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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에게 사진은 ‘세상과 만나는 창’이다. 아프리카 말라위 교도소 재소자의 모습을 담은 〈Beyond the wall〉 시리즈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열어둔 작은 창인 셈이다. (2017-02-13)  
낮은 곳을 향해

 

 

사진가 이종훈에게 사진은 ‘세상과 만나는 창’이다. 아프리카 말라위 교도소 재소자들의 모습을 담은 〈Beyond the wall〉 시리즈는 그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열어둔 작은 창인 셈이다.


Beyond the wall ⓒ이종훈

Beyond the wall ⓒ이종훈


말라위 교도소에서
2014년 여름, 사진가 이종훈은 아프리카 남동부에 위치한 낯선 나라 말라위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MBC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NGO취재를 위해 스틸 촬영을 의뢰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 요청을 받아들였고, 촬영 과정에서 말라위 교도소를 방문하게 되었다. 생전 처음 접한 아프리카 재소자들의 삶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오후 1시가 돼서야 유일한 끼니를 떼운다. 식량이 부족한 그들에게 ‘삼시세끼’라는 단어는 사치일 뿐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재소자들이 가꾸는 논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 인근 학교 급식용 식재료로 공급된다는 점이었다.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위치한 재소자들의 피와 땀으로 일군 결과물이 말라위의 희망인 어린 학생들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은 작가의 마음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서울에 돌아온 후 본격적으로 말라위 교도소 촬영 준비를 시작한 연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복잡한 서류 준비를 마치고 허가를 받아 다시 말라위로 떠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자그마치 2년. 오랜 기다림 끝에 2016년 가을, 그곳에 다시 갔다.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곳 상황은 변함이 없었다. 작가는 교도소 옆에 위치한 NGO 숙소에 머물며 재소자들과 일상을 공유했다. 동이 트기 전 함께 먼 길을 걸어 밭으로 나가고, 수십 명이 함께 생활하는 좁은 공간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Beyond the wall ⓒ이종훈

Beyond the wall ⓒ이종훈

Beyond the wall ⓒ이종훈

Beyond the wall ⓒ이종훈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된 건 교도소에 머문 지 열흘쯤 됐을 때였다. 말라위에 머문 한 달여간 촬영한 이미지가 수 만장에 이르지만 처음부터 그들의 모습을 선뜻 담을 수는 없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사회적 약자를 기록할 때 겪게 되는 심적 갈등이 그에게도 찾아온 것이다. 작품에 재소자의 얼굴을 직접적으로 담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심리학자 아론 벡은 “눈에 보이는 것이 표면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작가에게 남몰래 재판 과정에서의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차가운 교도소에 머물면서도 가족과 함께 하고픈 따뜻한 꿈을 가진 이들이 허다했다. 그래서일까. 사진가 이종훈의 시선은 온기로 가득하다. 배식을 받기 위해 하염없이 줄 서있는 사람들의 손과 발, 옥수수 밭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있는 재소자의 뒷모습, 굳게 쥔 검은 손에 카메라의 시선이 주로 머물러 있다.

마음 따스한 사진가의 특별한 사진전 
사진가 이종훈은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사진가가 된 이유도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사진가와 피사체의 관계는 심리상담사와 피상담자의 그것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카메라를 들고 있지만 대상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애정이 생기기 전에 결코 셔터를 누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달간의 촬영이 끝나갈 무렵 작가는 잊지 못할 시간을 마련했다. 그의 존재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던 이들을 위해 교도소 벽면을 전시장으로 탈바꿈 시킨 것. 교도소 내벽에는 바깥 세상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교도소 외벽에는 교도소 내 일상을 담은 사진을 걸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펼쳐진,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전시였다. 낯선 이방인이 촬영한 자신의 모습을 처음으로 마주 한 그들은 한 없이 기뻐했고, 기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 작가는 더욱 행복했다.

Beyond the wall ⓒ이종훈

Beyond the wall ⓒ이종훈


사진, 그 꿈을 위하여
사진가 이종훈이 카메라와 인연을 맺은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다. 생일 선물로 받은 똑딱이 카메라가 인연의 시작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진 작업을 자유롭게 하고 싶어 군 복무시절에는 사진계 인사 백여 명에게 일일이 편지를 보낸 사연도 있다. 만 레이(Man Ray)는 “꿈을 기록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던 적은 없다. 꿈을 실현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 라고 말했다. 그 역시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작가의 전작 〈Floating Dream(부유하는 꿈)〉을 통해서도 그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고인이 된 할아버지가 남긴 반구형 형태의 돋보기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업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를 새롭게 해석한 자전적 이야기다.

Floating Dream ⓒ이종훈

Floating Dream ⓒ이종훈


사진이 좋아서 무작정 걷기 시작한 이 길의 끝이 어디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조금씩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그 멀고도 험한 길에 서광이 비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작업에 대한 객관적 리뷰를 받고 싶어서 지원한 렌즈컬처(LensCulture)의 2016 ‘Emerging Talent Awards’에 선정된 것도, 2017년 뉴욕 ICP에서 그룹전을 갖게 되는 행운을 거머쥔 것도 모두 우연이 아니다.

서로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업인 〈Floating Dream〉과 〈Beyond the Wall〉은 현재 진행 형이다. 앞으로 중장기적인 계획으로 말라위 교도소를 방문해 촬영을 지속할 예정이고, 〈Floating Dream〉 역시 바다를 비롯해 다양한 공간을 대상으로 한 작업으로 확장시켜 나갈 계획이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진을 찍고 싶다’는 작가의 소망이 어떤 모습으로 발현될지 지켜볼 일이다.

이종훈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다년간 방송다큐멘터리 스틸사진가로 활동했다. 2009년 노르웨이 갤러리 'Photo Scenario'에서 첫 번째 개인전 〈Angkor People〉을 열었으며 2011년 〈부유하는 꿈 # 1〉(Gallery PEN, 서울), 2016년 〈부유하는 꿈 #2〉(갤러리 나우, 서울) 외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다. 2016년에는 렌즈컬처 ‘EmergingTalentAwards’ 작가로 선정되었다.


에디터_ 김민정

디자인_ 전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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