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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보다 나은 둘 - 0.1
스튜디오 0.1 (2017-10-13) 
하나보다 나은 둘 - 0.1

 

 

여기, 0.1이라는 수학 공식이 떠오르는 독특한 이름의 스튜디오가 있다. 알고 보니 자매가 함께 작업하는 스튜디오였다. 여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인터뷰를 위해 연남동에 위치한 작업실 겸 쇼룸으로 찾아갔다.


ⓒ0.1 All Rights Reserved.

ⓒ0.1 All Rights Reserved.


일하는 사람에게 누구와 일하는가와, 그 사람과 얼마나 마음이 맞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취향이 잘 통하고 편안한 짝지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지영, 지원 자매가 함께 그림을 그리고 소품을 만드는 0.1은 가족이라는 이유를 떠나,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동료’로서도 잘 맞고 서로 힘이 되는 사이다. 그래서일까, 인터뷰하는 내내 0.1에게서는 차분함과 안정감이 느껴졌다.

〈rope-rope〉 / 〈hoop-hoop〉 ⓒ0.1 All Rights Reserved.

〈rope-rope〉 / 〈hoop-hoop〉 ⓒ0.1 All Rights Reserved.


안녕하세요. 0.1을 소개해주세요.
지영(영) - 안녕하세요. 저희는 0.1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자매 작가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가 주인공인 그림책과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는데, 그 취향이 반영되어 어린아이를 그리고 있어요.

0.1이라는 이름이 독특해요. 뜻이 뭔가요?
 - 제 이름은 지영이고요, 동생 이름은 지원이에요. 각자의 이름에서 영과 원을 따와서 0.1이라고 지었어요.

언제부터 같이 작업을 했나요?
 - 각자 그림을 그리다가 2013년부터 같이 하기 시작했어요. 어머니가 사용할 그림을 위해 한 번 그림을 맞춰봤는데, 혼자 그리는 것보다 좋더라고요. 친구들 반응도 색다르고 괜찮다고 해서 그때부터 같이 하고 있어요.

두 사람 모두 그림을 전공했나요?
 - 동생은 서양화를 했고요, 저는 동양화를 했어요. 그러나 지금 작업 방식이 전공에 기초해서 나온 건 아니에요.

맞아요. 약간 일본 만화 느낌이 난다고 할까요?
지원(원) - 저희가 어렸을 때 접했던 애니메이션이나 그림책 중에 일본 작품이 많았어요. 거기에서 영향받은 것 같아요.

ⓒ0.1 All Rights Reserved.

ⓒ0.1 All Rights Reserved.

〈postcard - early dawn〉 ⓒ0.1 All Rights Reserved.

〈postcard - early dawn〉 ⓒ0.1 All Rights Reserved.


0.1의 그림의 주인공은 언제나 무표정한 아이들이에요.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 아이들을 관찰해보니 신나게 놀고 웃을 때도 많지만, 어떤 일에 집중하면 무표정을 짓더라고요. 이런 특징에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또,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났을 때 어른은 크게 반응하지만, 의외로 아이들은 덤덤하게 받아들여요. 뭔가, 모든 일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유연하게 받아들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아이들이 어른보다 무표정을 잘 짓는 이유는 어른보다 가능성이 더 열려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이와 무표정이 잘 어울린다고 느꼈고요. 저희가 표현하는 무표정은 좋은 느낌인 거죠.
 - 의연함이 담긴 표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두 분의 어렸을 때 경험이 녹여있는 건가요?
 - 이야기를 짤 때 기본적으로 저희가 느꼈던 것들, 혹은 둘 중의 한 명이 경험한 이야기에서 출발해요. 그림 속 아이들이 저희를 대신해서 이야기를 잘 전달할 것 같거든요.

〈post card - number of cases〉 ⓒ0.1 All Rights Reserved.

〈post card - number of cases〉 ⓒ0.1 All Rights Reserved.

〈Bottles-〉, 액자 틀은 나무 아티스트 이승철 작가가, 그림은 0.1이 작업한 협업 작품이다. ⓒ0.1 All Rights Reserved.

〈Bottles-〉, 액자 틀은 나무 아티스트 이승철 작가가, 그림은 0.1이 작업한 협업 작품이다. ⓒ0.1 All Rights Reserved.


