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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디자인으로 세상 보기 (2014-11-03)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와 역사, 그리고 문화가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곳, 그래서 아주 오래 전부터 '대한민국 1번지'라 불려왔던 곳, 그렇다. 어쩌면 바로 이런 것들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명동의 이야깃거리일 것이다.  
명동, 그리고 그 친절함에 대해서

문화의 한계는 그 출발점과 맥을 같이 한다. 그리고 우리네 역사가 늘 그래왔듯, 인간은 또 그 한계를 넘고자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된다. 우리 디자인의 역사 또한 마찬가지다. 이 땅에 펼쳐진 디자인이란 역사의 한계는 결국 다양한 과도기의 파생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겨난 것이 바로 우리 디자인만의 모순이란 단어다. 지금부터 펼칠 내용은 우리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일상의 파생, 그리고 그 모순에 관한 디자인적 담론이다. 우리도 모르는 불친절한, 그래서 더욱 역설하고픈 친절한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글. 사진 ㅣ 석중휘 숭의여자대학교 시각디자인 전공 조교수


일반적으로 명동이라는 장소성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가. 연인, 만남, 데이트, 쇼핑 등을 한 번에 누릴 수 있는 일상의 장소로? 아니면 사회적 대립의 최후방 명동성당과 지루한 정치의 산 역사로? 혹은 나이가 조금 있다면, 아주 오래 전부터 새로움이 들어왔던 문화의 출발점으로, 물론 개개인에 따라 그런 것들로 명동의 정의가 다 내려질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또 무엇이 있을까.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와 역사, 그리고 문화가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곳, 그래서 아주 오래 전부터 '대한민국 1번지'라 불리어왔던 곳, 그렇다. 어쩌면 바로 이런 것들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명동의 이야깃거리일 것이다.

이렇듯 한 장소에 다양한 상징과 문화, 의미가 부여되었다는 건 그 뒤에 펼쳐졌던 많은 이야기와 사람들 때문이었겠지만, 이는 여느 문화의 중심지처럼, 무엇보다 교통이라는 지엽적 특성 또한 사실 꽤나 중요한 이유로 작용했을 터이다. (역사를 살펴봐도 명동은 이미 일제강점기 때부터 중요한 상업지역으로 지정이 되었고, 해방 이후에도 이곳을 중심으로 문화와 경제의 중요 요직이 터를 잡아 나갔다. 물론 주변의 대형 시장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지만 말이다.) 이렇게 역사적으로 다양한 문화의 시작점이 되어왔던 명동, 그렇다면 지금의 명동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되어 있을까? 아니 어떤 명동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을까? 그래서 오늘은 이 명동에 담긴 지금의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고 한다. 이른바 ‘명동, 그리고 그 친절함에 대해서.’ 웬 뜬금없는 이야기냐고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이야기를 문득 꺼낸 이유는 지난 몇 년간 명동에서 겪었던 현상이 마치 우리의 디자인 현실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부터 명동의 이야기, 그 안에서 필자가 겪었던 이야기들을 꺼내본다.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출근길에 명동에 위치한 한 편의점을 들리곤 한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사실은 오래 전부터, 이곳의 편의점을 이용하면서 꽤나 큰 불편함을 겪게 되곤 했다. 이유는 그 편의점의 직원이 바로 외국인(요즘은 주로 중국인)이기 때문이다. 어째 조금 당황스럽지 않은가? 여하튼 내용은 이렇다. 보통 요즘의 우리들은 대부분 상점의 물건을 계산할 때 할인과 적립, 신용카드, 현금 등의 다양한 방식들을 섞어 쓰곤 한다. 이유는 다양해진 우리의 시장에서, 소비행태 또한 그것만큼 매우 복잡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물론 그것은 철저하게 광고주 입장에서지만 말이다) 그리고 필자 역시도 그곳(편의점)에서 할인과 적립을 받기 위해 매번 2~3가지 카드를 내밀고는 하는데(혹은 스마트폰), 유독 이곳에서는 늘 계산대에서 종업원에게 몇 번씩 설명을 더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게도 서로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해본다. 여기는 한국인데 나는 왜 이곳에서 이렇게 불편함을 겪어야 할까에 대해서 말이다.

혹시, 이유를 예상은 하셨는지? 그렇다. 지금의 명동이 그렇기 때문이다. 지금의 명동? 아니 어느덧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이라면 꼭 거쳐 가야 하는 관광의 요충지가 되었고(앞서 언급했던 교통과 문화의 시작이란 상징 때문인지는 몰라도, 현재 명동은 많은 게스트하우스와 숙소가 펼쳐져 있는 관광과 쇼핑의 출발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물건을 많이 구매하는 관광객(우리보다)을 위해 그 편의점 점주는 외국인 종업원을 고용하는, 이런 방법을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러분은 아시는가? 명동에서의 쇼핑에는 늘 이런 일들이 따라다니게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주변의 관광객에게 둘러싸여, 외국인 종업원에게 우리말을 이해시키며 물건을 사기란, 마치 외국에 나가 쇼핑하는 것처럼 꽤나 쑥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해서 필자에게는 이제 그것을 극복할 나름의 노하우가 하나 생기게 되었다. 명동에서는 절대 쇼핑을 하지 말자는 것.

그렇다면 왜 명동은 이렇게 되었을까?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 왜 우린 우리를 이렇게 차별하고 있는 것일까? 결국 그 근본적인 이유는 자본이라는, 우리 현재의 시대적 차별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더군다나 이곳이 우리가 살고 있는 실질적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저 자본 때문에, 그 돈 때문에 말이다. 물론 이젠 이런 곳이 어디 명동뿐이겠냐 마는(그리고 생각해보면 우린 어느 나라를 가든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방식을 배워서 무언가를 해야만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문득 떠올랐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이런 익숙한 현상들 말이다. 마치 우리의 지금, 그리고 지금의 디자인이 보여주는 차별의 모습처럼 말이다. 그렇다. 생각해보니 우리의 디자인도 늘 이런 방식으로 존재하곤 했다. 자본을 따라 돈 많은 주인을 위해서, 그리고 그 안에서도 간혹 디자이너란 너희보다 우월한 사람이라는 우리 스스로의 차별적 성향을 더욱 들춰내고서 말이다. (요사인 미디어들도 그것을 더욱 부추기며 경쟁시키고 있지않나?)

자본이 침식될수록 자본을 쫓는 건, 어쩌면 지금의 시대엔 너무나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잊지 말아야 할 건 그 근본엔 사람이 있고 그리고 그 안에는 그것을 누려야 할 우리가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렇게 늘 반복되기만 하는 우리의 모습들을 보며, 아직은 우리의 바램이 꽤나 요원한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그래서 그럴까? 오늘은 문득 사람에 대한 친절함이, 세상에 대한 친절함이 조금은 그리워지는 날이다. 늘 지나는 명동을 거닐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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