 작품은 묵직하게 눌렀다가 방방 띄워 올리고, 평화로운가 하면 빠르게 몰아치는 강렬한 기운으로 시선을 뺏는다. 현재 잘나가는 뮤직비디오 감독이자 커머셜 제작자인 최용석 디렉터는 “어떤 형태로든 룸펜스의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숨 가쁘게 지나온 시간, 세상은 그의 재능을 인정했지만, 그의 맘대로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각자 ‘자신의 입맛에 맞게 너의 재능을 살리라’고 얘기할 뿐. 덕분에 그는 조금 지쳤고, 조금 새로운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굳어진 이미지를 용해해서 다시 나아가기 위한 몸사림, 도약하기 위한 웅크림이다.

[영상] 로보트 태권V


빛나는 패기의 유효기간, 없음

최용석 디렉터를 만난 건 5년 전, Adobe CS5 론칭 시연행사 때였다. 그는 후드티 차림이었고, 정형화된 형식을 거부하는 자유인이었다. 스스로 양복 없는 비즈니스맨이라 소개하기도 했다. 그의 위트 있는 방관자적 시선은 꽤 흥미로운 발상으로 관심을 끌었다. 그는 당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기 때문에 일상 속에서도 본능적으로 시각적인 효과에 반응한다. 시각적 이미지에서 어떤 감성을 끌어낼지 관찰을 통해 습득한다”면서 “작품에는 위트와 장난기, 약간의 냉소를 담는다. 지금은 철없는 장난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듬어져 대중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장담했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꽤 진지하게 자신의 작업과 사회의 이면에 대한 태도를 비쳤다. 그의 패기는 작품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룸펜스는 대학 시절, 한 교수가 그를 ‘룸펜!’이라고 부른 데서 연유한다. 룸펜은 사회의 낙오자 혹은 거리의 부랑자를 일컫는데, 마르크스가 사회 최하층을 이른 룸펜프롤레타리아트(lumpenproletariat)에서 유래했다. 이 단어의 우리나라식 표현이 바로 ‘놈팡이’다. 채만식 소설 〈레디메이드 인생〉은 이 룸펜 지식인의 슬픈 자화상을 잘 그리고 있다. 그는 그 단어가 썩 맘에 들었다고 했다. 최용석 디렉터는 학과 수업보다 주변 사물과 사람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다고 털어놨다.

시간이 흘렀지만, 그는 여전히 스냅백에 후드티 차림이었고, 가끔 던지는 개그와 시니컬한 표정도 비슷했다. 물론 변한 것도 많다. 아내와 아들이 생겼고, 더불어 책임감도 커졌다. 일에 대한 노하우가 쌓인 만큼 뮤직비디오 감독이자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숙제도 생겼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고민이다. 현재는 익숙해진 일과 환경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동기 부여할 거리를 찾는 중이다.

[영상] 국가스텐 ‘변신’ 뮤직비디오 (영상 초기에 나오는 아기가 룸펜스의 아들. 귀엽게 나와서 만족하는 작품으로 꼽았다.)


Jungle : 룸펜스의 근황이 궁금하다.

어느 순간 뮤직비디오, 엔터테인먼트 쪽 일을 많이 하게 됐다. 현재는 일적인 고민이 많다. 예전보다 작업이 재미없고, 열정도 시들해진 탓이다. 처음에는 내가 선망하던 작업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어서 뛰어들었다. 윤미래, 타이거JK 등 지인 중심으로 시작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소위 외주업체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클라이언트는 기존 작업을 보고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주도적으로 달려가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원하는 대로 달려가지 못하고 있는 건 문제다. 물론 일이 재미없는 건 아니다. 난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 이 일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좋은 기회를 만났다고 위안한다. 다만, 재미가 반감되는 상황과 환경에 노출되다 보니 스스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위기감에 봉착했다.

Jungle : 현재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달라.

윤미래, 타이거JK와 다음달쯤 같이 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두 사람과는 거의 같이 레이블을 운영하고 있어서 그들과의 작업은 일이라기보다 같이 노는 느낌이다. 동등한 입장에서 작업하다 보니 편하고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게 된다. 그들이 내뿜는 포스도 내 취향과 맞아서 재미있는 작업이 이뤄진다. 그 외에 커머셜이나 아이돌 작업은 대외비라 밝힐 수 없다. 그리고 최근 구상한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는데, 7월 한 달간 미국 횡단 여행을 갈 예정이다. 이미 티켓팅도 했다. 평소 친분이 있는 송호준 작가(1인 인공위성 제작)와 촬영하는 친구들이 동행하기로 했다. 지금 계획은 영상미가 돋보이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작품을 찍을 생각이다. 영상물로 결과가 남는 여행 과정을 보여주려 한다.

[영상] MFBTY(TigerJK/Yoonmirae/Bizzy) ‘SWEET DREAM’ 뮤직비디오 (룸펜스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하는 작품. CGV와 콜라보레이션으로 진행한 ‘스크린X’ 프로젝트. 3면 스크린을 이용해 첫 레퍼런스로 만든 뮤직비디오)


Jungle : 작업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개인 작업의 경우, 스토리 라인이 명확해야 한다. 뭘 보여주고 싶은지 정해지면, 기술이나 그 밖의 요소는 여러 사람과 협업해서 만들어간다. 반면, 우리 작업의 상당수를 이루는 커머셜, 뮤직비디오는 이해관계가 많이 얽혀있다. 아이돌 뮤직비디오는 심지어 어린 친구들의 미래도 걸려있다. (웃음) 그러다 보니 내가 원하는 것을 주장해서는 팬들이 원하지 않는 상황과 부딪힐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고민하게 된다.

