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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디자인으로 세상 보기 (2015-03-04)
지하철을 타려다 우연히 한 광고를 보게 됐다. 그리고 문득, 이 광고를 보면서 ‘과연 이 화면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었을까?’를 잠시 멈추어 생각하게 되었다. 이유는 이 광고를 구성하고 있던 디자인이, 오히려 의도했던 내용 인식에 방해가 된다는 느낌을 필자 스스로 조금 크게 받았기 때문이었다. 
우아한 거짓말

문화의 한계는 그 출발점과 맥을 같이 한다. 그리고 우리네 역사가 늘 그래왔듯, 인간은 또 그 한계를 넘고자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된다. 우리 디자인의 역사 또한 마찬가지다. 이 땅에 펼쳐진 디자인이란 역사의 한계는 결국 다양한 과도기의 파생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겨난 것이 바로 우리 디자인만의 모순이란 단어다. 지금부터 펼칠 내용은 우리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일상의 파생, 그리고 그 모순에 관한 디자인적 담론이다. 우리도 모르는 불친절한, 그래서 더욱 역설하고픈 친절한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글, 사진 ㅣ석중휘 숭의여자대학교 시각디자인 전공 조교수

지하철을 타려다 우연히 한 광고를 보게 됐다. 그리고 문득, 이 광고를 보면서 ‘과연 이 화면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었을까?’를 잠시 멈추어 생각하게 되었다. 이유는 이 광고를 구성하고 있던 디자인이, 오히려 의도했던 내용 인식에 방해가 된다는 느낌을 필자 스스로 조금 크게 받았기 때문이었다. (광고는 보는 바와 같이 글과 글을 요약한 캐릭터로 구성됐고, 이게 필요성이 있을 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형식적으로 나열되기만 했다) 그런데 그런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의 주변을 둘러싼 디자인, 그리고 그것을 대하고 만드는, 필자와 같은 디자이너들의 생경한 모습들이, 문득 눈앞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바로 약점을 감추기 위한 거짓말, 생존(?)을 잇기 위한 정의로운(?) 거짓말들처럼 말이다.

제대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막 시작할 때였다. 디자인 전공의 대학생이라는 명패 덕이었는지 당시 전공과 관련된, 즉 디자인을 업으로 하는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있었고, 그 덕에 남들보다 컴퓨터도 일찍 접할 수 있는 당시에는 커다란 혜택도 또한 누리게 되었다. 돌이켜보니 벌써 십 수 년이 지난 일이다. 어느 날이었다. 하루는 회사의 대표님이 새로운 광고주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물론 당시 필자의 위치(실력)때문에 그 자세한 내용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우리 회사의 견적이 남들보다 높은 이유는 컴퓨터로 진행하는 디자인 작업, 전문적인 카피라이터, 더 좋은 종이와 필름 등을 사용하는 시스템들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를 다시 요약하자면, 결국 높은 견적(광고주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던)의 이유는 다른 회사와 달리 더 높은 퀼리티의 베이스 시스템을 우리 회사가 디자인에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필자 역시 그 이야기를 그렇게 이해했으니까. 그런데 그 때, 내 옆에 앉아있던 직원이 이렇게 속삭이는 거였다. "중휘씨, 저거 다 거짓말이야!" 그런데 이 말처럼, 실제로도 내가 근무했던 당시의 회사는 대표님의 통화내용과는 심히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디자이너가 한 명만 근무했던 아주 작은 회사, 업무 역시 그 한 명의 직원이 디자인은 물론 카피까지 책임지는 시스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작은 규모의 디자인회사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직원은 앞서 이야기했던 종이나 인쇄용 필름 역시 다른 회사와 다를 게 없다는 내용을 추가로 더해주기까지 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던 거짓말과 이 거짓말은 또 무엇이 같고 또 무엇이 다른 것일까? 그런데 말이다. 이 이야기들의 결론은 모두 하나를 향해 모아지고 있다. 디자인이란, 잘 모르는 소비자에게는 부풀려야 한다는 것,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그 하나의 결론으로 말이다. 이유는? 수익을 위해서. 더 나아가 내가 조금 더 달라 보이기 위해, 조금 더 멋진 회사처럼 보이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그 말들의 결과, 지금의 디자인 시장은 과연 어찌 되었는가? 조금 과격하게 표현해 대형 인쇄소들의 가격 파괴(최저 인쇄비용이 모두에게 공개되었다는 의미)로 거의 대부분의 인쇄 시장이 무너지는, 참담한 결과를 맞게 되지 않았는가? (물론 그 하나의 이유 때문이라는 표현에 무리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20여 년 전과 비교해 인쇄 관련 비용의 변화추이가 미미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린 우리 스스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고, 어느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발등의 돈만 쫓은 책임의 결과로써 말이다.

그래서 그럴까? 우리의 디자인, 지금의 디자인은 참으로 솔직하지 못하다. 디자인이란, 당연하게도 그 제품의 장점을 잘 드러내주는 역할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지금은 과연 그렇게 되고 있을까? 앞서의 버릇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린 어느새 세상의 단점을 감추려고 모두 혈안이 되어 있는 듯 살아가고 있다. “최소의, 최대의, 특별한, VIP를 넘어 VVIP까지” 늘 들어왔던 똑같은 미사여구의 남발을 동원해서라도 말이다.

피천득 선생님은 마지막 강의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일생을 살면서 후회하는 단 한 가지는 어눌한 시대에 떳떳하지 못했던 삶의 시절이 있었다는 것, 그것이 또한 지금의 세대들에게 유산이 되어버린 현실을 전해주었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디자이너로써 떳떳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다음의 세대들에게도 전해질, 지금의 이야기들처럼 말이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또렷해지는 한 가지가 있다. 결국 지나면 모두 알게 되리라는, 그 하나의 진실을 말이다. 그래서 우린 더욱 더 그 근본적인 디자인의 이유를 똑바로 기억해야 한다. 디자인을 누리는 사람은 결국 소비자라는, 그 단 한가지의 사실을 말이다.

* 앞의 언급처럼, 물론 이 모든 걸 디자이너 모두의 책임으로 돌리는 건, 당연히 무리가 따르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유는 기본적인 사회시스템이 크리에이티브를 인정하지 않는 형식(세금계산서 등)으로 이미 구조화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름 디자이너가 생존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또한 그것, 거짓말이기 때문이었으리라. 하지만 결국 정당한 내용을 요구하지 않고 유용했던 편법은, 결국 그것을 요구하지 못한 시대의 독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렇다면 디자인이 보편화된 지금, 시대에 반하는 이러한 구조 안에서, 우린 과연 디자이너로 잘 살아나갈 수 있을까? 과연 우린 그럴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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