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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디자인으로 세상 보기 (2014-08-26)
언제나 영화포스터는 영화의 여느 홍보매체보다도, 아니 디자인적인 어떤 표현보다도 독특한 나름의 의미와 기호를 잔뜩 머금고 있다. 물론 그것이 우리의 시대를 관통하는 오라를 가졌단 일말의 전제하에서 말이다. 해서 오늘은 바로 이런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고 한다. 과연 우리의 영화포스터는, 우리 시대의 오라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가, 아니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관성이라는 법칙

문화의 한계는 그 출발점과 맥을 같이 한다. 그리고 우리네 역사가 늘 그래왔듯, 인간은 또 그 한계를 넘고자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된다. 우리 디자인의 역사 또한 마찬가지다. 이 땅에 펼쳐진 디자인이란 역사의 한계는 결국 다양한 과도기의 파생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겨난 것이 바로 우리 디자인만의 모순이란 단어다. 지금부터 펼칠 내용은 우리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일상의 파생, 그리고 그 모순에 관한 디자인적 담론이다. 우리도 모르는 불친절한, 그래서 더욱 역설하고픈 친절한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글, 사진 ㅣ 석중휘 숭의여자대학교 시각디자인 전공 조교수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필자 역시도 영화를 참 좋아한다. 그리고 한때는 나름 심각하게, 인생의 진로를 바꿔 영화의 길을 걷고자 고민하고 노력했던 적도 있었었다. 물론 아주 현실적인 이유로 그 꿈(?)이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간직했던 소망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몇 해 전부터 예술영화관에 재능을 봉사하는, 즉 영화 큐레이터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이곳에서 큐레이터란,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관을 더 재미있게 변화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고, 또 그것을 실행하는 역할의 사람들을 말한다) 그리고 필자의 경우는 전공에 맞춰 일반적인 큐레이터 일들에 더해 가끔 디자인적인 의견을 내는, 이른바 디자인 서포터로서의 역할도 같이 병행하게 되었다.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그렇게 영화라는 곳에 참여하다 보니, 자연스레 영화홍보를 접하게 되고, 그 중에서도 가장 첨병에 있는 영화포스터 역시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 또한 가끔씩 생기게 됐다.

영화포스터, 혹자는 이것의 가치를 예술에 두기도, 또 다른 시선은, 시대성의 기호, 즉 추억 속에 그것을 담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그것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는 바로 영화 홍보에 있으며, 어쩌면 이렇게 현실과 감성이 맞닿은 지점이 바로 영화포스터가 가진 가장 재미있는, 그리고 아이러니한 존재의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래서 그럴까? 언제나 영화포스터는 영화의 여느 홍보매체보다도, 아니 디자인적인 어떤 표현보다도 독특한 나름의 의미와 기호를 잔뜩 머금고 있다. 물론 그것이 우리의 시대를 관통하는 오라(aura)를 가졌다는 일말의 전제하에서 말이다. 해서 오늘은 바로 이런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고 한다. 과연 우리의 영화포스터는, 우리 시대의 오라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가, 아니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이 글은 영화포스터 중 예술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유는 대부분 개봉된 예술영화들이 소규모의 수입사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결과 오늘 말하고자 하는 문제점들이 계속적으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지속되기 때문이다)

하루는 영화관에서 연락이 왔다. 새로 개봉하는 영화의 포스터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하자는 내용이었다. 영화의 제목은 <파우스트>. 회의의 관건은 이거였다. 해외에서는 이미 몇 해 전에 개봉을 했고, 영화의 내용 역시 괴테의 유명한 작품이었기에, 그 내용을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영화의 예술적 의미를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결국 이 영화포스터 디자인에 가장 중요한 맥락이라는 것이다. 회의를 통해 여러 의견이 나왔고, 어느덧 이야기의 방향은 여주인공을 크게 보여주자는 결론으로, 서서히 정리되어 가고 있었다. 이유는? 우리 관객들은 인물을 크게 보여주는 걸 더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필자는 바로 여기에서, 이 이야기의 맥락에 문득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우리의 관객들이 ‘과연 그럴까?’하는 현실적 결론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실상도 확인할 겸 우리의 영화포스터를 한번 살펴보는 건 어떨까? 물론 그것의 비교를 위해 해외의 포스터를 같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리라. (몇 해 전 이와 관련해 논문을 쓴 적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이번 글을 통해서도 그때의 결론과 그리 다르지 않은 현실을 또다시 발견하게 되었다. 아래의 포스터는 모두 올해 개봉한 영화의 것들이다)

과연 어떤가? 우리의 포스터는 대부분 영화의 컷 중 인물(유명인은 조금 더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을 중심으로 표현되고 있음을, 한눈에 봐도 쉽게 알 수 있지 않은가? 물론 그것이 관객을 위해서, 아니 관객 유치를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같은 영화를 너무나도 다르게 표현한 해외의 포스터를 보고 있노라면, 그것이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은 결코 명확히 풀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유는 결국 영화포스터란 영화의 콘셉트와 내용에 따라 서로 다르게 표현되는 게,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광고의 가장 기본도 역시 차별화가 아니던가? 그렇다면 왜 우리는 관객들이 그렇게 행동한다고 추측할까, 왜 우리 영화사들은 이런 형태의 포스터들을 지금도 계속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까? 결국 그 아래엔 기억의 관성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늘 그래왔던 것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 그래도 소비자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타성을 굳게 믿고 있기에, 아니 믿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야만 더 편하고 쉽게 가는 방법 일 테니 말이다. 그래서 그럴까? 어느덧 영화포스터도 우리에겐 꽤나 불친절한 소모품의 하나로 변해가는 듯싶다.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디자인이, 결국 세상을 퇴보시키는 것과 같다.

그래서, 친절함은 어렵다. 수많은 디자인처럼, 친절함도 결국 과거의 관성에서 벋어나려는 부단한 노력이 늘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관성을 벗는다는 건 변화를 한다는 뜻이고, 변화를 한다는 건 더 많은 생각과 이해를 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또 이 관성이 오늘의 주제인 영화포스터에만 꼭 국한 된 것만이 아님을, 우린 이미 지금도 한껏 체험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오래된 관성으로 많은 아픔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래서 친절함은, 늘 어려운 우리의 숙제가 되어 간다.

참고로 영화<파우스트>의 포스터는 다행히도 해외의 우수 포스터를 변형하는 선에서 나름 잘 마무리가 되었다. 물론 영화는 관객을 동원하는 데 크게 실패했지만 말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세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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