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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 SILO Lab.  (2015-04-20)
제목 : 공간을 디자인하는 메이커스
공간을 디자인하는 메이커스

메이커스(Makers), 현재는 기술에 정통하고 강력한 디지털 도구를 갖춘 이들이 주도하는 세상이다. 디지털 세대는 개별 존재로서 제조산업을 점령했다. 〈메이커스〉 저자 크리스 앤더슨은 “이런 메이커스가 인터넷보다 더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피력한다. 메이커스는 분명 미디어와 예술 산업에 스며들어 조금씩 콘텐츠를 변화시키고 있다. SILO Lab.(이하, 사일로랩)은 이영호(ZIZIZIK), 이수빈(SAMCHEE), 박근호(CHAMSAE), 박근호(TVD), 박영계(ochick), 5명의 젊은 메이커로 이뤄진 그룹으로,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 굴지의 광고주들이 주목하는 대표 메이커스, 사일로랩(http://silolab.kr)을 소개한다.

에디터 ㅣ 박수연 (sypark@jungle.co.kr)
사진제공 ㅣ SILO Lab.

빛이 일렁인다. 소리에 반응하는 빛의 움직임. 대화하듯 마주 흐르는 음악. 춤을 추듯, 밀려가고 밀려오는 빛의 파동. 묘화(妙火)의 몽환적인 너울거림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넋을 잃고 만다. 묘화(妙火)는 사일로랩이 지난해 젠틀몬스터 퀀텀 프로젝트 일환으로 선보인 작품이다. 사일로랩 작품에는 언제나 사람들과의 소통, 공간의 틀을 깨는 영감의 확장, 디자인과 기술의 경계를 벗어난 자유로움이 만연하다. 문득, 사일로랩의 작업실이 궁금하다.

한강에서 멀지 않은 망원동 주택가. 망원한강공원 초입에 들어섰을 때는 이미 회색 구름이 비를 잔뜩 머금고 무겁게 가라앉아있었다. 늦은 오후 거리는 한산했다. 지도를 따라 걷다 발견한 사일로랩 간판. 건물 지하로 내려갔다. 인터랙티브 디지털미디어 디자이너의 사무실은 어떤 모습일까. 공간을 빛과 다양한 매체로 디자인하는 이들의 작업실. 첫 느낌은 ‘하얗다’. 하얀 벽면에 기댄 장식장에 공구 박스가 칸칸이 담겨 세 면을 채우고 있었다. 무엇이 될지 모르는 무한의 가능성을 가진 보물 상자. 그들에게 공구는 뭐든 만들 수 있는 보물이다. 사일로랩 작업공간에서 5명의 메이커와 공간을 벗어난 이야기를 나눴다.
Jungle : 사일로랩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사일로(Silo)라는 단어는 곡식 창고의 의미를 갖고 있는데, 군사용어로 쓰일 때는 지하 무기고처럼 핵 보관 벙커를 일컫는다. 지하 사무실에서 시작해 저력을 과시하는 팀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바람에서 지었다. 무엇보다 우리끼리 아이디어를 던지다 ‘이거다!’라고 생각한 단어가 ‘사일로’였다. 원래는 개인적으로 작업하던 메이커였다. 모두 학생이었고 아트 작업을 많이 했었다. 서울에 이런 작업을 하는 메이커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한 다리 건너면 다 안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알음알음 알고 지내다 자연스럽게 지금의 멤버로 굳어졌다. 사무실을 망원동에 얻은 것은 홍대와 멀지 않고 비슷한 작업을 하는 메이커팀들이 근처에 모여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강이 가까운 점도 매력으로 다가왔다. 저녁 늦게까지 작업하는 올빼미 습성이 있는데 바람쐬러 나가기에 참 좋다. 함께 일한 건 2년 정도 되는데, 사무실을 얻어 같이 작업한지는 1년 남짓 됐다. 지금 이 사무실은 직접 시멘트에 물 섞어가며 바닥 공사하고 페인트 칠해서 완성했다. 우리에게 이 공간은 시작의 의미가 있다.
Jungle : 사일로랩의 작업을 보면 영역이 다양하다. 아트와 커머셜의 경계를 오가며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구축하는 듯한데, 어떤가?

처음 시작은 아트였다. 오히려 작업하면서 ‘우리의 일이 커머셜에 녹아들 수 있구나’ 깨닫게 됐다. 가령, 묘화(妙火) 작품이 아트를 통해 커머셜을 추구한 예다. 작년 5월, 안경브랜드 젠틀몬스터 퀀텀프로젝트 일환으로, 아날로그 감성이 있는 전구를 사용해 만들었다. LED와 같은 밝기의 빛인데 받아들이는 사람의 느낌이 전혀 다른 점에 착안했다. 자유도가 큰 작업이었다. 작년에 나라 전체적으로 침울한 분위기였는데, 그런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었다. 사실 아트와 커머셜은 우리에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이슈다. 무의미한 질문이다.
우리는 각자 흥미거리가 있어서 평소에 하고 싶은 작업을 해보는데, 그런 레퍼런스들이 커머셜 제안에 유용하게 활용된다. 시안에 맞게 우리의 기술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머셜의 경우 우리의 작업을 보고 클라이언트 쪽에서 먼저 의뢰가 들어오는 편이다. 결국 우리가 하고 싶은 작업을 하다 보면 그 작업을 원하는 클라이언트와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Mediator(중계자)’라고 칭한다. 우리의 아트 작업이 클라이언트 기획자에게 아이디어나 영감의 소스가 되기도 하니까. 이것이 아트 작업을 이어가면서 커머셜을 할 수 있는 우리의 방향성이 아닐까.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것도, 우리의 정체성을 카테고리에 귀속하는 것도 지양한다.
Jungle : 다섯 명이 함께 일하다 보면 장점도 있겠지만, 단점도 있을 것 같다.

