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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트위터에서 "커피는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는데, 차분히 내려진 커피 한 잔을 마시면 정말 그 순간 마음이 정화되고, 조금은 좋은 사람이 되는 기분이 든다. 정성스레 조각품을 만들다 마치 사랑에 빠진 피그말리온처럼, 커피는 마시는 물건 이상으로 사람과 교감하고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2014-10-23)  
사물과 인간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욕망의 사물, 디자인의 사회사'

얼마 전 트위터에서 "커피는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는데, 차분히 내려진 커피 한 잔을 마시면 정말 그 순간 마음이 정화되고, 조금은 좋은 사람이 되는 기분이 든다. 정성스레 조각품을 만들다 마치 사랑에 빠진 피그말리온처럼, 커피는 마시는 물건 이상으로 사람과 교감하고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기사제공│타이포그래피 서울


커피가 짧은 시간에 소비하며 여유를 준다면, 스마트폰은 하루 중 가장 오래 사용하는 물건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뉴스와 날씨를 검색한다. 어디 아침뿐이랴, 어떨 땐 화장실에 앉아서도 스마트폰을 본다. 실제와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듯 자연스럽게 넘나든다. 우리의 모습도 변했다. 페이스북처럼 가상세계에서 Like라는 버튼과 댓글로 새로운 나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 일하는 방식도 바뀌었다. 디지털 유목민이 되어 노트북으로 카페에서 일한다. 이쯤 되면 그러려니 하고 당연히 받아들이며 살아야겠지만, 의문이 든다. 왜 이렇게 일하고 사람을 만나는 방식이 바뀐 것일까?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미 모든 답은 나와 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처럼 멋진 형태로 디자인되어 나온 사물 때문이다.

언제나 밝은 표정으로 시간을 알려주는 스마트폰을 보고 있으면, 종이처럼 변색하지도, 구겨지지도 않는 일관된 모습에 순결한 마음마저 든다. 여행차 인천공항에 가면, 큰 천장과 깨끗한 대리석 벽체에 둘러싸인 승객들을 보게 된다. 마치 프랑스의 노트르담 성당에서 천장을 바라보듯 사뭇 경이로움마저 느낀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이런 건축과 제품은 단지 사물로 보이지 않는다. 때로는 순백의 단순한 디자인에 마음의 위안을 얻고 삶의 안정과 균형을 찾게 된다. 처음 노트북을 샀을 때는 이 제품을 평생 쓸 것처럼 소중히 만지고 흠집이 날까 전전긍긍했다. 흠집이 나며 마치 삶의 균형이 깨질 것 같았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균형은 업데이트되어 나오는 새 제품에 밀려 순식간에 깨지고 만다. 10년을 주기로 제품을 샀다면 이제 1년도 안 돼 고가의 제품을 바꾼다. 그러고 보면 삶의 균형이나, 안정을 찾기 힘들다. 우리는 주기적으로 새 제품을 사는 '업데이트 소비'와 동시에 고장 나지 않아도 버리는 '파괴의 소비'를 하고 있다. 필요가 아닌 욕망으로 제품을 산다. 이제 누가 얼마나 좋은 장난감을 가지고 빨리 새 장난감을 자랑할 수 있느냐에 자신이 규정된다. 행동생물학자 데스몬도 모리스(Desmond Morris)는 '털 없는 원숭이'라는 말에서 인간은 도구 없이, 사물 없이 존재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제는 어떤 도구와 사물을 가지느냐에 따라 자신의 존재 가치가 증명된다. 인간답게 만들어준 것이 과거의 사물이라면 나답게 만들어주는 것이 지금의 사물이다. 디자인은 이런 사물의 역할 변화에 가장 큰 힘을 실어줬다.

