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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오래 간직하고 싶은 풍경이 펼쳐진다. 그 순간, 누구는 펜을 들어 그림을 그렸고, 누구는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렀다. (2017-07-24)  
작가, 그리고 찍다

 

 

눈앞에 오래 간직하고 싶은 풍경이 펼쳐진다. 그 순간, 누구는 펜을 들어 그림을 그렸고, 누구는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렀다.


(이미지 출처: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이미지 출처: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드로잉과 사진은 순간을 빠르게 기록할 수 있는 예술적 방법이다. 시간성과 기록성이라는 특징을 가진 두 장르는 20세기 이후부터 현실을 기록하는 역할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사진과 드로잉은 예술가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전시 ‘말하기의 다른 방법’은 드로잉과 사진의 변화된 역할에 주목한다. 그리고 작가의 동기를 말하기 위한 방식으로서 두 장르를 살펴본다.



작가, 그리다

허윤희 작가는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헌화〉라는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지워도 흔적이 남는 목탄의 특성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고 지우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라지고 남는 것, 흔적과 기억의 이야기를 전한다.

성립 작가는 사람의 형태를 휘갈긴 선으로 묘사한 드로잉과 영상을 작업한다. 거친 선에서 피사체의 섬세한 감정이 느껴진다. 이런 상반된 매력은 일상의 작은 부분마저도 놓치지 않고 포착하는 작가의 세밀한 관찰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유분방함이 느껴지는 김을 작가의 작품은 드로잉의 즉흥성을 보여준다. 작가는 일기를 쓰듯 매일 드로잉을 하면서 종이라는 틀을 벗어나 범위를 확장한다. 그 결과, 김을 작가의 드로잉은 그림이 아닌 작가의 작은 우주로 존재한다.

허윤희, 〈헌화〉, 2017

허윤희, 〈헌화〉, 2017

김을, 〈나쁜 드로잉 2〉, 2017

김을, 〈나쁜 드로잉 2〉, 2017



작가, 찍다

사진작가 우종덕은 독일 현대무용가 피나 바우쉬(Pina Baush)의 공연을 순간 포착했다. 사진에 담긴 무용가의 몸짓은 정지된 시간 속에 갇힌 채로 삶과 인간의 문제, 감정 등을 전달한다. 또한, 우종덕 작가는 움직임의 순간을 기록함으로써 사진이 가진 ‘순간’이라는 시간성을 극대화했다.

이와 반대로, 천경우 작가는 사진이 찍히는 시간에 주목한다. 초점이 흔들리거나 흐릿한 사진은 피사체를 긴 시간 동안 노출하여 얻어낸 결과다. 시간이 축적된 사진은 피사체마다 다른 시간과 움직임, 미세한 감정의 변화를 담아낸다.

우종덕, 〈2006.2.23 오전 06:07:29〉, 2006

우종덕, 〈2006.2.23 오전 06:07:29〉, 2006

이지영, 〈Neverending Race〉, 2008

이지영, 〈Neverending Race〉, 2008


초현실적인 이지영 작가의 사진은 작가 자신의 과거와 심리적 체험을 은유적으로 재현한 것이다. 작가는 사진 속 배경(무대)을 직접 드로잉하여 제작하는데, 촬영이 끝나면 모두 파기한다. 전시장에는 작품 〈Neverending Race〉 안으로 직접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독일 작가 베른트 할프헤르(Bernd Halbherr)는 파노라마로 찍은 사진을 구 형태로 제작하여 전시한다. 이외에도 동영상을 한 컷씩 분리, 나열하여 패턴처럼 보이도록 하는 작업도 있다. 사진의 형식을 넘는 작품은 시각과 인식의 확장을 요구한다.

베른트 할프헤르, 〈한라산 숲〉, 2009

베른트 할프헤르, 〈한라산 숲〉, 2009

베른트 할프헤르의 전시 전경

베른트 할프헤르의 전시 전경



작가, 찍고 그리다

SNS를 통해 널리 알려진 벤 하이네(Ben Heine)는 사진과 드로잉을 결합한다. 사진 위에 드로잉으로 상상의 세계를 그려 넣는 〈연필 vs 카메라〉 시리즈는 평범한 현실을 신기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동시에, 현실을 비틀어 시각 너머의 진실을 바라보도록 만든다.

벤 하이네, 〈연필 vs 카메라〉 시리즈 중, 2010-2013

벤 하이네, 〈연필 vs 카메라〉 시리즈 중, 2010-2013


‘말하기의 다른 방법’ 전은 드로잉과 사진의 역할 변화뿐만 아니라, 현재 활발한 활동을 하는 작가의 작품을 통해 두 장르의 흐름과 발전도 만날 수 있는 전시다.

말하기의 다른 방법
2017.06.20 - 09.03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4,5 전시실
성인 4,000원 / 청소년 2,000원 / 어린이 1,000원



에디터_ 허영은(yeheo@jungle.co.kr)
자료제공_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sima.suwo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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