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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기술을 만들며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 이를 장인(匠人)이라 부른다. 좋은 니트를 제작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젊은 CEO 김홍일 대표. 니트만 만들어 온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본인 역시 ‘니트 장이’가 되었다. (2015-09-22)  
‘장이’에서 ‘장인’으로

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기술을 만들며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 이를 장인(匠人)이라 부른다. 좋은 니트를 제작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젊은 CEO 김홍일 대표. 니트만 만들어 온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본인 역시 ‘니트 장이’가 되었다.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모든 공정을 두루 살피는 한편, 지난해에는 니트 전문 브랜드 니티드(Knitted)를 론칭했다. 그의 꿈은 ‘장이’가 아닌 ‘장인’이 되는 것이다.

기사제공 | 무신사


무신사(이하 무) 니티드(Knitted)라는 이름에서부터 ‘니트’에 대한 고집이 느껴진다.

니티드 김홍일 대표 (이하 김) 니트 제작에 몸담은 지 10여 년이 흘렀다. 1세대인 부친이 1987년 부산 범일동에 영진 니트를 설립했고, 뒤를 이어 2세대인 내가 지난해 니티드를 론칭했다. 아버지 세대에서는 니트를 제작하고 납품하는 것에 주력했다.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방식으로 운영되는 공장에서 일하며, 니트 제작에 관한 기술을 익혔다. 그러던 중 브랜드를 만들면 유통 마진을 최소로 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제품을 소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년 전부터 조금씩 브랜드를 준비했다. 니티드라는 이름에 특별한 뜻이 담긴 것은 아니다. 니트를 지향하는 브랜드라는 느낌을 전달하고자 단어를 변형시켰다.

기존에 하던 일과 브랜드 론칭 및 운영에는 큰 차이가 있지 않나?

마케팅과 시장 조사 등에서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직원들이 잘 해내주고 있다. 일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도 여전히 모든 디자인을 직접 진행하고 총괄한다. 대표 겸 디자이너인 셈이다.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중시하는 부분이 있다면?

기본에 충실하자.

그러고 보니 니티드의 슬로건은 ‘기본에 충실한 클래식 감성을 모던하게 풀어내자’이다.

기본만 잘 하면 제품 라인은 점차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 하지만 기본에 충실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우선은 트렌드에 잘 맞는 제품들을 선보이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려고 했다. 신생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이후 소비자들이 ‘입어 보니까 좋다, 또 구매해야지’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자는 작전이다.

부산에서는 백화점을 통해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우선적으로 오프라인을 선택한 이유 역시 같은 맥락인가?

온라인상에서는 니티드의 옷이 다른 브랜드에 비해 얼마나 좋은지 분간하기 어렵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우리 옷을 직접 만져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의 질만큼은 자신 있다.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유효했나?

확실히 반응은 좋았다. 론칭 1년 만에 소기의 목표는 달성한 것 같다.

니티드를 찾는 주 소비층은 어떻게 되는가?

사실 처음 타깃으로 삼았던 연령층은 3, 40대 남성들이었다. 아무래도 니트는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강해서 중, 장년층이 더 선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20대의 반응이 더 좋더라. 초창기 니티드에서는 M(미디엄), L(라지) 두 가지 사이즈만 발매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여성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많이 찾는다는 것이었다. 급하게 S(스몰) 사이즈도 소량 제작했는데, 예상은 빗나갔다. 여성 소비자들은 여전히 M과 L만 찾더라. 오히려 XL(엑스 라지) 라인을 더 강화할 예정이다.

언제나 변수는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재미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 경험은 자산이 된다. 처음에는 남성들을 위한 니트 전문 브랜드로 정체성을 잡으려고 했는데, 여성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유니섹스 이미지가 강해진 것 같다. 백화점의 경우에도 여성 소비자의 비중이 높은 편이니까 이들이 니티드에 대해서 좋은 입소문을 내 주었으면 한다. 주변 남성들에게 니티드의 니트를 선물하면 더 좋고.(웃음)

무신사 입점 및 무신사 스탠다드 기획을 통해 온라인 시장으로 무대를 넓혔다.

온라인 마케팅을 진행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처음 접하는 분야이기도 하고 니티드의 제품을 직접 보여줄 수도 없으니까. 무신사 스탠다드를 통해 확실하게 니티드를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생각하는 타깃과 무신사의 회원들에는 공통분모가 많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제품은 어떤 제품인가?

니트라고 하면 보통 환절기에 입을 수 있는 옷으로만 생각하는데, 이번 무신사 스탠다드 제품은 봄과 가을에만 입을 수 있는 니트가 아니다. 겨울에는 안에 입는 옷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색상은 네이비, 차콜, 네이비와 블랙 두 가지 색상으로 이루어진 니트까지 모두 세 가지이다.

세 가지 색상을 결정한 이유라도?

원사의 경우 국내 원사 시장 1, 2위의 한신 모방 원사를 고집한다. 컬러에 있어서는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한신 모방에서 시즌 별로 주목할 만한 색상을 알려준다. 그중에 우리 브랜드의 제품과 콘셉트가 잘 부합하는 색상을 선택하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에 있어서 매우 효율적으로 대처한다.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저렴한 가격의 원사도 많은 편이지만 고객들이 우리 옷을 입어본 뒤 ‘뭔가 다르다’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니티드의 모토에 걸맞게 이번에도 역시나 기본에 충실하고자 했다.

무신사 스탠다드 제품에 담긴 ‘기본’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앞서 언급한 양질의 원사, 다른 한 가지는 적당한 핏(Fit). 사람마다 체형은 천차만별이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무엇이든 평균은 존재한다. 평균 체형에 걸맞도록 적당한 핏을 구현했다. 말 그대로 적당히. 누가 입어도 편안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치수와 디자인을 고려했다.