커피가 짧은 시간에 소비하며 여유를 준다면, 스마트폰은 하루 중 가장 오래 사용하는 물건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뉴스와 날씨를 검색한다. 어디 아침뿐이랴, 어떨 땐 화장실에 앉아서도 스마트폰을 본다. 실제와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듯 자연스럽게 넘나든다. 우리의 모습도 변했다. 페이스북처럼 가상세계에서 Like라는 버튼과 댓글로 새로운 나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 일하는 방식도 바뀌었다. 디지털 유목민이 되어 노트북으로 카페에서 일한다. 이쯤 되면 그러려니 하고 당연히 받아들이며 살아야겠지만, 의문이 든다. 왜 이렇게 일하고 사람을 만나는 방식이 바뀐 것일까?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미 모든 답은 나와 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처럼 멋진 형태로 디자인되어 나온 사물 때문이다.

언제나 밝은 표정으로 시간을 알려주는 스마트폰을 보고 있으면, 종이처럼 변색하지도, 구겨지지도 않는 일관된 모습에 순결한 마음마저 든다. 여행차 인천공항에 가면, 큰 천장과 깨끗한 대리석 벽체에 둘러싸인 승객들을 보게 된다. 마치 프랑스의 노트르담 성당에서 천장을 바라보듯 사뭇 경이로움마저 느낀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이런 건축과 제품은 단지 사물로 보이지 않는다. 때로는 순백의 단순한 디자인에 마음의 위안을 얻고 삶의 안정과 균형을 찾게 된다. 처음 노트북을 샀을 때는 이 제품을 평생 쓸 것처럼 소중히 만지고 흠집이 날까 전전긍긍했다. 흠집이 나며 마치 삶의 균형이 깨질 것 같았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균형은 업데이트되어 나오는 새 제품에 밀려 순식간에 깨지고 만다. 10년을 주기로 제품을 샀다면 이제 1년도 안 돼 고가의 제품을 바꾼다. 그러고 보면 삶의 균형이나, 안정을 찾기 힘들다. 우리는 주기적으로 새 제품을 사는 '업데이트 소비'와 동시에 고장 나지 않아도 버리는 '파괴의 소비'를 하고 있다. 필요가 아닌 욕망으로 제품을 산다. 이제 누가 얼마나 좋은 장난감을 가지고 빨리 새 장난감을 자랑할 수 있느냐에 자신이 규정된다. 행동생물학자 데스몬도 모리스(Desmond Morris)는 '털 없는 원숭이'라는 말에서 인간은 도구 없이, 사물 없이 존재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제는 어떤 도구와 사물을 가지느냐에 따라 자신의 존재 가치가 증명된다. 인간답게 만들어준 것이 과거의 사물이라면 나답게 만들어주는 것이 지금의 사물이다. 디자인은 이런 사물의 역할 변화에 가장 큰 힘을 실어줬다.

건축사학자 에이드리언 포티(Adrian Forty)가 쓴 <욕망의 사물>은 3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18세기 후반에 일어난 영국의 신고전주의 운동부터 전후 영국 사회의 변화까지 사물과 디자인의 관계에 관해 설명한다. 이 책이 디자인사와 디자인 연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는 디자인을 인물 중심으로 본 시각에서 탈피하여 사물을 중심으로 사회와 사물의 관계를 풀어쓴 데 있다. 전자가 디자이너의 창조력과 개인의 능력으로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 후자의 접근 방식은 사회 밖에서 안으로 들여다보며 좋은 디자인이 디자이너 개인의 업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면밀하게 보여준다.

