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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디자인으로 세상 보기 (2015-01-13)
과연 어떤가? 이런 일련의 일들을 늘 겪고 있는 디자이너의 한 사람으로서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늘 인쇄가 어려운 과정임을 깨달으면서도, 어느새 그것 못지않게 디자이너에게 가중되는 무게 또한 더욱 커져간다는 느낌, 혹시 그런 현실적 느낌을 받게 되지는 않는가? 
살아남아라, 디자이너!

문화의 한계는 그 출발점과 맥을 같이 한다. 그리고 우리네 역사가 늘 그래왔듯, 인간은 또 그 한계를 넘고자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된다. 우리 디자인의 역사 또한 마찬가지다. 이 땅에 펼쳐진 디자인이란 역사의 한계는 결국 다양한 과도기의 파생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겨난 것이 바로 우리 디자인만의 모순이란 단어다. 지금부터 펼칠 내용은 우리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일상의 파생, 그리고 그 모순에 관한 디자인적 담론이다. 우리도 모르는 불친절한, 그래서 더욱 역설하고픈 친절한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글, 사진 ㅣ석중휘 숭의여자대학교 시각디자인 전공 조교수

몇 년 전 ‘디자이너’ 타이틀로 회사를 다닐 때, 한 지역의 구청에서 행사 디자인을 의뢰 받은 일이 있었다. 의뢰내용은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구청의 중요한 행사에 필요한 제작물로, 포스터, 현수막 등으로 이후 상세내용을 더 듣고 일정에 맞춰 작업을 시작했다. 과정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몇 차례의 시안 제작과 수정을 거쳐 최종적인 포스터의 디자인이 완성되었고, 이후에는 일반적 후 가공 공정, 즉 인쇄와 납품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포스터 납품 후 상당히 곤란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됐다. 이유는 납품(인쇄)된 포스터의 색상이 기존 시안에서 봐왔던 그것과 상당히 많은 차이가 있다는 불만족스러운 피드백 이었다. 이런 경우, 많은 디자이너가 경험을 해보았겠지만, 사실 꽤나 난처한 상황이 연출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불만은 정해진 행사의 일정 때문에, 그냥 싫은 소리 몇 마디만으로 유야무야 마무리가 되고 말았다. 물론 디자인을 한 담당자로서 이는 꽤 얼굴이 화끈거리는, 아픈 경험으로 남았다.

그렇게 일이 마무리된 후, 당시의 필자는 왜 이런 문제가 발생되었을까를 곰곰이 유추해보기 시작했다. 이유는 물론 필자의 잘못이 아닐 수 있다는(디자이너 특유의 자존심) 핑계 때문이기도 했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다시 발생할 수 있는 똑같은 실수의 우려가 아직도 그곳에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유추의 과정 안에서 필자는 문제가 될 수 있는 다음의 몇 가지 중요한 요인들을 찾을 수 있었다.

첫째, 인쇄의 색상과 시안용 프린트의 색상이 달랐다. 그 당시 디자인의 과정 안에서 광고주와 의견을 조율할 때 보여주었던 시안의 경우는, 프린트 그 중에서도 색상의 선명도가 낮은 대형 출력의 프린트를 제시했고, 결국 이 시안의 출력물과 최종 인쇄물과의 차이에 따른 시각차가 매우 크게 작용했다는 판단이 들었다. 즉 필자 자신도 프린트의 색상에 맞춰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인쇄의 색상과 그것은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둘째, 인쇄의 색상과 작업용 모니터의 색상이 달랐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때의 필자는 이런 일반적인 상황(대중화된 발광형 디스플레이 모니터의 경우는 더욱 그 차이가 커지고 있다), 즉 작업용 모니터의 색상과 실제 인쇄의 차이를 스스로 간과해버렸고, 결국 그것으로 그로인해 색상차이가 나게 됐다. (모니터는 색을 빼는 RGB방식, 그리고 인쇄는 색을 더하는 CMYK방식이니까) 그리고 여기에 더해 사무실의 조도 역시 큰 문제로 작용했음을 또한 나중에 알게 됐다. (당시 사무실의 조도가 낮았고, 그것 역시 작업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

셋째, 인쇄기계 역시 제대로 색상을 구현하지 못했다. 비용의 절감을 위해 선택했던 인쇄소가 처음의 예상과 달리 원했던 색상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해, 결국 최종 결과물의 상태가 그렇게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은 그랬다. 어쩌다 보니, 바로 그때, 이 모든 문제들이 한꺼번에 그 디자인 과정에 들어갔고, 결과적으로 그때의 디자인은 불만족의 대상이 됐다.

