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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 스튜디오 오디너리랩  (2013-07-10)
제목 : 보통의 디자인
보통의 디자인

슈퍼마켓에 가면 제품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디자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과자, 화장품, 세제 등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면서 동시에 우리 생활과 가장 닮아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들은 단순히 보기 좋고, 멋있는 디자인이 아니라, 익숙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요소들이 조합돼 만들어지는 것이다. 오디너리랩의 디자인은 이러한 슈퍼마켓을 떠올리게 한다. 서울 도심을 재해석한 아마추어 서울을 시작으로, 일상 생활용품들을 셀렉트해 판매하는 오디너리 라이프, 경계 없는 디자인을 보여주는 오디너리랩에 이르기까지. 이름 그대로 우리의 삶 가까이 있는 보통의 디자인을 보여주고, 또 실천하고 있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 | 오디너리랩(http://olab.co.kr)

Jungle : 오디너리랩에 대해 소개해달라.

김지은: 오디너리랩은 브랜딩&디자인 스튜디오로, 그래픽이면 그래픽, 제품이면 제품 이런 식으로 경계를 두지 않고 폭넓은 작업을 하는 곳이다. 이외에도 직접 셀렉트한 해외 생활용품과 오디너리랩의 자체 제작 제품을 판매하는 오디너리라이프를 운영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서울 도심을 여행하는 아마추어 서울과 한국식 삶의 방식과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한국식 생활 등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Jungle : 두 사람이 함께 스튜디오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유혜인: 오디너리랩을 시작하기 전이었던 대학교 때 처음 아마추어 서울에 대해 구상했었다. 아마추어 서울은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되었다. 지도를 그리고, 직접 여행을 가보면서 즐겁게 한 일이다. 스튜디오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하다가 공교롭게도 회사를 그만둔 시기가 겹쳤다. 그때 지은 씨는 영국에서 생활하고 있을 때였는데, 한국을 떠나기 전에 맡았던 게스트하우스이자 갤러리 카페인 레이지박스 프로젝트가 예상외로 반응이 좋아서 후속 작업의 의뢰가 들어온 상황이었다. 그 일을 같이 돕다가, 같이 스튜디오를 해보자는 쪽으로 이야기했었다.

Jungle : 스튜디오를 만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

유혜인: 스튜디오를 만들기 위해서 빚을 내거나, 지인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 아무래도 스튜디오에 금전적인 투자를 하게 되면, 투자한 만큼 뭔가를 얻어내려는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욕심을 내기보다 천천히 시작하려고 했다.

김지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성을 쌓는 기분이었다. 잃을 것이 없으니, 스튜디오를 만든다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영국에서 소규모 스튜디오들의 활발한 활동도 보기도 했었고. 스튜디오를 시작하고 나서가 더 고민이었다. 일이 끊기진 않을까, 주기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 스스로가 할 일을 찾았다.

Jungle : 앞서 말했듯 오디너리랩은 자체적으로 시도하는 프로젝트들이 많다.

김지은: 함께 했을 때 재미있을 것 같은 일을 했다.
유혜인: 신기하게도 좋아서 했던 일들을 보고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그 일들이 우리의 디자인 방향이나 색깔을 만들어 온 것 같다. 이러한 작업을 보고, 의뢰가 들어오기도 했다.

Jungle :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 있나?

김지은: 7월 5일부터 키엘 울트라 아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뉴욕 아트백 오디션’이 열리고 있다. 그래픽, 회화, 스트리트 아트 등 다양한 분야 50팀이 참여했는데, 오디너리랩도 그중 하나로 직접 아트백을 디자인하고 제작했다. 이것과는 별개로 7월 19일부터 키엘 삼청동 부티크 2층에서는 실크 스크린작업과 워크숍을 병행한 전시도 준비하고 있다. 이외에도 어린이용 과자 패키지 및 영어교재 등을 디자인 작업도 진행 중이다.

Jungle : 작업은 어떻게 나누는 편인가?

유혜인: 리서치와 기획 회의는 함께한다. 프로젝트의 규모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서로의 성향에 맞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

김지은: 오랜 시간 알고 지냈지만, 우리에게는 분명 같은 면도 있지만, 다른 부분도 있다.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에서 했던 작업이 우리가 어떤 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두 개의 책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하나는 디자인 큐브, 다른 하나는 KCDF 윈도우 갤러리의 아카이브북을 제작해야 했다. 마치 우리 두 사람처럼, 두 책 역시 서로 비슷하지만 다른 성격을 갖고 있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주최한다는 것과 발간 시기가 같아야 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시 내용이나 기간 등은 디테일한 부분은 달랐다. 그래서 기획 단계에 회의를 거친 후에는 디자인은 각자 진행했었다.

Jungle : 브랜딩부터 북 디자인, 제품 디자인까지 다양한 범주의 디자인을 하고 있다.

유혜인: 두 사람 다 건국대학교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디자인 전반에 관심이 높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지은 씨는 크라운베이커리와 저는 공책에서 일하는 등 각자 다른 곳에서 일하며 디자인해 온 영향이 컸다.