책의 11장 '디자인, 디자이너, 디자인 연구'에서는 럭키 스트라이크 담배를 소개하며, 디자이너 개인의 전지전능한 힘으로 연결된 디자인과 사물의 관계를 보여준다. 20세기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레이먼드 로위(Raymond Loewy)에 의해 새롭게 리뉴얼된 지금의 럭키스트라이크의 패키지 디자인은, 그가 언급하듯 성공적인 디자인 사례로 꼽힌다. "티 없는 순백색 덕분에, 럭키 담뱃갑은 깨끗해 보이고, 또 깨끗하다. 이는 자연스럽게 내용물의 신선함과 결함 없는 생산과정을 의미하게 된다." (300쪽) 결국 그의 요지는 자신의 독창성과 재능이 담뱃갑이라는 사물과 디자인을 연결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디자인이 디자이너 개인의 능력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에이드리언 포티는 로위가 언급한 티 없는 순백색은 그 당시 미국 문화의 순백, 청결과 이어진다고 말했다. "우선, 디자인에 의해 강조된 청결함과 미국적이라는 관념이 모든 미국인의 마음속에 알게 모르게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어떤 경우에도 디자이너의 창조물이라고 말할 수 없다."(303쪽) 즉, 사물과 디자인의 관계는 디자이너 개인의 능력 이외에 사회와 문화의 맥락 안에서 이미지를 함께 만드는 것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보통 역사서가 연대기식으로 수평축을 읽어가는 시간 중심의 서술이라면, <욕망의 사물, 디자인의 사회사>는 수직축으로 디자인과 사회의 접점을 파고든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는다고 디자인 역사를 모두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구와 도자기부터 가정, 사무실 등 제품과 공간에서 사회적 계층, 일과 노동을 아우르며 당대 영국 사회의 모습을 부분부분 보여준다. 이런 접근 방식은 전후 관계를 모두 파악할 수 없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의 이 책을 현재까지 흥미롭게 만든다.

6장 '사무실'에서는 100년 동안의 사무실 디자인에 대해 언급하며, 사무 공간에 숨겨진 당시의 관리 체계와 조직 문화를 읽어 나간다. "1940년대 이후 사무실 배치와 디자인 문제에 관한 두 가지 중요한 현상이 노동조건에 영향을 끼쳤다. 하나는 쫙 펼쳐진 풍경 같은 사무실이었고 다른 하나는 사무공간의 '인간성 회복'이었다."(182쪽) 전후 사무 공간은 기계식 공장의 모습을 탈피하여, 마치 사무실이 집처럼 꾸며진다. 과거 기계식 공장을 방불케 하는 근로자의 근무 환경이 마치 집처럼 보이게 만들어 줌으로써, 전쟁 후 집과 고립된 기혼 여성들에게 안정감을 주며, 과거처럼 사장과 직원이 엄격히 분리된 공간을 벗어남으로 평등한 인간관계를 회복시켜 주듯 보인다. 물론 이런 이미지는 모두 조장된 것이지만, 관리자는 더욱 교묘히 근로자의 노동을 착취한다. 이처럼, 사무 공간 안에도 수많은 사물이 새롭게 디자인되며 사람과 사물의 관계를 변화시킨다. 그러므로 이런 사례를 읽어내려가면 현재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주변 사물과 나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결국, 사물과 인간의 관계는 아름답고, 멋진 외형의 관계가 아니라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발견하고 읽어내려가는 이야기의 관계이다.

사물에는 수많은 연결점이 있다. 디자이너와 소비자, 생산자, 또는 사회와 커뮤니티 등 다양한 연결점에서 사물은 해석될 수 있고, 역할도 바뀐다. 30년 전에 쓰인 이 책이 현재까지 유효한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사물과 인간의 관계에 끊임없는 질문과 연결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디자인을 놓고 바라본다면, 어쩌면 디자인은 이 책의 접근 방식처럼 디자이너 개인의 출중한 능력으로 설명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만큼 디자인이 사물에 미치는 영향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스갯소리로, 디자이너와 만나면 '디자인은 너무나 중요해서 디자이너에게 맡기면 안 된다.'는 말을 나눈 적이 있었는데, 이 말은 디자이너의 무지를 탓하기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디자인에 관심을 두기 바라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디자이너들은 계속 사물과 인간의 연결점을 찾아 고군분투한다. 스타일이 어떻다거나 색깔이 어떻다거나…. 이런 현실적인 목소리는 지은이 에이드리언 포티가 언급한 욕망의 사물에 극히 일부분일지 모르지만, 역으로 이런 작은 차이가 사물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규정하는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만들어 주는 것은 디자이너의 당연한 의무이지만, 그것을 함께 보는 것은 모든 사람의 책임과 노력이 아닐까. 이제 욕망의 사물을 넘어, 나눔의 사물로 앞으로 디자인과 사물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욕망의 사물, 디자인의 사회사
저자: 에이드리언 포티
역자: 허보윤
출판사: 일빛
출간일: 2004.03.20
가격: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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