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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간단한 사전적 의미는 특정한 시기에 유행하는 복식이나 헤어, 메이크업 등에 대한 일정한 형식을 뜻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패션은 단순히 동시대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하기엔 작게는 건강을 위협한다거나 크게는 생명을 앗아가는 엄청난 비극을 불러오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2014-10-30)  
죽음을 부르는 패션

패션의 간단한 사전적 의미는 특정한 시기에 유행하는 복식이나 헤어, 메이크업 등에 대한 일정한 형식을 뜻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패션은 단순히 동시대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하기엔 작게는 건강을 위협한다거나 크게는 생명을 앗아가는 엄청난 비극을 불러오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글 ㅣ 윤예진 패션디자이너
에디터 ㅣ 김미주 (mjkim@jungle.co.kr)

요즘 현대인들 중 자연적인 것보다 화학적인 것을 더 선호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그것의 대상이 우리 몸에 닿거나 흡수될 수 있는 것이라면 더욱이 그렇다. 그러나 지금과는 달리 예전에는 강력한 화학적 반응과 성능으로 인해 이런 화학제품들이 도리어 인기를 얻었을 때가 있었다. 그 중 아름다워지기 위해 특히 인기가 있었던 것은 ‘납과 비소’였다.

납이 들어간 화장품. 아마도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현재도 간혹 납 성분이 검출되는 화장품에 대한 이야기가 화젯거리가 되기도 하고, 화장품 이외의 생활 용품에 대한 납 중독 문제 제기도 종종 일어난다. 그러나 사실상 현대에는 직접적인 납으로 인한 사망 사례나 비극적인 사건들은 드물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납과 비소, 수은 등이 들어간 패션 상품들은 어마어마한 숫자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기도 했었다.

오래 전 고대 이집트와 로마시대부터 여성들은 납으로 만들어진 백색의 화장 파우더로 얼굴의 흠집이나 잡티들을 가렸다. 그 이후엔 피부 미백에 강한 효과를 보이는 수은이 포함된 화장품이 만들어졌으며, 아름다운 눈동자를 표현하기 위해 동공이 풀려 눈동자가 또렷해 보이는 독 성분의 안약을 눈에 넣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후 18세기 백랍성분의 파운데이션을 평생 찍어 바르던 미녀들은 패혈증에 걸려 꽃다운 나이에 균열이 잔뜩 생긴 얼굴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고, 20세기 만들어진 속눈썹 염색제는 많은 여성의 실명사건을 가져왔으며, 제모 크림에서는 쥐약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다.

유명한 예로 18세기 타고난 미인이었던 당대 런던의 '잇 걸' 마리아 거닝(Maria Gunning)은 패셔너블한 화장법에 매료되어 두꺼운 백랍 크림과 붉은 납 립스틱을 사용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결국 오래 지속되지 못했는데, 그녀는 자신의 갈라지고 부패된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늘 어두운 곳에 기거하며 슬퍼하다가 27세의 나이에 사망하였다.

납, 백랍, 비소 등이 주 성분을 이룬 당대 최고 아름답고 패셔너블한 멋쟁이들이 사용한 화장품을 생각하면 대부분 그 피해자는 단순히 여성일거라고 간주하기 쉽다. 그러나 사실상 그 피해는 여성들만의 것은 아니었다. 17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600여명의 유부남들이 죽는 사건이 발생하였는데, 이 원인은 줄리아 토파나(Giulia Tofana)가 만든 독약을 사간 귀족 부인들이 남편들을 독살한 것이다. 그녀가 만들었다는 그 독약은 다름아닌 비소 성분이 들어간 여성용 화장 파우더로 토파나는 귀족 부인들에게 바르기만 할 뿐 절대 먹지 말라고 하면서도 남편과 함께 있을 때는 항상 이 파우더를 듬뿍 바르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곧 로마 일대 귀족 남성들의 빈번한 사망률에 의심을 품은 당국의 특별조사로 인해 줄리아 토파나는 마녀로 적발되어 1709년에 처형당했다. 이후 토파나는 다수의 남성들을 독살한 연쇄살인범으로 알려지게 되었지만, 당시 그녀는 파우더를 사간 귀족부인들이 그것이 독약과 같은 성분이라는 것을 이미 모두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어찌되었든 마녀가 죽인 것이던 부인들이 죽인 것이던 정말 독극물을 이용한 살해라면 당시 남편들은 왜 그렇게 미움을 샀을까.