작업방식도 이름처럼 독특한 거로 알고 있어요.
 - 둘이 따로 그림을 그린 후, 하나로 합쳐요. 동생이 얼굴(표정이나 머리 스타일)을 그리고, 제가 손이나 포즈 등 몸을 그려요. 이렇게 둘이 나눠서 어린아이를 그린다는 형식을 쭉 유지하고 있어요.

두 사람이 한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이 궁금해요.
 - 여러 작품을 동시에 그려요. 한 사람이 몸을 그리면, 다른 한 사람은 다른 작품에 들어갈 얼굴을 그리는 거죠. 조금 힘들다 싶으면, 또 다른 작품을 그리기도 하고요.
 - 아무래도 각자 나눠서 그리다 보니 비율과 각도가 안 맞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는 컴퓨터에서 이상적인 비율로 사이즈를 조절해요. 컨디션이 좋을 때는 각자 그린 그림이 한 번에 맞아 떨어지기도 하는데, 그때는 수정이 필요 없어요.

컴퓨터로 작업하는 편인가요?
 - 손으로 그린 그림을 스캔한 뒤에, 컴퓨터에서 최종 마무리 작업을 해요. 이때, 실크스크린에서 찍을 색을 미리 입혀보고, 실크스크린 작업을 할 수 있게끔 마무리를 해요. 마지막으로 실크스크린 인쇄를 합니다.

생각보다 과정이 복잡하네요. 실크스크린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 학교 다닐 때 둘 다 판화 수업을 들었어요. 성격이 꼼꼼한 편이라 섬세한 판화가 잘 맞았어요. 그래서 외부에서 진행하는 판화 수업을 들었는데, 학교에서 배운 판화와 실제로 독립출판에서 사용되는 판화의 느낌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때, 독립 출판을 전문으로 하는 디오브젝트라는 듀오가 실크스크린으로 인쇄한 책을 가지고 페어에 참가하는 걸 보면서 더 관심이 생겼어요.

0.1은 때때로 독립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에서 실크스크린 워크샵도 한다.

0.1은 때때로 독립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에서 실크스크린 워크샵도 한다.

천으로 만든 책 〈Remnant-〉. 미싱 작업을 직접 하다 보니, 다양한 형태의 작업물이 나올 수 있다.

천으로 만든 책 〈Remnant-〉. 미싱 작업을 직접 하다 보니, 다양한 형태의 작업물이 나올 수 있다.


0.1의 작업을 보면 종이보다는 천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 많더라고요.
 - 천 작업은 에코백 때문에 시작했어요. 미싱을 다룰 줄 아니까 재미있는 게 많더라고요. 그림이 천에 입혀져서 실용적인 물건까지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 그림을 입힐 방법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싶어요. 또, 저희가 노동집약적인 작업을 좋아해요(웃음).
 - 어린아이를 그리겠다는 건 정했지만, 그림이 담길 매체나 소재는 정하지 않았어요. 계속 장르를 넓혀가고 싶어요. 물론, 제일 좋아하는 소재는 종이예요. 나중에 종이랑 다른 매체들이 다 같이 어우러지면 좋을 것 같아요.

직접 만든 천 제품 위에 그림을 인쇄하는 거였군요.
 - 시작할 때는 미싱을 할 줄 몰라서 완제품 위에 인쇄했어요. 그런데 최소 수량과 단가 맞추기가 어렵고, 재고가 너무 부담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미싱까지 저희가 직접 해요.
 - 공장재 물건을 사용하니 퀄리티가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자금이 한 번에 크게 들어간다는 단점도 있고요. 그래서 약간의 호기심으로 미싱을 배워서 직접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럼 완성품 하나를 만드는데 기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 하나의 그림으로 최대 물량이 나올 수 있는 기간은 2주예요. 그림이 잘 완성된다고 해도, 저희 두 사람 모두 마음에 들어야 하므로 도안 합치고 완성하는 데까지 일주일이 걸려요.
 - 실크스크린 작업은 한 번에 여러 장을 찍어야 하고, 미싱도 똑같은 걸 여러 장 만들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한 번의 공정으로 과정 하나를 마치는 방식으로 만들고 있어요.


0.1의 작업을 마음껏 만나볼 수 있는 작업실 겸 쇼룸. 지영&지원 자매의 취향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0.1의 작업을 마음껏 만나볼 수 있는 작업실 겸 쇼룸. 지영&지원 자매의 취향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작업실 한 켠에는 미싱을 위한 공간이 있다.