김지은: 학교의 분위기가 한 분야의 공부만을 강요하지 않았다. 학과제가 아닌 학부제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다방면의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해줬다. 그때 당시만 해도 이러한 교육 과정이 즐겁긴 해도,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지금 우리의 작업에는 많은 영감을 주고 있는 것 같다.

Jungle : 오디너리랩은 이름 그대로 생활의 다양한 영역에 걸쳐, 오디너리함을 실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지은: 자연스럽게 이뤄진 일이다. 보통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분야의 일을 두려워하는데, 오디너리랩은 그런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예를 들어, 제품 디자이너에게 그래픽 디자인을 해보라고 하면 망설이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경계를 두지 않기 때문에 해 보고 싶은 일은 모두 할 수 있는 것 같다.

유혜인: 작업 방식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결과물이 그래픽인지 제품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단 직접 부딪쳐보고 작업과정이나 방법을 찾아간다. 이렇게 일을 하는 방식을 두고 다른 사람들이 ‘품앗이’라고 하는데, 그 말이 틀린 것 같지 않다.

김지은: 둘 다 상업적인 디자인을 경험해봐서, 결과물에 대한 기준은 확실한 편이다. 오디너리랩의 디자인은 반드시 사람들이 사용하고,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Jungle : 오디너리랩의 작업을 보면, 두 사람이 살아온 삶의 방식과 환경이 느껴지는 것도 같다. 자신의 관점이나 경험들을 적극적으로 디자인에 반영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것이 아닐까?

김지은: 지난 6월 24일에 예올 ‘Young Designer’s Market’에 참가했었다. 무엇을 팔까 고민했었는데, 주최 측에서 꽃을 파는 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만약 그래픽 디자인만 전문적으로 하는 스튜디오였다면, 꽃을 포장하는 랩핑 페이퍼나 푯말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꽃을 포장하고, 건조하는 등의 용도로 사용하는 파우치를 제작했다. 여러 가지 소재를 다뤄본 경험 때문이었는지 꽃에 어울리는 것이 무엇일지, 꽃을 포장하고 말리는 과정 등을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어떤 꽃을 함께 판매할지, 제품의 디스플레이 배치를 함께 고민했었는데 우리의 경험과 지식과 디자인이 모두 결합된 프로젝트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유혜인: 일반적으로 꽃이라고 하면 화병을 만들거나, 꽃과 관련된 디자인을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양한 관점을 통해 접근하려는 방법 때문에 전혀 다른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 이것이 오디너리랩의 디자인 스타일과도 비슷하다.

Jungle : 이과 같은 맥락으로 오디너리라이프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을 보고 조금 놀랐다. 치약, 차, 땅콩 크림들까지 이러한 일상적인 제품까지 판매할 줄은 몰랐다.

김지은: 영국에 살 때 유일하게 사치(?)를 할 수 있었던 곳이 슈퍼마켓이었다. 그때 독특한 패키지를 가진 제품은 꼭 사서 뜯어보고 분석하면서, 좋은 제품은 혜인 씨나 다른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일이 참 재미있었다. 처음엔 친한 사람들끼리의 공동 구매였다가, 발전한 것이 지금의 오디너리라이프다. 그래서 오디너리 라이프에는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용품들이 많다.

디자인은 중독과도 같아서, 좋은 것을 계속 사용하게 되면 다른 것들도 바꾸고 싶어지는 충동이 생기는 것 같다.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제품들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볼 수 있게 되면, 점점 더 자신의 일상생활이나 디자인에 대한 관점도 변하게 되지 않을까. 오디너리라이프가 그런 디자인을 공유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한다.

Jungle : 오디너리랩이 보여주고자 하는 오디너리함이란?
김지은: 코카콜라 병이 세상에 등장했을 때는 혁신적이고 독특했지만, 이제는 가장 익숙한 제품 중 하나가 되었다. 사람들의 삶 속에 익숙해지면서 ‘보통’이 되었지만, 특별함을 가진 디자인을 하고 싶다.

Jungle : 앞으로 오디너리랩의 목표가 궁금하다.

김지은: 스튜디오를 만들게 되었지만, 이것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를 원한다면, 10년 동안은 꾸준히 해봐야 안다는 이야기를 지도 교수님께 들은 적이 있다. 디자이너는 학교를 졸업하거나, 회사에 취직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스스로 원하는 디자인이 있고, 그것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있을 때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스튜디오는 직장이자,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꾸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지속적으로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스스로 디자이너라고 부를 수 있게 잘 크고 싶다.

유혜인: 처음 계획했던 대로 일을 이끌어간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의 작업 방식이나 처음 먹었던 마음가짐을 잃지 않고 꾸준히 디자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지은: 그래도 한 가지를 말하라고 한다면, 새로운 슈퍼마켓을 만들고 싶다. 식품도 팔고 동네의 로컬 브랜드와 책, 가구 등을 셀렉트하고, 우리가 만든 제품들이 어우러진 공간을 갖게 되었으면 한다.


오디너리라이프:http://www.ordinary-life.co.kr/
아마추어 서울:http://www.amateur-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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