또한 2012년 일본 산업의과대학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일본 무사들이 전투 중 멋지게 전사하였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과는 달리, 사실 패션 화장품 때문에 역사무대에서 사라진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에도 시대 때부터 일본 무사들의 부인이 사용하였던 수은과 아연 성분의 미백 파우더는 납 중독성이 강한 것이었다. 얼굴을 비롯해 흉부까지 백색의 분으로 멋을 낸 부인들은 아이에게 납이 뭍은 젖을 빨게 하였고, 그 결과 그들의 후손들은 빈번하게 기형아, 장애아, 저능아 등을 출산하게 되었다. 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일본 무사의 자녀들은 모두 심각한 납중독 증상을 보인 것으로 밝혀졌고, 그들의 자녀들은 학습 곤란, 지능 저하 등의 부작용에 시달렸다고 한다. 연구는 이런 상황들은 그들이 당대 일본의 정치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만들었으며 결국 무사계층과 막부시대의 종말을 고하게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독약과도 같은 패션 화장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우선 납은 빈혈을 초래하고 중추신경계를 손상시키며 뇌장애를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납 중독의 전형적인 증상은 두통, 복통, 구토, 빈혈, 경련, 혼수, 만성 신장염, 중추신경계 장애 등인데, 높은 농도의 납에 중독되면 성인이나 어린이 모두 뇌와 신장이 손상되어 사망할 수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임산부에게는 유산을 초래할 수도 있으며, 남성의 경우 생식 기능이 저하된다고 알려져 있다.
비소는 적은 복용량으로는 메스꺼움, 구토, 설사를 일으키지만, 다량을 복용하게 되면 심장 박동 이상, 혈관 손상, 심한 통증을 일으켜 결국 죽음에 이를 수 있어 오래 전부터 독극물로 인한 살인에 사용되었다 전해진다. 비소는 예부터 임금이 죄인에게 내린 사약(賜藥)에도 그 성분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가끔은 왕을 비롯한 지배층을 독살하는 데 사용되기도 하여 ‘독약의 왕’ 또는 ‘왕의 독약’이라고도 불렸다.
액체 금속으로 그 매력을 더했던 수은은 고대 중국에서 불로장생 약으로 여겨지기도 하였지만, 그것은 크게 잘못된 정보로써 진시황제는 수은이 들어간 약을 먹어 그 중독성으로 인해 수명이 단축된 것으로 여겨진다. 수은과 대부분의 수은 화합물들은 독성이 매우 큰데, 수은은 피부와 점막으로도 흡수될 수 있으며, 수은이 포함된 증기는 호흡을 통해 체내로 들어가 수은 중독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렇게 인체 내로 들어온 수은은 중추신경 장애와 태아 독성 등의 중독증을 나타내게 된다.

이런 소리없는 살인병기에 가까운 가까운 물질들이 패셔너블한 용품으로 각광받은데에는 이들 모두 피부에 닿는 순간 일시적으로 강력한 미백의 효과를 가져온다는데에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백옥같은 여성의 피부는 아름다움의 기본이 되는 목록이었으니...그 아름다움의 희생양은 당대 패션피플들이 차지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의 죽음을 부르는 패션은 무엇인가. 마르고 더 마르기 위해 정상적인 건강을 해치며 위험하게 강행되는 다이어트, 더 완벽한 비율과 아름다운 얼굴(그러나 기준은 없다. 또는 이상(理想)에 가까울 뿐 비인간적인 경우도 많다)을 유지하기 위한 생과 사를 오가는 미용성형수술 등이 현대의 그것 아닐까?

얼마전 중국에서는 먹고 싶은것을 먹으면서도 살이 빠지게 하기 위해 일부러 기생충을 자신의 위 속에 넣어 음식을 먹는 족족 기생충이 영양가를 빨아들여 살이 안찌게 하는 다이어트법이 성행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물론 그 놀랄만한 다이어트 방법은 여러 사람들을 크게 위험에 빠뜨렸고 현재는 아무도 도전하지 않을꺼라 생각한다.(제발)

패션. 패션이라는 그 이름. 설사 죽음, 혹는 죽음에 가까운 고통이 삶을 위협할지라도, 예뻐 보이고 멋있어 보이길 원하고 현시대의 패셔너블한 사람으로 살아가길 원하는 마음은 어쩌면 인간 본능에 가까운 강력한 욕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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