우선 하나의 좁은 방향이 만들어지진 않는다. 취향이나 기호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하나보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편이다. 반면, 모두 전에 없던 실험적인 것을 즐기고, 작업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한다. 각자 만드는 과정을 즐기기 때문에 작업하는 일련의 과정과 경험 자체가 우리의 방향성이다. 작업을 통해 알게 되는 새로운 기술이나 반응 같은 것이 더 고무적인 것이 사실이다. 우리 작업 특성상 손에 잡히는 결과물이 남지는 않는다. 따라서 물성이라는 개념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약하다. 대신 영상으로 남는 결과물이 그 이상의 만족과 성취감을 준다고 생각한다.

Jungle : 사일로랩이 다른 메이커스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우리의 차별점이자 장점은 일반적인 선례와 방법을 따르지 않는 것이다. 커머셜 의뢰 시 기성 제품을 찾아 예쁘게 조합하는 대신, 직접 다 제작하고 우리만의 것으로 구현한다. 예를 들어 조명 기기를 이용해 작업할 때, 우리는 직접 실험하면서 제어하는 제어 회로를 만들기 때문에 차별성이 있다. 음악에 맞춰 반응하는 전구라든지, 사람이 체험하는 인터랙티브 작업 등은 의뢰를 통해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연구한 레퍼런스를 가지고 더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제안 내용을 그대로 만들기보다 한 단계 더 고민한다. 우리 작업은 기성 제품이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 의뢰해야만 한다. 또한 조직적인 면에서 우리 다섯 멤버는 회사에 들어간 적이 없다. 그런 면에서 자유로운 소통과 틀에 박히지 않은 아이디어, 우리만의 톤을 갖게 됐다. 생각에 제한이 없고, 우리의 능력을 합쳐 구현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선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짧다. 만드는 사람이 아이디어를 직접 내기 때문에 작품 구현이 원활하다.
Jungle : 다양한 매체로 공간을 채우는 작업이 많은데, 공간은 사일로랩에 어떤 의미가 있나?

공간은 다양한 매체를 담을 수 있는 캠퍼스다. 어떤 때는 디스플레이로 덮고, 어느 때는 조명으로 입힌다. 포인트는 사람들이 공간에 참여해 컨트롤할 수 있게끔 구현하는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인터랙션 미디어랩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참여한 모든 사람이 자신의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게 만들고자 한다. 공간은 부수고 새로 지으면 전혀 다른 곳이 된다. 하지만 인터랙션 디자인 공간은 사람들이 느끼는 감성에 의해 달라지기도 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장소성을 갖기도 한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텅 빈 공간이 주어지면, 자연스럽게 뭘 채워넣을까, 어떤 인터랙션을 구현할까 고민한다. 공간도 작품의 일부라서, 빛을 쏜 면에 반사된 각도나 빛의 크기, 세기, 모양 등에 관심이 많다. 많은 빛을 쏘면 강해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빛의 강약, 반사면의 수 등에 따라 빛은 계속 달라졌다. 이런 식으로 개념이 확장된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영감을 받는 장소는 깔끔한 마감보다 터프한 공간, 버려진 공간 같은 곳이다.

Jungle : 사무실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나?

사무실은 모든 테스트가 일어나는 공간이다. 같은 분야가 아닌 사람들이 보면 단순히 잡동사니처럼 보이지만, 우리에겐 자부심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무실을 보물창고라고 한다. 만들 수 있는 재료가 있어서 바로 테스트 가능하고, 테스트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발전시킬 동력을 얻는다. 그 아이디어가 아트가 되기도 하고 커머셜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모든 실험이 아웃풋 재료인 셈이다. 작업할 때는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하게 장비로 들어찬다. 우리의 영감과 아이디어로 채워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Jungle : 인터랙티브 디지털미디어 디자인을 하는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남겨달라.

대부분의 학생이 아이디어 스케치나 과정을 남기지 않는다. 아이디어 자체가 포트폴리오가 되는 개념을 잘 알지 못한다. 아이디어에서 그치지 말고 자신의 포트폴리오 공간을 마련해서 다른 사람에게 오픈하는 과정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잘하든 못하든 정리가 필요하다. 디자이너들은 머릿속에 이미 잘 만들어진 결과물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실제 작업이 좀 부족하면 ‘나중에 다 완성해서 오픈해야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부족한 작업도 작업으로서 의미가 있다. 요즘엔 많은 정보가 온라인에 올라와 있어서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공부해서 악착같이 작업을 완성해보려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한다. ‘장비가 없어 못 한다’, ‘돈이 없어 못 한다’는 생각 대신 작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역시나 사람이 중요하다. 보통 혼자 작업하는데, 비슷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영감도 얻고 아이디어도 나누기 바란다. 기회는 어디서 생길지 모르고, 어떤 길로 들어설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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