무신사 스탠다드 제품을 구매하려는 고객에게 제품의 이점을 설명한다면?

어딜 가서도 이 가격에 이 정도의 퀄리티 제품을 만나볼 수 없다! 니트는 앞면과 뒷면의 패턴을 먼저 만든 다음에 두 부분을 연결한다. 이 때 연결하는 기술이 상당히 중요하다. 좋은 니트를 구분하는 방법 중 하나가 코 줄임(헤라시)을 살피는 것이다. 몸의 연결 부위나 암홀, 네크 라인 등 부속이 들어가는 부분의 곡선을 표현할 때 코 줄임을 사용한다. 무신사 스탠다드 제품은 1~1.5 정도로 코를 유지하면서 이 부분을 매끄럽게 처리했다. 니티드의 모회사인 영진 니트는 이 기술 분야에 있어서 30년 전통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유수의 의류 브랜드에서 꾸준히 OEM을 요청하는 것만으로도 뛰어난 기술력임을 입증한다.

니트의 경우 소재가 제품의 질을 좌우한다는데?

무신사 스탠다드 제품은 소프트 울(Soft Wool)을 사용한다. 소프트 울은 면을 부드럽게 깎아낸 것을 말하는데 기모감이 있고 보풀은 적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세탁 시 늘어나는 현상과 보풀을 최소화하는 배합을 고려했다. 소프트 아크릴 50%과 메리노 울 50%가 그 결과물이다.

소재를 혼용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인가?

각 재료가 갖는 장점만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울은 얇고 보온성이 뛰어나지만 비싼 편이다. 반면 아크릴은 저렴하지만 울에 비해서 보온성이 떨어진다. 두 가지 소재를 적절하게 배합하면 따뜻하면서도 저렴한 니트를 제작할 수 있다. 오랜 연구 끝에 니티드에서는 5:5의 비율이 가장 탁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자체 공장을 갖고 있는 것 또한 니티드의 이점이 될 것 같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 제품 역시 기획 이야기를 듣고 즉각적으로 대응했다. 일반적인 브랜드는 F/W 제품을 출시하기 앞서 여름 내에 모든 디자인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니티드는 다르다. 시즌 중 유행하는 스타일이나 트렌드를 바로 반영할 수 있다. 한 겨울에도 신제품을 출시가 가능하다. 유통 업계에서도 니티드의 이러한 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니티드의 본사는 부산에 위치한다. 지리적으로 유리한 점이 있나?

다른 브랜드와 소통을 재빠르게 하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부산에서 니티드만큼 생산 라인을 구축한 니트 브랜드는 손에 꼽을 정도다. 또한 경남권 내에서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상부상조의 개념이다. 우리와 다른 제품 라인을 전개해 나가는 브랜드와도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도 가능하다.

평소에도 니트를 자주 애용하는 편인가? 24시간을 니트와 함께라면 질릴 법도 한데.

매번 샘플이 나올 때마다 실제로 입어보고 세탁도 해보면서 제품에 문제는 없나 확인한다. 니트와 나는 이제 공동 운명체이다(웃음). 니트는 다양한 의류에 접목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상의뿐만 아니라 모자, 넥타이, 신발 소재, 양말, 바지까지도 제작 가능하다.

니트 바지?

예전에 몽클레르(Moncler)에서 니트 바지를 출시한 적이 있다. 니트 바지가 현재 상용화된 것은 아니지만, 니트라는 소재는 의류의 모든 분야에 접목할 수 있을 만큼 활용도가 높다. 니트를 통해 만들 수 있는 의복은 그 형태가 무궁무진하다.

그만큼 니티드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을 것 같다.

맞다. 그래서 니트 디자이너도 따로 두지 않는다.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는 편이다. 그리고 니트 전문 브랜드 CEO 중에서는 젊은 축에 속하다 보니 계속해서 무언가를 시도한다. 한, 두 해 하다 그만둘 요량이 있었다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먼 곳을 바라보며 뚝심 있게 나아갈 작정이다.

젊다는 것은 무한한 가능성을 의미한다.

물론이다. 지금은 부족한 점이 많다. 기술이나 노하우 등. 니티드 역시 영진 니트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어디까지 론칭 1년밖에 안된 신생 브랜드이다. 니티드가 조금 더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이 전통과 고집을 잘 지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남들보다 싼 옷’이라는 인식이 아니라 ‘남들보다 좋은 옷’으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할 예정이다. ‘믿을만한 옷인데 더군다나 합리적인 가격이구나’라는 콘셉트로.

가격대는 저렴한 상품부터 프리미엄 라인까지 다양하게 갖출 예정인가?

당장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다. 아무래도 과거에는 니트가 맞춤형으로만 제작되었기 때문에 비싸다는 인식이 강했다. 관리하기도 어려워서 대중적인 옷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술도 많이 발달했고 니트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점차 늘고 있다.

앞으로 니티드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면 좋을까?

이태리 장인들은 몇 세대에 걸쳐 가족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니티드도 그렇게 되었으면 한다. 100년이 흘러도 전통의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하는 한 편, 비싼 제품 외에도 대중적으로 친근한 니트를 계속해서 만드는 브랜드 말이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배움에는 끝이 없다지만 4, 50대가 되었을 때 니트를 만드는 사람들이 니티드와 나를 찾아와 조언을 구했으면 한다. 그야말로 장인이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현장에서 은퇴하더라도 작은 숍에서 뜨개질을 하면서 언제까지나 니트를 만들고 싶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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