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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디자인으로 세상 보기 (2015-05-04)
얼마 전 방영되었던 <삼시세끼_어촌편>은 케이블 TV의 많은 기록들을 갈아치웠다. 재미도, 볼거리도, 거기에 생각할거리라는 의미까지도 더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그럴까? 그곳에 출연했던 배우 차승원과 유해진은, 프로그램의 종영에도 불구하고 광고란 또 다른 미디어를 통해 우리의 눈들을 다시금 채워가고 있다. 물론 이전 볼 수 없었던 일상, 그리고 재미로써 말이다. 
누구를 위한 기술이고, 누구를 위한 속도일까

문화의 한계는 그 출발점과 맥을 같이 한다. 그리고 우리네 역사가 늘 그래왔듯, 인간은 또 그 한계를 넘고자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된다. 우리 디자인의 역사 또한 마찬가지다. 이 땅에 펼쳐진 디자인이란 역사의 한계는 결국 다양한 과도기의 파생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겨난 것이 바로 우리 디자인만의 모순이란 단어다. 지금부터 펼칠 내용은 우리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일상의 파생, 그리고 그 모순에 관한 디자인적 담론이다. 우리도 모르는 불친절한, 그래서 더욱 역설하고픈 친절한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글 ㅣ석중휘 숭의여자대학교 시각디자인 전공 조교수

얼마 전 방영되었던 <삼시세끼_어촌편>은 케이블 TV의 많은 기록들을 갈아치웠다. 재미도, 볼거리도 거기에 생각할거리라는 의미까지도 더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그럴까? 그곳에 출연했던 배우 차승원과 유해진은, 프로그램의 종영에도 불구하고 광고란 또 다른 미디어를 통해 다시 되새김질 되고 있다. 물론 이전 볼 수 없었던 일상의 재미로써 말이다.

그런데 혹시 기억을 하실는지? 방송 첫 회부터 이 두 명을 주인공으로 한 통신사의 광고가 방영되었다는 사실을. 물론 내용이야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 통신사가 더 좋은 품질을 제공한다는 내용뿐이지만, 그 달라지지 않은 광고의 내용을 아직도 필자가 기억하고 있는 건, 아마도 그 프로그램과 광고가 같이 방영된 빨라진 미디어의 모습과 환경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시간 마케팅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그리고 돌아보니, 우리 주변을 둘러싼 대부분의 통신 광고들도 예전부터 늘 그래왔던 것 같다. 속도에 대한 집착 측면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해서 오늘은 이런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고 한다. 속도,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우리, 바로 소비자에 대해서 말이다.

일상이 그랬다. "빨리 빨리!" 물론 지금도 그 “빨리”엔 변함이 없지만 말이다. 그리고 돌아보면, 90년대 이후 이 “빨리”란 단어에 거대한 힘을 부여한 것이, 바로 통신 기술이었다. (지금 듣기에는 끔찍한 이야기겠지만, 지금 인터넷이 없다면 우린 과연 ‘일’이란 걸 할 수나 있을까?) 그런데 이런 기술과 속도의 시장에서, 얼마 전 필자는 조금 이상한 현상을 바로 홈페이지 디자인, 아니 그것의 기술과 디자인의 충돌, 그리고 그 결과에서 발견했다.

홈페이지들의 정보를 사각형으로 구획해 집어넣는 것을 ‘모듈화된 홈페이지’라 부른다. 그리고 지금은 이런 형태의 디자인이 흐름을 타고 있는데, 그 이유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사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이용해 접속하는 빈도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실 이 모듈에 관한 얘기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최근엔 스마트폰을 조립하는 기술까지도 그것에 기꺼이 접목, 활용되고 있다.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일까?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결국 소비의 흐름이 변했기 때문이다. 대량생산의 시대에서 소비자 개인의 방식으로 말이다. 즉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 원하는 기술만 뽑아 접목해서 스스로 사용하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가려고 하는, 이 모듈의 원리와 방향인 것이다. 물론 당연하게도, 그 바탕엔 세계 경제의 흐름이 담겨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그동안 쌓아왔던, 우리네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지금껏 쌓아왔던 많은 기술들을 이 작은 박스에 집어넣으라니. 너무 아깝지 않은가 말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우리의 홈페이지들은 언젠가부터 꽤나 할 말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그 말만큼 너무 복잡해져 버렸다. 소비자의 접근이 아닌, 그것을 위한 디자인이 아닌, 쌓아온 기술을 과시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 있는가? 우리네 시장이 늘 그래왔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더 불편해졌다. 원하는 정보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소비자와 관계없이, 우리네 홈페이지를 주름잡았던 화려한(대용량의) 플래시 영상도 그 기술 중 하나였을 것이다. 빠른 인터넷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우리에게만 빠른, 그 인터넷 말이다.)
그럼 이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과연 우리네 일상에서 이 속도의 기술이 정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었는가를 말이다.

근래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스타그램은 너도나도 개인미디어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 올라오는 한 장의 사진으로 말이다. 지난 100년을 주름잡았던 코카콜라의 패키지도 힘겹지만 개별 소비자를 향한 행보를 시작했으며, 대표적인 디자인 소프트웨어기업 어도비 역시 개별 소비자를 목적으로 한 CC버전을 앞세우고 있다. 거대기업 애플은 또 어떤가? 이미 몇 년 전부터 어도비와 손을 잡고 아이패드를 활용한 전자책 시장을 개별 소비자와 판매자에게 열어두고 있지 않았던가? 이런 일련의 흐름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은? 바로 소비자가 중심이라는 것, 그리고 개별소비자에 대한 방향성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의 방향이 이렇기 때문에) 그렇다면 이런 시장 상황에서 속도, 그리고 그것을 향한 우리 기술은 얼마나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얼마 전 영화를 만드는 지인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 영화를 보면 모두 TV의 드라마처럼, 화면이 선명하기만 한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영화마다 가지고 있는 콘셉트가 톤으로 나오지 않고, 모두 똑같은 화질의 모습이라 나름 한국영화에 불만이 있었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 대답이 아주 걸작이다. "사실은 모두 다른 카메라를 사용하는데도 후반 작업을 통해 이렇게 만들어요. 이유는 기술을 자랑하기 위해서지요!" 결국 기술이 먼저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의 시장은 늘 그렇지 않았던가? 소비자보다는 기술, 그리고 그 기술을 자랑하기 위한 속도에서 말이다.

<삼시세끼>를 만든 나영석PD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지? 종국의 예능은 <인간극장>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의 의미를 우린 <삼시세끼>란 프로그램을 통해 조금씩 확인하고 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하루 세끼를 먹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들, 그 생경한 풍경들이 말이다. 이렇게 하루 세끼를 먹는 것도 힘이 드는데, 왜 우린 그리도 주변을 지나쳐왔던 것일까? 그렇게도 빠르게, 불편을 감수해야만 하는 한 명의 소비자로써 말이다. 과연 우린 누구를 위해 살아왔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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