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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서울 1964년 겨울>은 2018년 지금 서울의 모습과 닮았다. (2018-01-08)  
작가 이우성, 88만원 세대의 서울

 

 

소설 <서울 1964년 겨울>은 지금 서울의 모습과 닮았다. 작가 이우성은 이 소설을 읽으며 우리가 사는 지금을 보았다고 말했다. 격변기 시민의, 너무 일찍 나이 먹어버린 자화상으로 등장하는 소설 속 주인공들과 불안 속에 살아가는 88만원 세대의 모습이 다른 듯 닮아 보였기 때문이라 했다. 작가 또한 88만원 세대의 일원이다.

 

지난 7일까지,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린 이우성의 개인전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에서는 우리가 사는 삶과 현실 속 인물들이 그대로 포착되어 나타난다. 인물의 세부 묘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 인물들은 어딘지 낯익기까지 하다. 그가 바라본 서울, 그리고 사람들.

 

 

이 나무를 쓰러뜨리면 - 빠지지지직 직 쾅쾅 , 2017, 천 위에 아크릴릭 과슈, 수성 페인트, 젯소, 210x210cm Acrylic on canvas, 182x291cm

이 나무를 쓰러뜨리면 (좌), 2017, 천 위에 아크릴릭 과슈, 수성 페인트, 젯소, 210x210cm

 

이우성의 작품에서 ‘불’은 빠질 수 없는 소재다. ‘불’은 불안을 내포한다. 이 작품에서는 청년들이 힘을 합쳐 나무를 쓰러트려, 다가오는 불을 막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불 또는 불안에 맞서는 모습을 그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극복을 위한 작가 최초의 제스쳐를 담고 있다.

 

오늘 밤 많은 것이 결정된다 , 2017, 천 위에 아크릴 릭 과슈, 젯소, 210x210cm <br>오늘

오늘 밤 많은 것이 결정된다 , 2017, 천 위에 아크릴 릭 과슈, 젯소, 210x210cm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라는 전시 제목을 생각할 때 첫인상이 주는 아이러니함이 있는 작업 중 하나. 방망이를 들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담았다. 공격 일보 직전의 모습 같지만 가슴에 품고 있는 달밤의 풍경을 지키는 사람이다. 공격과 수비를 같이 하는 사람이 라고 작가는 말한다.
 

 

 

빛나는, 거리 위의 사람들, 2016, 천 위에 수성 페인트, 젯소,300x543cmx2

빛나는, 거리 위의 사람들, 2016, 천 위에 수성 페인트, 젯소,300x543cm

 

두 개의 천으로 구성한 대형 작품. 광장은 시민 사회의 중심이 되는 장소를 의미한다. 하나의 천에는 근거리에서 바라본 인물이 가득하고 다른 하나의 천에는 멀리서 바라본 건물과 불빛이 가득 하다. 슈퍼문이 떠오른 2016년은 국내외에서 ‘역사’라는 단어 아래 다양한 사건이 일어났다. 한국에서는 광장을 중심으로 대형 촛불 집회가 있었고,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해 새 정부가 들어섰다. 작가는 자신이 목격한 사건들을 일기처럼 1년간 기록했다. 여름옷을 입고 있는 사람부터 겨울 점퍼를 입은 사람까지 한 번에 목격할 수 있는 이유다.

 

 

빛나는 , 거리 위의 사람들 , 2016, 천 위에 수성 페인 트, 젯소, 300x543cm(x2

빛나는 , 거리 위의 사람들 , 2016, 천 위에 수성 페인 트, 젯소, 300x543cm

 

 

우연히 이렇게 넷이 모였고 술도 마셨다 2017, 천 위에 아크릴릭 과슈, 젯소, 210x210cm

우연히 이렇게 넷이 모였고 술도 마셨다 2017, 천 위에 아크릴릭 과슈, 젯소, 210x210cm

 

 

두 번 반복해서 그린 세진이 2017, 천 위에 아크릴릭 과슈, 젯소, 210x210cm

두 번 반복해서 그린 세진이 2017, 천 위에 아크릴릭 과슈, 젯소, 210x210cm

 

선생님의 손과 옷 주름 그리고 빈 컵 2017, 천 위에 아크릴릭 과슈, 젯소, 210x105cm

선생님의 손과 옷 주름 그리고 빈 컵 2017, 천 위에 아크릴릭 과슈, 젯소, 210x105cm

 

 

여진 작가님 핸드폰 빛으로 불을 밝혀주세요 2017, 천 위에 아크릴릭 과슈, 젯소, 210x210cm

여진 작가님 핸드폰 빛으로 불을 밝혀주세요(우) 2017, 천 위에 아크릴릭 과슈, 젯소, 210x210cm

 

 

노식 씨와 유성이 그리고 정수, 합정지구 오프닝에서 2017, 천 위에 아크릴릭 과슈, 젯소, 210x210cm

노식 씨와 유성이 그리고 정수, 합정지구 오프닝에서(우) 2017, 천 위에 아크릴릭 과슈, 젯소, 210x210cm

 

그의 작업은 좌절, 불안 등을 표현하지만 기존 작가에게서 볼 수 없던 특유의 유머와 위트로 색다른 완성을 보인다. 페이소스를 동반하는 제목을 가지고 있으며, 만화처럼 그려져 무게를 덜지만 정확히 색을 사용하여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천에 그림을 그리고 빨래집게로 걸어 전통적 캔버스 회화 개념에 도전하기도 한다. 작가는 미처 하지 못한 말을 그림 대신 텍스트로 더하기도 했다. 전시장 한편에 작은 글씨로 편지글을 띄운 것. 불특정다수의 관객을 위해, 혹은 자신과 같은 88만원 세대에게 그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다.

 

“김승옥 소설 <서울 1964년 겨울>을 다시 읽었습니다. 이상하게 제가 사는 지금의 시간이 보이더군요. 문득 이 시간을 어떠한 방식으로 기록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그동안 그린 그림들을 봤습니다. 거기에 있는 여러 형태의 얼굴들은 누구를 향해 있을까…. 저에게 사람은 모든 것이 표정이고 메시지입니다. 그것을 그림으로 옮겨 그리는 것이 저의 작업이지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같은 시간을 살고 있다는 것. 그것이 당신과 연결된 끈입니다.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에디터_ 김민경(mkkim@jungleco.kr)

사진제공_ 학고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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