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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동안 쉴 새 없이 열리는 패션쇼에서는 세계적인 브랜드의 신상이 쏟아지고, 재능 넘치는 신진디자이너와 패션모델을 만날 수 있다. 패션위크에 모여드는 세계 각지의 패피(패션피플)들도 언제나 ‘쿨’(Cool)하다. 디자이너와 패션모델에서 패션지 편집장과 에디터 그리고 유명 연예인까지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는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길거리의 런웨이’를 방불케 한다. (2013-08-09)  
길거리의 런웨이를 쏘다!

뉴욕에서 밀라노, 파리에서 런던까지 세계 4대 패션위크는 언제나 ‘핫’(Hot)하다. 일주일 동안 쉴 새 없이 열리는 패션쇼에서는 세계적인 브랜드의 신상이 쏟아지고, 재능 넘치는 신진디자이너와 패션모델을 만날 수 있다. 패션위크에 모여드는 세계 각지의 패피(패션피플)들도 언제나 ‘쿨’(Cool)하다. 디자이너와 패션모델에서 패션지 편집장과 에디터 그리고 유명 연예인까지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는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길거리의 런웨이’를 방불케 한다.

글│박지수 기자
기사제공│월간사진

전세계 패션의 ‘핫’과 ‘쿨’이 동시 상영되는 패션위크 현장에서 2명의 한국 청년이 카메라를 들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스트리트 패션사진가인 남현범(29)과 구영준(29)이다.

이들은 주로 GQ, 보그, 바자, 엘르 등 해외 유명패션지의 의뢰를 받아 활동한다. 각각 ‘남작가’와 ‘I'm Koo’라는 닉네임으로 불리는 두 사진가는 어려서부터 패션지와 카메라를 끼고 지내며, 패션의 메카인 미국 뉴욕에서 스트리트 패션사진을 시작한 공통점을 지녔다. 이들에게 스트리트 패션사진은 밥벌이 직업이기에 앞서 예전부터 좋아했던 패션과 사진의 교집합이다.

스트리트 패션사진은 국내에는 아직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패션사진의 카테고리로 이미 자리를 잡았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빌 커닝엄은 30년 넘게 스트리트 패션사진만 전담할 정도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주로 4대 패션위크를 비롯한 세계 각지의 패션위크를 취재하는 스트리트 패션사진가들은 동시대의 패션 트렌드를 사진으로 전달한다. 포토라인이 없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패피를 포착하는 그들에겐 무엇보다 순발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패션과 트렌드를 읽어내는 안목과 패피에게 거부감 없이 접근하는 친화력도 요구된다.

패션과 사진의 첫만남
카메라를 들고 뉴욕 거리로


남현범: 제대하고 2010년에 미국 뉴욕으로 어학연수를 갔어요. 기왕 간 김에 보름 정도 시간을 내서 여행을 다녔는데, 그때 처음으로 거리에서 패피들을 촬영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재미삼아 찍어본 거예요. 예전부터 잡지에서 스트리트 패션사진을 즐겨봤거든요. 원래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 사진은 고등학교 때부터 취미였어요. 여행 때 찍은 사진들로 블로그를 만들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내친김에 패션쇼가 집중적으로 열리는 패션위크를 찾아가 사진을 찍고 블로그에 올렸더니 보그와 바자 등 해외 패션지에서 연락이 왔어요. 제 사진을 사용하고 싶다기에 깜짝 놀라면서도 속으로는 ‘한번 해볼만 하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구영준: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패션 바잉MD로 활동했어요. 일하면서 좀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2010년에 유학을 결심하고 뉴욕으로 떠났어요. 막상 와보니 생각만큼 많은 걸 보고 배우는 것이 수월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직접 몸으로 부딪혀보자’는 생각에서 카메라를 들고 맨해튼 거리로 나섰습니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패션을 배우고 그들과 친해지고 싶었는데, 스트리트 패션사진이 좋은 방법일 것 같았어요. 직업이 될 줄은 몰랐죠.(웃음) 결정적으로 패션위크에서 관계자들을 만나 함께 작업하면서 제 일이 되었어요.

스트리트 패션사진가의 리얼
강행군 스케줄, 3D 촬영 현장


남현범 : 1년에 보통 6~8개월 정도 해외에 머무는 것 같아요. 비행기 티켓으로 벽면을 도배할 정도입니다. 뉴욕 6일, 런던 4일, 밀라노 7일, 이런 식으로 다니다보면 ‘여기가 어디지?’ 헷갈리기도 해요.(웃음) 제가 둔한 편이라 시차적응이나 음식 등에서 불편을 느끼지 않아 다행이죠. 보통 9시에 패션쇼가 시작되기 때문에 6시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촬영을 준비해요. 점심은 샌드위치로 때우면서 해질 때까지 온종일 4,000장쯤 찍어요. 숙소로 돌아와서 셀렉트와 보정작업을 거쳐 전송하면 새벽 2시쯤이에요. 강행군이라 체력소모가 많답니다.

구영준 :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스트리트 패션사진은 3D(Dirty, Dangerous, Difficult)라고 해요. 길거리에서 매연을 뒤집어쓰고, 오물을 밟는 경우가 허다해요. 촬영에 열중하다가 무심코 도로에 들어가 아찔했던 순간도 많고, 지나가는 자동차에 발을 밟힌 적도 있어요. 게다가 폭설과 폭우 속에서 촬영해야 하는 고충은 말로 다 못합니다. 얼마 전부터 스트리트 패션사진이 인기를 얻으면서 경쟁도 무척 치열해졌어요.