나는 변화를 계속 추구하는 편이다. 그 변화는 작업 공간의 이동과 맞물린다. 초기 작업실이었던 평창동 사무실을 떠난 이유는 젊은 작가로 살던 삶에서 탈피하겠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현재 압구정 사무실로 옮긴 지는 2년 반 정도 됐는데, 이 사무실로 올 때도 각오가 있었다. 물론 어릴 때 살던 동네이기도 했지만, 체계적으로 커머셜 작업을 해보자는 생각에서 이곳으로 왔다. 결과적으로는 룸펜스의 성향과 안 맞는 공간이다. 둘러보면 알겠지만, 더럽고 정리가 안 된다. 체계를 찾아왔으나 자유로운 장소가 되어버렸다. 자유롭긴 한데 누울 곳이 없는 것도 아쉬움이다. 이제는 다시 주거와 작업을 같이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옮기고 싶다. 과거 변화를 찾아가다 현재에 이른 것처럼, 지금은 또 다른 변화를 추구할 시점이다. 익숙해지는 것은 천성적으로 맞지 않는다.

[영상] 방탄소년단 ‘I NEED U’ 뮤직비디오 (방탄소년단은 데뷔부터 룸펜스와 같이 작업했고, 그들의 성장을 쭉 지켜봤다. 최근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뿌듯하다고 한다.)


Jungle : 룸펜스를 있게 한 단어가 ‘공간’ 아닌가. 최용석 디렉터에게 공간은 어떤 의미인가.

공간에 대한 개념도 계속 바뀌었다. 처음에는 모니터 안에서 노는 게 재미없어서 밖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기저에는 여러 가지를 향유하며 살고 싶은 바람이었는데 나의 작업물에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그 작업만 하는 사람으로 비쳤다. 상업적 접근도 마찬가지다. 계속 같은 작업을 하다 보면 한계 같은 것이 보인다. 가령 맵핑이라면, 사람들이 기대하는 건 입체적으로 튀어나왔다가 들어가고 뒤틀리는 그런 이미지다. 그런 니즈에 따라 작업에 몰두하다가 어느 순간 내 안에 이런 질문이 일어난다. ‘언제까지 이 작업을 해야 하지?’ 그래서 다시 모니터 안으로 들어왔다. 뮤직비디오를 하면서 어린 시절 영화에서 해보고 싶었던 불 터지는 신이나 액션 신 등을 마음껏 재현했다. 한동안 꽂혀있었다. 그러다 지금은 다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변화에 공간이 차지하는 비중은 꽤 크다. 하고 싶은 작업 방향에서 ‘공간’은 늘 다른 형태로 존재하는 캔버스 같다.

Jungle : 과거와 다른 현재 룸펜스 작업의 특징은 무엇인가.

노하우가 많이 생겼다. 반면 답습하고 있다는 생각에 회의가 든다. 이제는 음악을 듣거나 얘기를 들으면 뚝딱 나온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뭔지 바로 떠오르는데, 영혼 없이 반복하는 모습에 각성이 일어난다. 지금은 그런 상태가 상당 기간 지속되었다. 변화를 절감하는 중이다.

사실 작업을 하다 보면 디렉터의 색깔이 녹아든다. 예전에는 색이 안 정해졌었다. 그래서 매번 다르게 순간순간 끌리는 것을 했다. ‘작업을 쌓아가다 보면 룸펜스 작업이라고 인식되겠지’ 생각했다. 실제로 그렇게 됐다. 그러나 나는 한 방향으로 규정되거나 인식되는 게 달갑지 않다. 오히려 다방면에 걸쳐 있는 사람이고 싶다. 뭐든 맛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감독 밑에서 조감독 생활을 오래 한 것도 아니고 소위 입봉을 통해 데뷔하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감으로 익히고 스스로 노하우를 터득해서 지금까지 왔다. 그 덕에 초기에는 상식을 탈피한 작품 시도가 많았는데, 산업과 밀접하게 작업하다 보니 그런 시도가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Jungle : 전환점이 필요한 시기라고 했는데, 룸펜스를 어떻게 이끌어갈 계획인가.

나의 바람은 일보다 작업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티스트로 불리고 싶은 바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 맘대로 해보고 싶다. 시간이 되면 음악을 배울 생각이다. 작업하면서 가장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게 사운드더라. 그래서 음악을 좀 더 하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나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지금까지 함께한 룸펜스 직원들은 다 학교 후배들이다. 나는 그들이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독립하도록 도와준다. 나간 친구 대부분이 개인 작업을 하고 있다. 같이 일한 친구들이 거의 시각디자인 전공자들이지만, 이 일은 꼭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어도 할 수 있다.

가까운 미래의 꿈이라면, 마당 있는 집에서 아들에게 목공으로 미끄럼틀이나 롤러코스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아파트에서 아이가 크는 걸 보고 싶지 않다. 마당에서 뛰어놀게 하고 싶다. 아이와 대화도 많이 하고 함께 하는 것도 많으면 좋겠다. 지금은 모든 것이 아이에서 비롯한다. 적어도 내가 하는 일의 동기는 아이를 볼 때 선명하게 상기된다. 일에 대한 영감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여행과 일련의 고민 속에서 찾아볼 생각이다. 변화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찾아온 것처럼, 앞으로의 계획이 그런 계기가 될 거라 믿는다.

[영상] 조용필 ‘HELLO’ 뮤직비디오


[영상] 이효리 ‘Golden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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