과연 어떤가? 이런 일련의 일들을 늘 겪고 있는 디자이너의 한 사람으로서 말이다. 늘 인쇄가 어려운 과정임을 깨달으면서도, 어느새 그것 못지않게 디자이너에게 가중되는 무게 또한 더욱 커져간다는 느낌, 혹시 그런 현실적 느낌을 받게 되지는 않는가? 물론 필자는 이 과정을 통해 아주 극한의 경험이란 행운(?)을 얻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요즘 대학에서 학생들과 과제를 진행하다 보면, 예전의 필자와 같이 당시 같은 고민을 현재에 와서도 반복해서 듣고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작업할 때는 컬러가 예뻤는데 프린트를 했더니 이상해요”


컴퓨터를 이용해 디자인 툴을 처음 익혔을 때는 디자인하기 점점 더 좋은 시절이 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남들보다 조금 더 빠르게 더 많은 걸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90년대 말, 처음 컴퓨터를 익혔을 때 아르바이트로 관련된 일들을 진행하기도, 물론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니, 디자인 결과물에 대한 책임이 디자이너 개인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왔다는 걸 깨달았다. 아주 오래 전, 그러니까 컴퓨터가 없던 시절의 디자이너를 다시 한 번 되짚어보게 됐다.

그땐 그랬었다. 디자이너는 아이디어와 자료를 찾고, 그것을 토대로 청색 방안대지에 복사한 이미지와 사진식자(지금의 출력된 서체) 등을 정렬하고, 이후 그것에 따라 제본소에서 제작한 시안에 수정과 지시를 내리고..., 그런데 바로 이 과정들을 다시 들여다보면, 결국 그때의 디자이너들은 그 전체적인 시스템 안에서 아이디어와 기획을 중심으로 설계하는 설계자의 역할을, 그래서 오히려 지금과 같이 실제의 작업 시간보다 더 많은 공부와 생각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아니 그렇게 해야만 일할 수 있었다. 이유는? 그들이 바로 그 역할을 해야 하는 디자이너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디자인은 이런 과정들이 있어야 완성됐기 때문이었다. 너무 옛날이야기라고? 하지만 그렇게 반문하는 사이 우리의 오늘은 과연 어떨까? 컴퓨터를 배우고, 디자인을 위해 관련 프로그램들을 배우고, 거기에 필자와 같은 실수(위에서 벌어졌던)를 줄이기 위해 책상 위 모니터를 세팅하고, 개별 프린터의 특성을 파악하고, 출력실의 출력기 상태, 폰트의 유무, 심지어 인쇄소의 특성까지 파악해야만 하는 이런 과도한 학습과 그런 일들을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디자이너에게 주어진 각자의 오늘을 업그레이드라는 시간으로 사용해버리지는 않았는지?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그 하나의 명목으로 말이다. (물론 이 의문은 디자이너를 넘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살아남아라! 개복치!>라는 스마트폰 게임이 꽤 인기라고 한다. 조금은 촌스러운(커다란 픽셀과 레트로 오락실 사운드 등), 어찌 보면 조악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이 자그마한 게임이 인기라니, 그런데 이 게임의 인기 비결을 분석한 내용을 읽어보니 인기의 비결은 단순하게도 그것이 너무나도 쉽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배우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 처음 보아도 알아볼 수 있는, 그리고 문득, 어쩌면 디자인 또한 그렇게 단순한 의미가 시작과 전부는 아니었을 까라는 생각을, 지금 다시 해보게 된다. 그런데 혹시, 모두 기억은 하고 있을까? 가장 좋은 디자인은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디자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요즘은 인쇄하기 전 꼭 거치는 과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컬러칩(PANTONE 또는 DIC)을 가지고 최종 인쇄물의 색상을 확인해 작업물의 색상을 변경하는 일이다. 물론 이런 과정을 진행하다 보면 당연히 모니터에 보이는 색상은 처음에 의도했던 그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서 생각해본다. ‘나는 내 기계를 믿지 못하는 것일까?’ 그런데, 그러는 사이 나의 일부 시간들은 또 그렇게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 살아남아야만 하는 디자이너, 아니 지금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인생 안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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