길거리에서의 촬영 노하우
패피 마음 열고, 배경 신경써라!


남현범: 트렌드를 잘 소화한 옷차림을 보면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요. 지난 트렌드를 잘 믹스한 경우도 마찬가지죠. 신기하게도 한눈에 보여요. 어떤 브랜드를 입었고, 어떻게 스타일링을 했는지 말이에요. 직관적으로 ‘멋있다’, ‘잘 입었네’ 느낌이 옵니다. 그러면 다가가서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요. “어디 브랜드냐?”고 물어보거나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며 칭찬도 하고요. 자연스럽게 “사진 좀 찍어도 돼냐?”고 물어봐요. 거절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패션을 즐기는 사람들은 패션 이야기로 쉽게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됩니다.

구영준: 바쁘게 움직이는 거리에서 대상을 골라내거나 계산할 여유가 없어요. 일일이 촬영을 허락받을 틈도 없죠. 하지만 서로 찍고 찍히는 것이 자연스러운 패션위크에서 패피들은 사진에 찍힐 것을 준비해요. 그래서 초상권의 걱정 없이 눈길을 끌고 카메라가 반응하는 인물들을 찾아다녀요. 셔터를 누를 때는 최대한 깔끔한 배경을 얻으려고 노력합니다. 마음대로 장소와 배경을 고를 수 없기 때문이죠. 지나가는 자동차와 행인들, 건물과 간판 등 배경과 모델을 어울리게 배치하려면 신경을 많이 써야 됩니다.

길에서 쏘는 패션사진의 매력
매순간 튀는 즉흥성과 우연성


남현범: 저는 콘티를 짜고 계획대로 찍어야 하는 스튜디오 촬영이 답답하게 느껴져요. 즉흥적인 거리사진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봐요. 우연찮게 기발한 사진을 건질 때마다 거리사진만의 매력에 빠져들죠. 누구보다 먼저 패션 트렌드를 접하고, 패션계의 유명 인사를 직접 만나기 때문에 재밌는 순간이 많아 지루할 틈이 없어요. 일을 하면서 세계를 돌아다닐 수도 있고요. 사진가에게 이보다 좋은 조건은 없을 것 같아요.

구영준: 스트리트 패션사진에는 정답이 없어요. 예상할 수 없는 변수들이 많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빨간색 신발에 초점을 맞추고 촬영했는데, 우연히 노란색 택시가 지나가면서 절묘하게 컬러가 매치되기도 해요. 사진의 우연성과 거리의 변수는 빨리 싫증을 내고, 변화를 좋아하는 제 성격과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아요.

남작가’와 ‘I’m Koo’ 스타일
기본기+재미, 프리 스타일


남현범: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트리트 패션사진가인 스콧 슈만은 패션보다는 모델이 지닌 멋을 포착해요. 포트레이트 사진의 스타일이 느껴지죠. 슈만만큼 유명한 토미 톰은 옷차림에 주목하고 패션 아이템을 잘 부각시켜요. 누구보다 패션을 알고 관심이 많기 때문이죠. 이들에 비하면 저는 특이한 구도나 앵글 등 사진적인 요소와 재미를 추구합니다. 흔히 떠올리는 멋진 사진보다는 껌을 밟은 신발이나 담뱃불에 그을린 가방 등 독특한 설정을 선호해요. 군대에서 사진병으로 지낸 만큼 초점, 노출 등 기본기는 확실히 챙기는 편이에요.

구영준: 패션위크에 모여드는 여러 스트리트 패션사진가들은 크게 두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우선 유명한 패피가 어떤 옷을 입고 왔는지에 주목하는 경우로, 이들에겐 사진의 분위기보다는 얼마나 유명한 사람을 포착하고 착장정보를 잘 담았는지가 중요해요. 나머지는 패피 뿐만 아니라 사진적인 분위기까지 신경 쓰는 사진가들이에요. 저는 딱히 어느 유형에 속하지 않을 뿐더러 특정한 유형에 제 스타일을 가두고 싶지 않아요. 카메라를 들 때마다 사람과 패션, 분위기가 어우러져 저만의 색으로 표현되기를 기대할 뿐이죠.

스트리트 패션사진가의 스펙
패션과 사진 밸런스, 촬영 매너


남현범: 요즘은 국내에서도 스트리트 패션사진이 패션사진의 한 카테고리로 자리잡아가는 것 같아요. 패션지마다 스트리트 패션사진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고, 스트리트 패션사진가들이 TV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사진집을 출판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죠. 예전에는 아르바이트로 치부됐다면, 이제는 전문 직업으로 인정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스트리트 패션사진을 해보려는 젊은 친구들이 부쩍 늘었어요. 사진과 패션 두 분야를 모두 좋아하고 이해해야 제대로 적응할 수 있고, 끝까지 사진과 패션의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영준: 스트리트 패션사진은 공공장소에서 촬영하기 때문에 사진가의 매너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장에서는 사진가들의 동선이 겹치기 때문에 서로 부딪히고 밀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수록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고, 동료를 배려하는 현장 분위기를 조성해야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올 수 있어요. 사진만 잘 찍는 것이 아니라 인격이 느껴져야 멋있는 사진가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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