작업실 한 켠에는 미싱을 위한 공간이 있다.


0.1은 페어에 자주 나가던데, 페어의 어떤 매력에 끌렸나요?
 - 우리 작업을 접하는 사람과 실제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요. 
 - 전시는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기가 어려운데, 마켓이나 페어는 2~3일밖에 안 하지만 굉장히 많은 사람들의 반응을 바로 볼 수 있어요.
 - 생각보다 매우 솔직한 의견을 받게 돼요. 그래서 페어를 다녀오면 생각이 많아져요.
 - 우리 예상과 다른 반응을 받으면 부족했던 점은 무엇인지 엄청 고민하게 되요. 반대로, 우리 생각과 비슷한 반응에는 힘을 얻어요. ‘열심히 했는데 다행이구나.’하고요.
 - 때때로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아야 작업을 오래 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보통, 페어 참가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막상 경험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건 문제가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 맞아요. 일단 가면 어떻게든 되요.
 - 해외 페어 같은 경우, 언어를 걱정하는데요. 저희는 이미지 위주의 작업을 하다 보니까 언어의 벽을 못 느꼈어요. 그리고 꼭 언어가 아니더라도 순간의 분위기로 통하는 무언가가 있어요.
 - 재미있는 순간도 생기고요. 상대방은 이런 상황이나 분위기까지 포함해서 우리를 보는 거죠.

0.1은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독일 등 해외에서 열리는 페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0.1은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독일 등 해외에서 열리는 페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자매가 같이 일하면 어떤 점이 좋나요?
 - 피드백을 주고받을 때 눈치를 안 봐도 된다는 점이요. 타인한테 피드백을 줄 때는 아무래도 한 번은 걸려서 전해야 하죠. 그런데 지원이는 디테일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금세 잘 알아들어요.
 - 평생 같이 살아서 그런지, 저와 언니는 취향이 거의 똑같거든요.
 - 작업 구상을 할 때도 서로의 아이디어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해요. 그래서 자료 수집 같은 것도 잘 맞아 떨어지고, 물건 살 때도 거의 의견이 맞아요.

작업하면서 부딪치는 일이 거의 없겠어요.
 - 거의 없어요. 부딪친다고 해도, 가는 길이 달라서 그런 게 아니에요. 정해진 길 안에서 작은 것들로 의견 충돌이 살짝 있어요.
 - 저희가 작업하는 데 큰 문제가 없는 건, 성격은 다른데 취향은 같아서 그래요.
 - 서로 화내는 포인트가 달라서 큰 충돌 없이 잘 넘어가는 것 같아요.

작업하면서 서로 눈치 볼 때는 없나요?
 - 그런 적은 없어요.
 - 오히려 한 명이 처질 때, 다른 한 명이 으샤으샤해요.
 - 그럴 땐 힘이 되는 사람이 두 배로 해요. ‘쟤가 하니까 나도 이만큼 해야 할 텐데’라는 마음보다는 ‘쟤가 컨디션이 안 좋으니까 이번에는 내가 좀 커버한다’는 마음이 더 커요.
 - 매일 1시간 이상씩 대화를 하면서 속에 담아놓지 않으려고 해요. 작업할 때도 이야기를 많이 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편이에요.
 - 서로의 고민이 내 것처럼 느껴져요. 동생은 제 고민을 들으며 그게 아주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고 느끼고, 저는 동생을 보며 과거의 제 모습을 떠올리고요. 처음에는 고민을 두 배로 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는데, 해결 속도도 두 배 빠르더라고요.

부러운 팀워크예요. 두 분이 앞으로 그리는 꿈이 있다면?
 - 저희가 서울, 도쿄 페어를 기본으로 나가는데요. 이제는 다른 나라의 페어도 경험하고 싶어요. 새로운 만남이 있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페어는 우리에게 너무 적합한 방식이거든요. 페어 외에도 우리 작품을 다른 나라에 소개할 방법이 있다면 해보고 싶어요.
원 - 장기적으로는 꾸준히 작업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작업하면서, 그때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미루지 않고 바로 할 수 있는 힘이 있었으면 해요.


에디터_ 허영은(yeheo@jungle.co.kr)
취재 협조_ 0.1(0choo1.tumblr.com / Instagram @0choo & @1ch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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